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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38화 (38/120)

38화

개인 사정으로 가게 문을 닫고 청해 길드에 몸을 의탁한 지 만 하루가 지나지 않아 래희의 휴대 전화가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문스타 팔로우 500명이 증가합니다.]

[명성 획득으로 스탯이 50 증가합니다.]

[문스타 좋아요 수 200개가 증가합니다.]

[명성 획득으로 스탯이 2씩 증가합니다.]

[700명의 사람이 ‘곰순이 멜론빵 S’을 인식하였습니다.]

[[퀘스트]‘곰순이 멜론빵 S’의 명성이 700 증가합니다.]

결국 래희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가 더는 막기 힘들 정도로 인터넷에서의 언급량이 증가하기 시작했고, 가게에 대한 정보도 밝혀지면서 애초에 퀘스트에 필요한 조건을 훨씬 웃도는 양의 명성을 획득하게 되었다.

[축하합니다! 퀘스트 ‘특별한 메뉴를 만들자’가 완료됩니다.]

[완료 보상으로 레시피 ‘아메리카노’가 주어집니다.]

…아메리카노가 굳이 레시피가 필요한 음료인가?

그러나 연이어 나타나는 알림 창에 래희는 떠오른 의문을 머릿속에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달성 보상으로 ‘야미베어 베이커리(Lv.9)’의 경험치가 증가합니다.]

[경험치 +300이 증가해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19→Lv.20)]

디링―! 디링―!

[축하합니다!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레벨이 20을 달성하였습니다.]

[조건 충족으로 스킬 ‘나만의 작은 마을’ 등급이 상승합니다. (C→B)]

[평균 능력치 상승으로 각성 등급이 상승합니다. (C→B)]

갑작스러운 등급 상승에 놀란 래희가 앉아 있던 소파에서 벌떡 일어섰다.

“……?! 등급 상승?”

내가… E급 쩌리였던 내가, 드디어 헌터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B급에 도달하다니!

래희는 감격에 겨워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상태 창을 열어 스탯을 확인했다.

[스탯]

- 체력 127

- 근력 124

- 민첩 125

- 마력 152 + 150

- 행운 95

행운은 이상하게도 전혀 오르지 않았지만 스탯 능력치는 이제 어엿한 B급 헌터 평균에 다다라 있었다.

‘소프트웨어가 B급에 도달했어!’

깡통 등급에서 벗어났다는 소식에 기쁜 나머지 래희는 일어선 자리에서 폴짝 뛰어올랐다.

그런 모습을 말없이 구경하고 있던 류정우가 래희에게 물었다.

“왜 그래요?”

“이제 등급이 올라서 어엿한 B급 헌터가 되었어요!”

“S급에 도달하려면 아직 한참은 남았네요.”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가 왠지 래희를 놀리는 것 같았다.

아, 그건 그렇네.

래희는 급격하게 우울해진 표정으로 눈앞에 떠 있는 상태 창을 바라봤다.

[상태 창]

이름: 권래희

나이: 25세

칭호: 인생 2회차(히든) / 파충류 사냥꾼

클래스: 마법사 / 빵집 사장(S)

등급: B(S)

성좌: 운명의 길잡이

스킬 (열어 보기)

스탯 (열어 보기)

업적 (열어 보기)

B급 옆에 괄호가 처져 있는 S급. 잠재력 S급을 응시한 래희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갈 길이 머네.’

한순간 기분이 처진 그녀는 힘없이 소파 위로 다시 주저앉았다.

“어휴…….”

되는 일이 없어.

래희는 길드장실 천장을 멍하니 올려다보다 입을 열었다.

“아저씨… 아니, 길드장님.”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청해 길드 소속으로 오늘 아침 계약을 마쳤다. 헌터 아파트 한 채, 계약금, 정산 비율, 특수 계약 조건…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조건.

스킬로 만든 집이 있었음에도 이제는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야 할 시점이었으므로 래희는 제공해 준다는 최고급 헌터 아파트를 날름 받아먹었다.

그러니까, 이제 청해 길드 소속인 래희는 평소처럼 윤청현에게 아저씨라 부르지 않고 길드장님으로 부르기로 했다.

“이제 뭘 하면 되죠?”

전투계도 아닌, 그렇다고 길드에 도움이 될만한 특수직의 비전투계도 아닌. 빵집 사장……. 계약서만 썼을 뿐이지 앞으로 길드 내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제 네가 만든 빵에 특수 효과가 부여되었다는 건 모두들 알게 될 테고. 숨기보다는 대놓고 앞에 나서야지.”

“…네?”

가게 문도 닫고 여론이 잠잠해질 때까지 조용히 지낼 줄 알았던 래희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답변이었다.

“사람들은 네가 숨어 있을수록 더 궁금해할 거다. 도대체 어떤 능력을 가졌기에 도망간 거냐고 말도 많겠지. 오히려 네가 가진 능력보다 더 부풀어진 잘못된 정보가 떠돌 수도 있으니 적당한 선에서 네 능력을 오픈하면 돼.”

“아…….”

듣고 보니 맞는 말이다.

래희는 윤청현의 논리적인 설명에 납득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포션이나 아이템에만 부여되는 특수 효과가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먹는 빵에도 부여가 된다니. 그것도 높은 효과를 가진 채 말이다.

구하기 힘든 아이템들보다 비교적 구하기 쉬워 보이는 ‘빵’이라는 형태는 많은 사람의 흥미와 주목을 불러일으킬 게 뻔했다.

게다가 김주현의 경고대로 능력 때문에 자신이 위험한 상황이라면 차라리 유명해지는 게 나았다.

“그럼,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거죠?”

그때, 길드장실 안에 들어와 있던 비서실장 천해훈이 래희의 앞에 서류를 한 장 올렸다.

“이걸 보시면 됩니다.”

래희는 자신의 앞에 놓인 서류를 들어 올려 맨 앞에 적힌 서류의 제목을 읽었다.

“권래희 ‘S급 빵집 사장’ 이미지 메이킹……?”

“네, 보기 드문 특이한 클래스이지 않습니까? 재각성, S급 모두 맞으나 사람들의 기대와 다른 비전투계열이지요.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겠으나 그 실망을 상쇄할 만큼 흥미로운 주제를 들고 오면 여론은 호의적으로 바뀔 수도 있습니다.”

래희는 천실장의 설명을 들으며 서류를 읽었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흥미로워합니다.]

“어… 그런데 방송에 나가는 건가요?”

* * *

래희가 처음 출연하게 되는 방송은, 카메라 앞이 처음인 래희를 위해 가볍게 청해 길드 소유의 미튜브 채널으로 결정이 되었다.

보통 길드 채널은 홍보용으로 사용하는 게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구독자 수도 낮고 주목도도 낮았지만, 이례적으로 이번에 올라온 영상 때문에 하루 만에 청해 길드 구독자 수가 20만 이상 증가하게 되었다.

청해 길드 채널에 새롭게 업로드된 영상의 제목은 ‘힘숨찐 빵집 사장 X 류정우 헌터 콜라보 1탄’.

사람들은 래희가 A급 몬스터를 해치운 소문 속의 C급 헌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대부분 류정우의 이름을 보고 하나둘 유입하기 시작했다.

물론 섬네일에 올라온 ‘귀여운’ 앞치마를 잎은 류정우의 모습도 한몫했다.

“안녕하세요, 청해 길드 소속 헌터 류정우입니다. 지금 이 영상을 보시고 계시는 분 중에서 저를 모르시는 분은 당연히 없겠죠?”

회귀 포함 방송 인생 20년.

류정우는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진행을 시작했다.

“오늘은, 청해 길드 소속의 특별한 능력을 가진 헌터 분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자, 권래희 헌터 자기소개해 주시죠.”

“안녕하세요. 청해 길드 소속의 헌터 권래희라고 합니다.”

래희는 어색하게 웃으며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래희 씨의 클래스가 ‘빵집 사장’이라고 들었는데 정말인가요?”

“네…….”

클래스 ‘빵집 사장’. 남이 들으면 아주 황당할 만한 클래스였지만 류정우는 놀라움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태도로 래희의 능력에 대한 소개를 유도했다.

류정우 덕분에 겨우 자기소개를 끝마친 후, 고장 난듯한 양팔을 삐걱거리며 류정우와 함께 베이킹하는 과정에 대해 촬영을 시작했다.

“소개가 끝났으니 그럼 요리를 도와줄 도우미도 한 명 더 불러 볼까요? 나와 주세요!”

케이크를 만들 재료가 놓인 조리대 아래에서 무언가 꿈틀거리며 올라왔다. 분홍색 리본이 이쁘게 매여진 갈색의 작은 곰 인형. 그러나 일반적인 곰 인형과 다른 점이 있었다. 바로 그건 곰 인형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고 있다는 것.

“네, 이 친구의 이름은 곰순이 입니다.”

래희가 곰순이의 이름을 소개하자마자 곰순이는 카메라를 향해 손 인사했다.

“그럼, 이제 오늘 만들어 볼 메뉴에 대해 소개해 볼까요?”

“오늘 만들어 볼 메뉴는 비교적 만들기 쉬운 복숭아 케이크입니다.”

구독자 수가 갑작스럽게 늘어나고 영상의 조회수가 하루 만에 100만을 달성했을 때, 인터넷은 래희의 영상에 대한 이야기로 난리가 났다.

헌터넷 익명게시판

[잡답](HOT) 이번에 업로드된 청해 길드 영상. (432)

이번에 청해 길드 채널에 올라온 영상 본 사람?

류정우 핑크색 앞치마 ㅈㄴ 잘 어울림.

잘생긴 얼굴에는 무슨 짓을 해도 잘생겼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아무튼, 류정우가 핑크색 앞치마 입고 있는 섬네일에 이끌려서 영상을 보게 되었는데 진짜 놀랬음.

어떻게 헌터 클래스가 ‘빵집 사장’일 수 있음? 그 헌터 분이 설명하는 걸 보면 진짜 스킬이 빵 만드는 것밖에 없던데?

+ 댓글 보고 추가) 이분이 그 소문의 특수 효과 부여된 빵 만드신 분이래! 능력 보니까 헌터라는 걸 인정하게 됨. 만드는 게 ‘빵’이어서 그렇지 능력을 따지면 제작계 헌터 아님?

++추가) A급 몬스터 처리하신 C급 헌터 맞음. 근데 C급이 아니라 B급이었대, 게다가 보스몹을 능력으로 처리한 게 아니라 일회용 특수 아이템 덕분이었다는데?

공감 132 댓글 432

- 권래희 헌터님이 요즘 떠도는 소문 속의 주인공임.

└그 보스몹 잡은 C급?

└ㅇㅇ 그것도 있고 특수 효과 부여된 빵 제작자.

- 그나저나 류정우 개잘생김. 핑크도 어울리는 남자. 우리 집에서 앞치마 입어 주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그동안 권래희 헌터님 가게에 고등급 헌터 목격담이 가게에 괜히 뜬 게 아니었네. 바이럴인 줄…….

└근데 그런 능력이 있는데 여태껏 안 알려졌다고?

└B급 제작계는 신변을 보호하는 게 맞음. 저 정도 능력이면 어디 끌려가서 노예 생활할 수도 있잖음.

└가게가 어딘데?

└@yammybear_bakery 여기. 그런데 지금은 개인 사정으로 영업 중단하심.

- 곰순이라는 생명체? 진짜 살면서 저렇게 귀여운 애완 마수는 처음 봄.

└곰순이빵 이름도 곰순이한테서 따온 듯.

└그건 아님. 가게 위치가 하양 곰순이 던전 앞이라서 그렇다는데?

└사장님 취향 진짜 특이하시네.

뜨겁게 타오르는 관심과 함께 어느새 구독자 80만 명에 도달한 청해 길드 미튜브 채널에는 일주일 만에 2탄이라고 적힌 두 번째 영상이 업로드되었다.

“오늘은, 권래희 헌터님께서 만드신 빵의 특수 효과에 대해 알려 드리겠습니다.”

많은 이들의 주목 속에서 올라온 두 번째 영상은 하루 만에 조회수 300만 뷰를 달성했으며 이에 대한 이야기가 온갖 매스컴을 통해 전파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현재, 이제는 대한민국에서 래희의 얼굴을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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