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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53화 (53/120)

53화

그날을 기점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언론이 뜨겁게 불타올랐다. 온갖 언어가 게이트가 발생했던 13번가 구역에서 들려왔다. 전 세계 각국에서 날아온 기자들의 목소리였다.

그럴 만도 한 게 서울 한복판에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S급 게이트가 발생했다. 현재 지구에서 발생한 대던전을 S급이라 규정하며 그걸 기준으로 A급 보스 몬스터가 출몰하는 던전은 모두 A급 게이트라고 판정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에너지 파장이 S급 게이트라 측정이 되었을 뿐 아니라 대던전을 제외한 처음으로 S급 몬스터가 발견되지 않았는가.

만약 제시간에 운 좋게 클리어가 되지 않았다면 주변 국가들의 지원까지 받아 가며 게이트 브레이크를 막아야만 했을지도 몰랐다.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인도에서 터진 A급 게이트 브레이크에서 사망자만 몇만 명이 발생했다. 20년 전 대던전 사건 이후 가장 큰 피해 규모였다.

인구가 유난히 밀집된 국가라 유난히 두드러지게 인명 피해가 컸을지도 모르지만, 그 사건 이후 전 세계 국가들은 게이트 지원에 관한 협약을 맺었으며 게이트 브레이크 발생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해 왔다.

만약, 이번에 막지 못해 S급 게이트가 터졌다면 그 피해가 얼마나 컸을지 추정하기조차도 어려웠다.

(영상) [뉴스 속보] S급 게이트를 클리어한 류정우(S) 헌터, 윤해주(S) 헌터 현장 영상 (L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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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457개

- 류정우, 윤해주, S급 게이트를 S급 둘이서 클리어하다니. 알고 보면 둘 다 SS급 아님?

- ㅅㅂ 불공평한 세상. 꼬질꼬질한 채로 웃는 모습도 개잘생겼네. 살기 싫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 NAME?

└류정우 Ryu Jung Woo.

└thanks:)

- 류정우 보유국 국뽕이 차오른다. 주모!

그리고, 그날 게이트를 엉망진창이 된 몰골로 빠져나와 괜찮다는 듯이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어 보이는 류정우의 모습이 담긴 영상은 만 하루 만에 천만 뷰를 달성하고야 말았다.

물론, 류정우는 어딘가에서 보고 있을 래희를 위해 미소를 지었던 거였을 뿐이었지만.

그리고 당연하게도 류정우의 천만 뷰 달성 영상 아래에는 다양한 국가의 언어로 댓글 창이 도배되어 있었다.

머리카락은 헝클어진 채로 사방으로 뻗어 단단하게 얼어 있었고, 제법 고된 전투를 했는지 매끈한 얼굴에 여기저기 상처가 자잘하게 나 있었다. 옷은 거의 넝마가 되어 속살이 드러나 있는, 누가 봐도 거지꼴이지만 그게 류정우의 잘생긴 얼굴을 가리지는 못했다. 사람들은 국적을 불문하고 그에게 환호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청해 길드의 가장 꼭대기 층.

길드장실에서 오늘 자 아침 신문을 읽고 있던 윤청현은 누군가 문을 여는 소리에 들고 있는 신문을 내렸다.

[지금 대한민국을 뜨겁게 흔드는 남자 류정우, 그의 이력에 대해 알아보자.]

어제까지 류정우에 대한 이야기로 시끄럽게 떠들어 대는 자극적인 추측성 기사로 도배되어 있던 신문은 오늘 아침 새로운 주제로 시선을 돌렸다.

[S급 게이트 사태, 시위자들이 주장하는 ‘공평하지 못한 사회’에 대한 주장이 힘을 잃어…….]

오늘 자 신문 헤드라인은 자신이 압력을 넣어 만든 헤드라인이었다. 내용을 확인하고는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윤청현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을 확인했다. 그는 바로 그의 아들 윤재언이었다.

윤청현은 아직 손에 쥐고 있던 신문을 접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찝찝하다는 건 알아봤나?”

그의 질문에 윤재언이 한숨을 푹 내쉬며 사무실 안에 비치된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러고는 제 아버지를 향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제가 찝찝하다는 이유로 목숨 걸고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던 헌터를 몰래 조사했지만, 딱히 특이점이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괜히 죄지은 기분만 드는데…….”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분명 이상한 구석이 있긴 하지.”

던전 안 갇혀 있던 알 수 없는 감옥에서 반지를 주웠는데도 정작 주인은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니까 말이야.

“설령 숨기는 게 있다 하더라도 이쪽에서는 아는 게 아무것도 없으니 무작정 들쑤실 수는 없지.”

윤청현은 그렇게 말하며 의자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그가 생각하기에도 이 상황이 이상하지 않은 게 아니다. 혹시 몰라 단지 그의 직감 하나만으로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던 청해 길드 소속의 헌터들을 모두 조사했지만, 딱히 특이점이라고 생각되는 건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자신의 정신계 스킬을 사용해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20년 넘은 헌터로서의 감이 이 상황에 위화감이 느껴진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었다.

“당분간 우리 둘, 그리고 천해훈 팀장과 일부 정보팀 직원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모르게 하는 게 좋을 것 같군.”

10년 넘게 동고동락한 헌터들을 의심하는 건 못 할 짓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위험은 언제 어디에서나 도사리고 있었고 언제나 모두를 의심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이다.

그래서 윤청현은 자신이 직접 뽑은, 그리고 이번 게이트에 참여하지 않았던 정보팀 헌터들에게 게이트 공략에 참여했던 헌터 모두를 마킹하라고 지시했다. 심지어 자신의 아들 윤재언과 게이트를 클리어한 류정우에게도.

감옥에서 눈 떴다는 윤재언도 어떤 일을 당했는지 자기 자신도 확신하지 못하고 있지 않은가.

윤청현은 참담한 심정이 드러났을 표정을 가리기 위해 아들에게서 뒤돌아 창밖을 보며 등지고 있었다. 아들마저 의심해야 하는 이 상황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오려 했지만 참아야만 했다.

‘아저씨, 그 헌터들 몸에 마석 같은 걸 보신 적이 있나요?’

어젯밤, 급하게 찾아온 래희가 누군가 엿들을까 연신 주변을 경계하며 그에게 작게 속삭였다.

‘마석?’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는 듯이 윤청현이 한쪽 눈썹을 치켜뜨자 래희가 뜬금없는 말이 아니라는 듯이 손짓하며 설명했다.

‘아니, 그게…….’

어릴 적 게이트 실종, 감옥, 마석… 그리고 마법사.

래희가 귀환한 뒤, 그곳에서 겪었던 일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윤청현은 어젯밤의 일을 떠올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S급 게이트, 신뢰, 의심……. 이 모든 게 단 며칠 만에 일어난 만큼, 지난 20년 넘게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던 그로서도 지금 이 모든 일이 혼자서 감당하기가 버거웠다.

* * *

“꼬마, 아프다고 엄살 피우지 말고.”

8살의 래희가 잔뜩 겁을 먹어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채, 그녀의 앞에 서 있는 마법사 새X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아니, 어쩔 수 없었다니까? 너, 이거 계속 달고 다니면 큰일 나.”

그러나 체자레는 어린 래희의 원망 어린 눈빛에도 굴하지 않고 미친 과학자처럼 주절주절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이건… U(*&((!*)#($*@(*”

하지만 롬바르나어를 잘 못하는 래희는 그의 말을 단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알아듣지도 못할 미친 마법사의 주절거림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눈을 굴리다 이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지구나 이쪽 세상이나 가방끈이 좀 길다 싶으면 죄다 제정신이 아닌 듯했다.

그녀의 한숨에 체자레가 어이없다는 듯 래희를 내려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가 이내 웃으며 그녀의 눈을 마주쳤다. 마치 당연히 네가 못 알아들을 줄 알았다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롬바르나어를 하지 못해 반박조차 못 하는 래희는 그의 비웃음에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수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저 매드 사이언티스트를 자신이 이해해야만 했다.

‘얼굴이 잘생기면 뭐 하냐, 인성이 모자라는데…….’

처음 봤을 때부터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신 얼굴이었다. 더군다나 목소리도 훌륭하고 눈 마주치면 지어 주는 저 미소도 아름다웠다.

돈도 많다는 걸 알았을 때는 자신의 몸뚱이가 아직 여덟 살이라는 게 안타까웠다. 저보다 완벽한 남자는 없어 보였다.

‘인성만 모자라지 않았다면 정말 완벽한 남자인데…….’

최소 200살이 넘는다는 저 남자의 외관은 아직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데다가 머리숱도 풍성한 게 외모만큼은 정말 어디 가도 빠지지 않았다. 어차피 오래 살 거라면 내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진짜 내 취향인 얼굴인데, 안타까워.’

하지만 저 어딘가 결핍된 것 같은 삐뚤어진 성격을 보면 소설 속 남주는 환상 속에서나 존재하는 게 분명했다.

그렇게 래희가 신세 한탄을 하며 정신을 딴 곳에 집중한 사이, 체자레는 잽싸게 마법으로 래희의 팔에 박힌 마석을 순식간에 제거했다.

“악!”

물론 마취 마법이 있다곤 하지만 신경까지 연결된 마석을 뽑는 건 당연히 고통이 동반되는 수밖에. 그러니 이 꼬마가 다른 생각을 하는 사이에 마석을 빠르게 제거하는 게 최선이었다.

래희가 한차례 늦은 비명을 지르며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달고 체자레를 노려봤다. 다행히 그가 미리 조치해 뒀는지 그녀의 팔은 피가 날 것처럼 보이더니 순식간에 아물어 가기 시작했다.

“하하하하하!”

하지만 그는 개의치 않고 손에 들려 있는 푸른빛 마석을 불빛 위로 들어 올렸다. 하지만 그의 웃음소리에는 기쁨보다는 분노가 담긴 듯했다.

“미친 신전의 개새X들…….”

체자레가 욕설을 짓씹으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래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했다. 고통 뒤에 동반된 이상한 감각에 휩싸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정신이 점차 또렷해졌다. 어딘가에서 느껴지던 알 수 없는 시선 또한 사라졌다. 그제야 래희는 자신이 그동안 알 수 없는 몽롱한 감각에 휩싸여 있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 * *

“S급 게이트 사태 때문에, 시위가 사그라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분명 누구도 해결하지 못하게 될 거라고 하시지 않았습니까?”

잠시간의 정적 이후 누군가 이어 말했다.

“무능한 헌터라는 주장을 내세워 비각성자의 기술로도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는 걸 보여 주시기로 하시지 않았습니까. 예상과 달리 빠르게 게이트를 클리어하는 바람에 애꿎은 마석만 낭비했습니다. 마석을 빼내느라 얼마나 위험했는지 알기나 해요?! 이번 일로 각성자들의 영향력만 더 커진 걸 보세요.”

중년 남성의 격양된 목소리가 밀실을 가득 채우며 울렸다.

“그래도 수확이 없지는 않지 않았습니까. 더 많은 동료를 모을 수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때, 밀실 어디선가 여자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여자의 목소리에는 신분을 숨기려는 듯 어딘가 긁는 소리가 섞여 있었다. 마치 고장 난 AI 음성 같았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그 동료라는 이들도 모두 ‘각성자’ 신분 아닙니까? 이대로라면 비각……!”

순식간에 밀실 안에 정적이 찾아왔다.

시끄럽게 떠들던 남자의 발치 아래로 그의 머리가 떨어져 나뒹굴고 있었다.

여자가 손을 들어 손짓하자 머리가 잘린 남자의 시신이 한 줌의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이래서 비각성자들이란.”

인간들은 어느 세계나 다 똑같네, 재미없게 너무 뻔하잖아.

그리고 여자의 마지막 말을 마지막으로 그녀의 모습은 사방이 막힌 어두운 밀실 안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사라진 여자의 목소리가 어딘가 익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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