소설리스트

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55화 (55/120)

55화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29→Lv.30)]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레벨 30 달성으로 보상이 주어집니다.]

[지금 확인하시겠습니까? Y / N ]

래희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 메시지가 계속해서 나타났다.

하지만 끝이 없는 손님들로 정신없던 래희는 손을 휘저으며 눈앞에 떠오른 알림을 구석으로 치워 버렸다. 그러다 실수로 그만 보상 확인 메시지의 Y 버튼을 누르고야 말았다.

‘…되는 일이 없어!’

그러나 그녀의 눈앞에 다시 떠오른 시스템 알림에 그녀는 저도 모르게 굳을 수밖에 없었다. 손님의 카드를 받아 포스기에 꽂은 상태로 래희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레벨 달성 보상 ‘아르바이트생 뽑기권’]

‘오……?’

간만에 들린 희소식에 너무 기쁜 나머지 선 채로 기절할 것만 같았다.

헌터넷 익명 게시판

[잡담] 맛있는 곰 빵집 오픈 런 팁 좀…….

예전에는 그래도 나름 적당히 일찍 가면 번호표를 구할 수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S급 게이트 사건 이후로 요즘 사람이 너무 많아진 것 같음.

빵 못 먹은 지 백만 년은 된 것 같다…….

누가 오픈 런 팁 좀 알려 줘…….

- 플미로 번호표 구하던지.

└(글쓴이) 어디서?

└못 구함. 파는 사람 없음.

└아이돌 티켓팅보다 더 빡센데?

- 왜 갑자기 사람 많아짐?

└고등급 게이트 발생이 잦아지니까 다들 아이템 비축하는 심리지 뭐. 빵보다 아이템 구하는 게 더 어려우니까.

└(글쓴이) ㅅㅂ 빵을 맛으로 먹어야지 템빨 받으려고 사는 ㅅㄲ들 땜에 내가 미각을 잃고 있다……. 거기 말고는 다른 음식들에서 더 이상 맛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2222

【 주인공은 아니지만 나에게도 라이벌이? 】

“알바생, 알바생…….”

고단한 하루를 마친 래희는 곧바로 레벨 업 보상으로 받은 아르바이트생 뽑기권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도저히 진정할 수 없었다.

이 쉴 틈 없이 바쁜 하루하루에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이라니.

래희는 떨리는 마음으로 허공에 떠오른 시스템 창을 바라봤다.

[세부 내용이 있습니다. 확인하시겠습니까?]

‘Yes!’

래희는 망설임 없이 메시지 창의 Y 버튼을 누르고 아르바이트생 뽑기권의 설명을 확인했다.

[‘아르바이트생 뽑기권’]

- 확률 F 50% E 30% D 10% C 5% B 3% A 1.9% S 0.1%

하지만 불행하게도 보상으로 얻은 아르바이트생 뽑기권은 극악의 난이도를 안내하고 있었다.

“…S가 0.1%라고?”

미친 건가?

시스템이 자신에게 이럴 수는 없었다. 그동안 성실하게 다른 길로 새지 않고 ‘빵집 사장’이라는 클래스에 걸맞게 살아왔는데, 어떻게 이런 일반 RPG 게임보다도 못한 확률을 제게 제공한단 말인가. 이거야말로 시스템의 배신이었다.

하지만 이내 래희는 생각을 고쳐먹기로 했다. 이렇게 혼자서 시스템을 원망한다고 해서 바뀌는 건 없을 게 분명했다. 게다가 자신의 행운은 남들보다 훨씬 높은 수치가 아닌가.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고개를 끄덕입니다.]

래희는 그제야 시스템에 대한 원망으로 일렁이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일단, 뽑아 보자. 행운 수치가 이렇게 높은데 최소한 C는 걸리겠지.”

물론 각 등급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몰랐지만 래희는 성좌가 믿어 보라 한 자신의 행운 스탯을 믿어 보기로 했다.

촤라락―!

래희가 뽑기 버튼을 누르자 카드들이 뒤집혀 허공에서 날아다녔다. 마치 카드게임을 할 때 현란한 동작으로 카드를 섞는 것처럼 허공에 여러 빛깔의 카드들이 뒤섞이며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며 두 손 모아 기다리길 몇십 초. 여기서 더 기다렸다가는 심장이 입 밖으로 나올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근거림이 심해졌을 때, 카드 하나가 영롱한 빛을 뽐내며 그녀의 눈앞에 떠올랐다.

황금색.

눈앞에 떠오른 카드는 황금빛으로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

사람이 너무 놀라면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했던가? 래희는 지금 이 순간 그 말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는 목소리뿐만이 아니라 숨조차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게 래희의 눈앞에 S라고 적힌 카드가 둥둥 떠 있었기 때문이었다.

“윽!”

이상한 감탄사가 래희의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너무 흥분해서 그런지 심장이 아파 왔다.

아파 오는 가슴을 부여잡고 래희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렇게 운 스탯을 믿는다고는 했지만 사실 그녀는 전혀 믿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미굴에서도 그렇고 몬스터랑 계속 마주치는 것도 그렇고.’

지난 경험을 떠올리면 전혀 운 좋은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래희는 심장 박동이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뒤에야 떨리는 손끝을 겨우 들어 올려 카드를 눌렀다.

빠밤빠바밤―!!

[곰순이 아르바이트생(S)]

그러나 카드의 앞면에 떠오른 단어에 래희의 표정은 굳을 수밖에 없었다.

“…뭐야?”

곰순이라니?

어차피 곰순이는 이전부터 가게 일과 농사일을 도와주고 있던 것 아니었나?

순식간에 주변의 온도가 확 떨어진 것처럼 서늘해진 듯했다. 문 닫은 가게 안에 어색한 정적이 맴돌았다. 따뜻한 색감의 노을빛만이 어두운 가게 안을 붉게 비추고 있었다.

래희는 저도 모르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허공에 적힌 ‘곰순이 아르바이트생(S)’이라는 단어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 운빨을 믿은 내가 잘못이지. 어쩐지 운이 좋더랬어.’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당신의 눈치를 보며 헛기침합니다.]

“하…….”

래희는 일단 뽑은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 확인하자는 생각에 허공에 떠오른 ‘확인하기’ 버튼을 눌렀다.

그때, 죄지은 것도 없으면서 죄지은 것처럼 조용하게 가게 한구석에 짱박혀 앉아 있던 곰순이의 몸이 신비로운 빛무리로 감싸였다.

“…곰순아?”

놀란 듯한 곰순이의 눈과 마주친 직후 래희는 더는 곰순이를 내려다볼 수 없었다.

곰순이는 빛무리에 몸이 감싸져 모습이 사라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가게 안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곰순이가 존재했던 자리에는 더는 곰순이의 앙증맞은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곰순이가 앉아 있던 곳에는 웬 커다란 남자가 눈을 질끈 감은 채 빵집 아르바이트생 같은 차림으로 래희와 같은 귀여운 분홍색 앞치마를 맨 채 서 있었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경악을 감추지 못합니다.]

[저게 혹시… 곰순이……? 라며, 믿을 수 없어 합니다.]

래희는 처음으로 성좌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떡 벌어지는 입이 도저히 다물리지 않았다. 그녀는 애써 떨리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혹시 곰순이야……?”

저 커다란 덩치의 ‘남자’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었으나, 래희의 물음에 눈을 질끈 감고 있던 남자가 살며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바뀐 시야에 놀란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제 손을 발견하고는 굉장히 놀랐는지 손을 자신의 몸에서 멀찍이 떨어뜨리며 관찰하기 시작했다.

손가락을 열 개 다 꿈틀거리는 모양새가 자신이 인간이 된 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듯했다.

“하.”

래희는 그제야 제가 알던 곰순이다운 행동에 긴장이 풀려 헛웃음을 내뱉었다.

연갈색 머리와 부드러운 눈매. 순진하고 귀엽게 생긴 외모에 비해 곰은 곰인 듯 덩치는 굉장히 컸으며 몸은 온통 근육 덩어리였다.

‘저게 곰순이라니… 아니, 그보다 남자였어?’

웃기게도 제가 목에 달아 준 리본은 여전히 목에 곱게 묶여 있었다.

곰순이는 제 모습이 신기한지 이제는 아예 변한 제 얼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얼굴을 만질 때마다 움직이는 근육 덩어리 팔뚝은 상의를 터트릴 듯이 옷을 늘리고 있었다.

딸랑―!

그때, 누군가 닫혀 있는 가게의 문을 자연스럽게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당연한 듯이 가게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류정우였다.

“래희 씨?”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그제야 곰순이를 관찰하던 것을 관두고 래희는 류정우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렸을 때, 류정우의 표정은 지금 상황에 대한 의문이 가득해 보였다.

“아…….”

래희와 같은 하얀 셔츠에 바지, 그리고 분홍색 앞치마와 목에 곱게 매여진 리본. 누가 봐도 이상한 광경이기는 했다.

래희는 괜히 류정우에게 오해를 사고 싶지 않아 재빠르게 변명했다.

“곰순이예요.”

“…네?”

하지만 류정우는 단번에 이해하지 못한 듯해 보였다.

“쟤가 바로 곰순이라구요.”

류정우는 래희의 설명에도 이해가 안 된다는 듯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제 앞에 서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얼굴을 조몰락거리고 있는 곰 같이 커다란 덩치의 남자.

그리고 목에 매여진 앙증맞은 분홍색 리본과 중앙에 달린 핑크 다이아몬드. 그리고 그 위로 얼빵한 표정으로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는 듯한 검은 눈동자.

“아…….”

류정우는 그제야 눈앞의 남자가 곰순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 * *

“아니, 그 덩치로 계속 곰순이라고 불릴 수는 없잖아. 네가 생각해 둔 괜찮은 이름은 없어?”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추천할 만한 이름이 떠오른다고 조심스럽게 손을 듭니다.]

“아니, 본인이 불리고 싶은 이름이 있겠죠.”

[방금까지 몬스터였던 애가 인간 이름에 대해서 뭘 제대로 알겠냐고 묻습니다.]

그러나 래희는 성좌의 메시지를 깔끔하게 무시하며 말했다.

“뭐든 괜찮으니까 말해 봐. 곰순이보다는 났겠지.”

그에 옆에서 가만히 앉아 팔짱을 낀 채 듣고만 있던 류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래희의 말이 끝나자마자 고개를 끄덕이는 게 마치 그녀의 작명 센스가 너무 별로라는데 동의하는 듯했다.

“아니에요. 곰순이, 제가 지은 이름 아니라구요.”

“아…….”

그제야 류정우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는 듯이 나직하게 감탄하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마치, 그동안 곰순이라는 이름을 지은 사람이 래희였다고 생각하고 있던 반응이었다.

그에 래희는 어이가 없어져서 토라진 것처럼 고개를 획, 하니 곰순이에게로 돌렸다.

그때, 조용히 래희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곰순이가 인간이 된 이후 처음으로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

“어…….”

곰순이가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류정우와 래희 두 사람 모두 곰순이의 달싹이는 입술에 온 신경을 집중하며 그의 대답을 기다렸다.

“…희우.”

희우?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이마를 짚습니다.]

어디서 난 이름이지?

그러나 류정우는 제가 원하는 이름을 말한 곰순이가 눈동자를 굴려 두 사람을 연신 번갈아 가며 관찰하는 듯하자 단번에 이름의 의미를 이해했다.

“하…….”

‘지금 래희 씨와 내 이름의 끝 글자만 하나씩 따서……?’

류정우는 덩치만 크고 어린애 같은 곰순이, 아니 희우의 모습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발상이 이렇게 깜찍할 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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