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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25화 (25/120)

25화

* * *

끼익―

늦은 밤, 류정우는 자신의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도시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이 집은, 청해 길드에서 제공한 숙소로 각성한 뒤에 새롭게 이사한 곳이었다.

류정우는 겉옷을 벗어 의자 위에 걸치고는, 씻지도 않은 채 침대 위에 드러누울 수는 없어 소파 위에 털썩 기대앉았다.

“하…….”

문득 래희의 가게가 있을 창밖의 보이지도 않는 외곽 지역 쪽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역시 새롭네…….’

권래희와 함께 할 때면 무채색의 지루한 일상에 색이 칠해진 듯 다채로워지기 시작했다.

스킬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 내다니. 상상하지도 들어보지도 못한 능력이었다.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면서 왜 이전 회차들에선 눈에 띄지 않았던 거지?’

류정우가 얼마 전 기억해 낸 사실로는 그녀가 그를 팬이라며 쫓아다녔던 것도 이번 회차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자신처럼 회귀를 했다기에는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아 보였다.

류정우는 일어나 자신의 서재로 향했다. 서랍의 맨 위 칸의 비밀번호를 입력했다.

드르륵.

서랍이 열리자 파일에 잘 끼워진 종이 한 장이 드러났다. 류정우는 그 종이가 구겨질까 조심스럽게 종이를 집어 올렸다.

[혼인 신고서]

혼인 신고서라고 적힌 서류에는 자신의 사인과 래희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글씨체가 귀엽게 동글동글한 게 래희와 딱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 팬이니까 그냥 받아 준 거였을 뿐이었는데…….’

왜 아직도 보관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얼마 전 이삿짐을 풀면서 발견한 서류를 류정우는 서랍 안에 곱게 보관하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미소 지으며 종이를 훑어보던 류정우는 다시 서류를 서랍 안에 넣고 잠갔다.

딸깍.

서랍이 잠기는 소리가 들리자 류정우는 입고 있던 셔츠의 단추를 풀며 욕실로 향했다.

셔츠의 단추를 다 풀자, 류정우의 휴대전화로 전화 한 통이 들어왔다.

[윤청해 길드장 010-XXXX-XXXX]

무시할 수 없는 전화였다.

“여보세요.”

무표정하게 전화를 받아 든 류정우의 매끈한 미간에 주름이 잡히기 시작했다.

* * *

짹짹짹.

맑은 새소리가 들려오는 아침, 눈 부신 햇살이 열린 커튼 사이로 들어와 래희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류정우와 함께 게이트를 나온 지도 벌써 일주일. 류정우가 소문의 베이커리에 출몰했다는 목격담이 인터넷에 올라오자 다시 이전처럼 외곽 지역까지 찾아와 주는 손님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바쁜 일주일을 지낸 뒤, 모처럼의 주말이라 실컷 늦잠을 자고자 암막 커튼까지 쳤던 래희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아… 진짜…….”

짜증스럽게 몸을 일으킨 래희는 침대에서 내려와 창가로 향했다.

‘좀 더 자야지.’

좀 더 꼼꼼하게 암막 커튼을 치기 위해 커튼을 쥔 순간 래희의 시야 안에 열매가 맺힌 농장이 들어왔다.

“오…….”

이제 퀘스트를 완전히 완료할 수 있겠는데?

래희는 기대감으로 잠에서 완전히 깨어나 노동복으로 갈아입고 밭으로 향했다.

띠링―!

[축하합니다! 퀘스트 ‘향긋한 봄을 담아 보자’가 완료되었습니다!]

[보상이 지급됩니다!]

[레시피 ‘딸기 타르트 S’를 획득하였습니다!]

[경영 지원금 2,000G 를 획득하였습니다!]

래희가 마지막으로 얻게 된 멜론을 수확하자마자 퀘스트가 완료되었다는 시스템 알림이 떠올랐다.

슬라임이 주었던 멜론과 달리 래희가 수확한 멜론은 크고 무거웠다.

‘어쨌든 이제야 고급 베이커리다운 다양한 디저트를 시도해 볼 수 있겠네.’

게다가 과일이 비싸진 시대에 이렇게 쉽게 과일을 얻을 수 있다니. 래희는 인벤토리 안에 수확한 딸기와 복숭아 그리고 멜론을 보며 또다시 감격에 잠겼다.

래희는 인벤토리에서 갓 수확한 복숭아 하나를 꺼내 들었다. 말랑한 복숭아. 물복 파였던 래희에게 100% 만족감을 안겨 주는 말랑함에, 래희의 기분이 상승 곡선을 타고서 오르기 시작했다.

분홍빛의 둥글둥글한 모양. 복슬복슬한 느낌의 껍질. 향긋하고 달콤한 복숭아 향까지……. 래희가 껍질을 벗기고 크게 한입 베어 물자 과즙이 팡 터지며 입 안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와…….

무슨 전설 속에나 나올법한 복숭아 맛이었다.

‘이걸로 복숭아 잼이나 파이를 해 먹으면 정말 맛있겠는데?’

래희는 모처럼 짧디짧은 휴일이 돌아왔음에도 그새를 참지 못하고 곧바로 가게에 있는 주방으로 향했다.

하나만……. 피곤하니까 딱 하나만 만들어 보자.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 봉지를 꺼내 들며 래희는 미리 만들어 뒀던 타르트 반죽을 꺼냈다.

‘이걸로 파이를 만들면 되겠네.’

예열된 오븐에 타르트 팬에 넣어 둔 파이 반죽을 넣고 구울 동안 래희는 아몬드 크림을 만들 준비를 했다.

‘아몬드 가루가 필요한데…….’

그냥 시중에 파는 걸로 하자.

언제 사 뒀는지 모를 아몬드 가루를 꺼내 실온에 풀어 둔 버터에 슈가 파우더와 함께 섞어 유화시킨 후 냉장실에 넣었다.

다음으로 수확한 복숭아를 차가운 물에 담근 채로 개수대 위에 올려 두었다.

‘농약을 쳐서 키운 게 아니니까 물로만 씻어 내도 괜찮겠지.’

그래도 먼지가 묻어 있을 수 있어 복숭아를 흐르는 물에 잘 씻어 내고 반으로 가른 뒤에 씨앗을 제거했다. 적당한 크기로 썰어 낸 복숭아에 설탕, 아몬드 가루, 시나몬 파우더를 조금 넣고 섞어 줬다.

“이대로 설탕에 절임으로 만들어 먹어도 맛있겠는데?”

파이 반죽이 어느 정도 구워진 후 그 위에 냉장실에 넣어 둔 아몬드 크림을 담아 준 뒤 어느 정도 절인 복숭아를 보기 좋게 올려 주었다.

‘이제 굽기만 하면 완성이네.’

부푼 기대감으로 예열된 오븐에 복숭아 파이를 넣은 뒤 다 구워질 때까지 가만히 서서 기다리기 시작했다.

“뀨우!”

신이 난듯한 곰순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래희는 가게 주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어휴……. 사서 고생이야…….”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깜짝이야!”

래희는 그동안 어디로 사라졌는지 조용하기만 하던 성좌의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놀라 소리 질렀다.

“한동안 보이지도 않으시더니 웬일로 다시 돌아오셨데요?”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사생활이니 노코멘트라고 대답합니다.]

“사생활도 있으셨구나. 그러면서 왜 제 사생활은 존중해 주시지 않는 거죠?”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남이 들으면 자신이 변태인 걸로 오해하겠다며 표현을 정정해 달라 요청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죠.”

마법 소녀 좋아하는 성좌라니. 어디 가서 말하기도 부끄럽단 말이에요.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한숨을 쉬며 당신과 더 말을 섞고 싶지 않다며 10분간 뮤트 요청을 합니다.]

‘아니, 이 성좌가?’

먼저 말을 걸었으면서 자신이 시끄럽다고 뮤트를 하는 성좌는 난생처음이었다. 물론 성좌 자체가 처음이기도 했지만.

래희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청소를 마저 하기 시작했다.

“근데… 나, 왜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거지?”

분명 빵집 창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타의에 의한 강제적인 창업이 아니었던가?

물론,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이긴 했지만, 이왕 창업하기로 한 거 워라벨이 있는 삶을 살고 싶었다.

‘지난 3개월 동안 한 달에 한 번씩 게이트에 휘말리다니.’

작년 크리스마스 퇴사 이후부터 남들은 몇 년에 한 번 휘말릴까 말까 한 게이트에 계속해서 엮이는 느낌이 들었다.

“이거 왠지 성좌나 시스템인 것 같은데?”

래희의 도발에도 시스템 창은 잠잠하기만 했다. 성좌가 정말 뮤트 기능을 틀기라도 했는지 자신을 욕하는 래희의 말에도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띵!

그때, 파이가 완성되었다는 오븐의 소리가 들려왔다.

래희는 두꺼운 오븐 장갑을 두 손에 끼고는 한 번 크게 심호흡하며 오븐을 열었다.

달콤하고 향긋한 복숭아 파이 냄새가 온 가게 안을 맴돌았다.

“와…….”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파이의 테두리와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잘 구워진 복숭아가 오븐 밖으로 햇빛을 받으며 그 모습을 드러냈다.

[복숭아 파이 A]

- 맛 ★★★★★

- 향 ★★★★★

- 천상의 맛. 한 번 맛을 본 사람은 이 맛을 잊을 수 없다.

“A급……?”

내심 S급이 나오길 기대했지만 A급 파이가 완성되었다.

‘아몬드 가루를 시중에 파는 걸로 사용해서 그런 건가?’

어쨌든 S급이라서 부가 효과가 붙기라도 하면 곤란해지는 건 오히려 래희였기 때문에 판매할 수 있는 퀄리티의 파이가 완성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래희는 만족했다.

와자작.

칼이 파이를 반으로 가르자 바삭한 겉면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래희는 군침을 삼키며 파이 한 조각을 접시에 덜어 냈다.

“뀨! (내 것도!)”

언제 래희를 따라왔는지 곰순이도 자신의 접시를 내밀며 자기 몫의 파이를 요구했다.

“와, 꼭 뭐 먹을 때만 나타나지 너.”

곰순이의 접시에 파이를 덜어 준 뒤에 래희는 접시를 가지고 테이블로 향했다.

“음…….”

잠시 파이 냄새를 음미한 뒤에 한입 크기로 자른 파이를 포크로 찍어 입 안에 넣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입 안에 말랑한 복숭아의 식감과 과즙이 겉바속촉의 파이와 섞여 조화를 이루었다.

“과일로 만든 빵도… 판매는 해야겠지?”

이 문제는 고민이 조금 필요해 보였다.

지금 세상에서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하는 과일로 복숭아 파이나 타르트를 만들게 되면 가격 상관없이 구매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 게 분명했다.

안 그래도 류정우 출몰 가게라는 소문 때문에 사람이 많이 찾아오기 시작했는데 여기서 일을 더 크게 벌일 수는 없지.

결국, 래희는 자신이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지는 과일로 만든 빵을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아쉬워…….’

예약 시스템을 만들어서 선착순으로 조금만 주문을 받는 건 어떨까?

분명 처음 가게 운영을 시작했을 때는 순전히 타의로 인한 창업이라 베이커리 운영에 진심이 아니었던 래희가 어느새 자신의 가게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돈이라도 많이 벌고 싶었다.

래희는 예약 판매할 메뉴를 고민하며 상태 창을 열었다.

[야미베어 베이커리 (Lv.9)]

등록된 제품 (6/10)

- 곰순이빵 A 18,000원

- 곰순이 소금빵 A 15,000원

- 식빵 A 20,000원

- 바게트 A 12,000원

- 에그타르트 S 10,000원

- 플레인 스콘 S 9,000원

- (미등록)

- (미등록)

- (미등록)

- (미등록)

‘음… 딸기 잼이나 손이 덜 가는 과일 타르트도 만들면 될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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