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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33화 (33/120)

33화

“어… 맛이 별로예요?”

래희는 기대한 만큼의 류정우의 반응이 보이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새로운 메뉴를 먹을 때마다 보이는 그의 기쁜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분명 S급인데?’

류정우가 맛이 없다면 다른 사람들도 그럴지 몰랐다. 이대로라면 기껏 만든 S급 빵의 명성을 충분히 획득하지 못해 퀘스트에 실패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류정우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녀의 말에 대꾸도 하지 않은 채 빵을 노려보기만 하고 있었다.

얼마간 빵을 심각한 눈빛으로 노려본 류정우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손에 남은 멜론빵을 순식간에 먹어 치웠다. 그러고는 아쉽다는 듯 입맛을 한번 다시는가 싶더니 그녀에게 대답했다.

“아뇨, 맛있었어요. 이 정도 맛이라면 퀘스트도 충분히 해낼 수 있겠는데요?”

하지만 래희는 류정우의 칭찬에도 밝게 웃지 못했다.

“아… 그게, 빵의 명성을 획득해야 하는데 생각보다 명성 획득이 쉽지 않아서요.”

“명성 획득?”

류정우가 이해하지 못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래희가 퀘스트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무언가를 고심하는가 싶더니 얼마 뒤 입을 열었다.

“혹시, 지금보다 더 바빠지는 건 문제가 있겠죠?”

“네, 당연하죠. 스킬로 손쉽게 빵을 만드는 지금도 힘든걸요.”

“그렇군요.”

래희가 시무룩한 기색을 보이자 류정우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러면, 청해 길드 길드원을 상대로 판매하는 건 어떤가요? 길드 내 비밀 유지 조항을 들먹이면 빵의 출처에 대해 외부로 발설하지는 않을 겁니다. 퀘스트 조건에 호감도를 얻어도 명성이 획득이 되니 유명해지지 않아도 이 정도면 가능할 것 같은데요.”

“아, 그러면 어떻게 하면…….”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조심하라고 소리칩니다.]

그때였다.

콰광―!

래희가 류정우에게 질문을 끝마치기도 전에 그의 사무실 유리창이 강한 바람과 함께 깨졌다. 류정우는 곧바로 래희를 감싸 안았고 그 덕분에 래희는 깨어진 유리창 조각을 정면으로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그들 주변이 눈이 부실 듯한 밝은 빛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래희는 눈을 질끈 감으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뭐지?

‘왜 게이트가 전조 증상도 없이 이렇게 나타나는 거야?!’

혹시 저번 C급 게이트도 이런 식이라 피해가 컸던 건가?

“윽.”

강한 힘으로 자신을 꽉 끌어안는 류정우의 힘에 래희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숨을 쉬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깨달을 틈도 없이, 강한 바람에 두 발이 허공에 뜨는 느낌과 함께 래희의 의식은 거기서 끊겼다.

* * *

“으음…….”

누워 있는 바닥이 딱딱했다. 래희는 차갑고 딱딱한 바닥에 놀라 몸을 일으켰다.

“게이트……?”

아침 일찍 류정우와 만난 이후에 갑작스럽게 생성된 게이트에 휩쓸렸던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하지만 눈을 뜨니 캄캄한 밤이라 래희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얼마나 기절했던 거지……?’

래희는 살짝 떨어진 곳에 환한 불빛과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모닥불을 발견했다.

‘류정우랑 함께 휩쓸렸었지.’

누군가 모닥불을 피운 것 같은 흔적에 래희는 류정우를 찾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파삭.

그때, 주변에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갑작스러운 소리에 놀라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돌아보자 그 자리에는 류정우가 서 있었다.

“래희 씨, 일어났어요?”

“제가 얼마나 쓰러져 있었던 거죠?”

혹시나 자신이 짐이 되었을까 봐 걱정한 래희가 류정우에게 질문하자 고작해야 한 시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 게이트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여기는 밤이었군요.”

“주변을 둘러보니 여기는 사막형 던전이더군요. 다행히 오아시스 근처에 떨어져서 얼마 동안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사막형. 그렇다면 초대형 전갈도 나오고 그런 건 아니겠지?

“아직 몬스터는 못 보셨죠?”

“네, 아직은요.”

“휴…….”

래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녀를 감싸고 있는 류정우의 겉옷을 들어 올렸다. 그때 류정우가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며 말했다.

“저는 괜찮으니 계속 덮고 있죠. 사막의 밤은 많이 춥습니다.”

“아, 네.”

류정우는 S급이니 추위도 안 타겠지. 안 그래도 추웠는데 잘되었다 싶은 래희는 류정우의 재킷에 팔을 끼우며 껴입었다.

‘따뜻하네. 아이템인 건가?’

가죽 재킷치고도 따뜻한 느낌에 래희는 처음보다도 훨씬 긴장이 풀린 채 모닥불로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때,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보고 있던 류정우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네요. 게이트 전조 증상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어요.”

보통은 게이트가 발생하기 전에 지진이 먼저 일어난다. 건물이 흔들리고 선반 위 물건이 떨어질 정도의 강도 높은 지진이 발생한 5~10분 뒤에 게이트가 발생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게이트는 S급인 류정우가 느끼지도 못했다. 이전에 몇 번 특이한 방식으로 래희와 함께 게이트에 휘말린 적은 있지만 두 번 모두 래희의 손가락에 끼워진 알 수 없는 반지 때문이었다.

“혹시 반지에서 느껴진 게 있습니까?”

“아뇨.”

류정우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던 래희는 그의 대답에 잽싸게 대답했다. 이제 반지로 인해 갑작스럽게 게이트에 휘말릴 일은 없었다. 완전히 드러난 반지의 설명에는 직접 자신이 마을 회관으로 가서 문을 열어야만 다른 던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적혀 있었다.

래희의 대답에 두 사람 모두 생각에 잠겼다. 얼마간 정적과 함께 어둠에 익숙해지자 래희의 시야 안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선인장……?”

하지만 그동안 보아 왔던 선인장보다 훨씬 큰 크기의 선인장이 서 있었다.

두꺼운 두께와 선인장의 가장 꼭대기에 피어난 커다랗고 화려한 꽃. 래희의 중얼거림에 그녀가 바라본 곳을 바라본 류정우가 작게 탄식하며 말했다.

“여기, C급 게이트네요.”

“C급이요?”

“네, 한 달 전 발생한 C급 게이트에 또다시 휘말린 것 같군요.”

이미 공략이 완료된 게이트가 또다시 열리는 경우는 없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요.

“어, 그럼 게이트에 휘말린 다른 분들은 괜찮을까요? 그때 피해가 컸던 걸로 기억해서요.”

“아마 괜찮을 거예요. 그때는 대부분 비각성자들이 휘말린 거였고, 이번에는 길드 옆에서 발생했으니 휘말린 이들도 대부분 B급 이상의 각성자일 테니까요.”

래희는 가만히 앉아서 류정우의 설명을 들었다. 그의 설명이 끝나자 래희는 무언가 생각하는가 싶더니 고개를 들어 류정우의 얼굴을 바라봤다. 처음부터 그녀를 보고 있었던 것인지 류정우의 푸른 눈과 곧바로 마주쳤다.

“그러면 이제 어떡해야 해야 할까요? 클리어된 던전이라면 보스를 공략해서 다시 게이트 문을 열 수는 없지 않나요?”

류정우는 래희의 말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류정우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 때문이었다.

“일단, 몬스터가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요.”

사막이지만 오아시스를 중심으로 길을 대충은 알고 있으니 길을 잃을 위험은 없을 겁니다.

그때, 래희의 머릿속에 번뜩이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잠시만요. 제 스킬 중에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스킬이 있어요.”

왜 여태껏 이 생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었지?

벌써 게이트에 휩쓸린 지도 여러 번. 하지만 집으로 가는 문을 열 거라는 생각을 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그동안 퀘스트를 수행하느라 정신이 없지 않았냐고 묻습니다.]

‘아, 그렇네요.’

그동안 퀘스트 수행을 위해 게이트에 휘말렸었으니 당장 나갈 생각을 못 했던 것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밖으로 나갈 게이트가 열리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문’을 열 생각을 했던 것이니 애초에 상황이 달랐던 거겠지.

래희는 당장 이 위험한 게이트에서 벗어나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스킬을 사용했다.

[스킬 등급이 낮아 해당 공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뭐지?”

스킬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 메시지가 떠오르자 래희는 당황하며 다시 한번 스킬을 사용하려 시도했다.

[스킬 등급이 낮아 해당 공간에서는 사용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스킬 시전이 불가능했다.

스킬 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파악하자마자 래희는 망연자실하게 자리에 주저앉았다. 물론 자신의 옆에 S급이 앉아 있으니 큰 문제가 있겠냐 싶겠지만, 간만에 쓸모 있다고 생각한 스킬이 쓸모가 없다는 걸 알게 된 기분이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래희 씨, 너무 걱정 마세요.”

류정우의 위로에도 래희는 남몰래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S급 재각성이라며. 이게 뭐야.’

빵 만들고 농사짓고 집 꾸미고. 이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평화로운 세상의 RPG 게임 속으로 빙의한 것도 아니면서 이런 스킬들 뿐이라니. 래희는 오랜만에 느끼는 무력함에 그저 눈앞에 타오르는 모닥불만 멍하니 바라봤다.

류정우는 그런 래희의 기분을 눈치채고는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그렇게 그녀의 기분을 풀어 주기 위해 이것저것 말을 걸다가 어떻게 그녀가 각성하게 되었는지까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니까요. 재각성을 해도 왜 S급 빵집 사장이냐는 거죠.”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이제는 당신의 투덜거림에는 전혀 타격감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코웃음 칩니다.]

래희는 자신이 좋아했던 남자주인공이자 최애였던 구오빠와 대화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은 채, 류정우와의 대화에 푹 빠져들었다.

‘얼굴도 잘생겼는데 대화도 즐겁게 이어 가는 능력까지 가진 건 불공평한 거 아닌가?’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그건 모두 얼굴빨이라며 착각하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하지만 신나게 대화를 이어 가다 이틀 전 밤에 일어났던 일까지 말하게 되었을 때, 처음으로 래희는 류정우의 차갑게 굳은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래희 씨.”

“넵.”

래희는 잘못한 것도 없으면서 류정우의 표정을 살피며 잔뜩 쫀 채로 대답했다.

“그런 일이 있다면 바로바로 연락했어야죠.”

“아… 넵. 다음부터는 꼭 그러겠습니다.”

아니, 저희가 이제야 친해진 거지 이전에는 사적인 일로 따로 연락하는 사이가 아니었지 않나요?

하지만 래희는 속마음을 입 밖으로 꺼내는 바보 같은 일은 저지르지 않았다. 순순하게 대답하지 않으면 어딘가에 갇혀 지내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위험한 일이 생기는 것 같으면 바로 연락하세요.”

연락해 주세요 권유형이 아니라 연락하라는 명령형. 하지만 류정우의 단호한 태도에 래희는 저도 모르게 알았다는 듯이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래희가 그의 눈치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자 류정우는 그제야 만족했다는 듯이 분위기를 풀며 그녀를 향해 눈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장하다는 듯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에 래희가 눈을 끔뻑이며 그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자, 류정우는 그 눈빛을 모른 체하며 자연스럽게 손을 거둬들였다. 류정우는 방금 일어난 일이 ‘전혀’ 대수롭지 않아 보였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가슴을 치며 곡소리를 냅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우리애 잡아먹히겠다고 혀를 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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