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18화 (18/120)

18화

* * *

“가게에 손님이 없어. 계속 이러다 나 망하는 거 아니야?”

래희는 상점에서 구매한 생크림 제조기에 우유를 콸콸 부어 넣으며 투덜거렸다.

쓱싹쓱싹 청소 스킬 버프 덕분인지 파리조차도 날리지 않았다. 웃기게도 그동안 청소라도 열심히 했다는 의미인지 C급이었던 스킬 등급이 숙련도가 올라 B급이 되었다.

“하…….”

새벽에 만든 버터를 추가해서 완성한 에그타르트용 반죽을 밀대로 밀어 머핀 틀에 올린 뒤 파이지를 만들고, 그 위에 계란 노른자와 우유로 만든 커스터드 크림을 부어 주었다.

“홍보를 해도 이렇게 손님이 안 오는 걸 보면 터가 안 좋은 게 분명해. 남들처럼 입지 조건을 보고 창업을 해야 했는데.”

래희는 에그타르트 재료를 넣은 머핀 틀을 오븐에 넣고 쾅 소리가 나도록 강하게 닫은 뒤 시작 버튼을 눌렀다.

“나는 손님이 아니야?”

한동안 문이 닫혀 있던 빵집이 문을 열자마자 나타난 재언은, 새로 만든 갓 구운 스콘을 생크림에 야무지게 발라 먹으며 래희의 부산스러운 모습을 구경하다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일주일 동안 오는 손님이라곤 너 포함해서 세 명밖에 없단 말이야. 네가 쓰는 돈이 내 가게 매출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는 게 말이 안 되지.”

분명 정당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벌고 있는데도 재언에게 용돈을 타 쓰는 기분이랄까…….

“음……. 그건 좀 그렇네.”

두 달 가까이 가게 고정 손님이 세 명뿐이면 문제가 있는 거지.

“분명 한 번이라도 내 빵을 먹은 손님들은 꾸준히 찾아오는데, 문제는 그 사람들을 제외한 새로운 얼굴들은 안 보인단 말이야.”

재언은 래희의 의문에 대한 답을 알 것만 같았다. 다들 분명 남들에게 알려 주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원래 나만 아는 맛집은 유명해지면 안 된다는 말이 있으니까…….’

래희는 다 구워진 에그타르트를 오븐에서 꺼내 조리대로 옮겼다. 갓 구운 달콤한 에그타르트 냄새가 재언의 코끝을 스쳐 지나갔다.

“그런데 래희야. 방금 구운 에그타르트 먹어 봐도 돼?”

재언은 언제 이기적인 생각을 했냐는 듯이 래희에게 갓 구운 에그타르트를 요구했다.

“하…….”

래희는 짜증이 난다는 듯이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아직 뜨거운 에그타르트를 머핀 틀에서 꺼내어 식히며 말했다.

“고객님, 선결제입니다. 음… 개당 만 원?”

“너, 방금 가격 정한 거지.”

재언은 지갑에서 검은색 카드 한 장을 꺼내 들어 래희에게 내밀었다.

“장사도 안 된다고 하시니까… 방금 만든 거 전부 다 주시죠.”

그가 맡았던 스콘 냄새보다 에그타르트 냄새가 더 유혹적인 걸 보면 분명 아주 맛있을 게 분명했다.

그렇다면 나중에 올 손님들이 에그타르트의 맛을 느끼지 못하도록 내가 다 먹어 버려야지.

래희는 잠깐 한숨을 내쉬고는 그릇 위에 에그타르트를 쌓아 올려 재언에게 건네었다.

“먹고 갈 거야?”

“당연하지.”

대던전 토벌 대비 훈련이 끝난 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아직은 시간적 여유가 많았다.

“여기는 사람이 없어서 좋아.”

래희가 째려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그는 생글생글 웃으며 자신의 감상을 말했다.

래희를 놀리려는 게 아니라 정말이었다. 어딜 가나 주목받는 그의 삶에서 이렇게 여유로운 순간은 아주 오랜만이었다.

‘청해 길드 건물 1층에 가게를 내어 준다고 한 걸 래희가 거절한 게 정말 다행이네…….’

앞으로도 계속 손님이 없다면 제가 계속 사 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손님이 많아지면 돈은 많이 벌겠지만 스킬 특성상 혼자서 가게를 운영해야 하는 만큼 힘들어질 게 분명하니까 지금이 오히려 나았다.

래희는 재언의 테이블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접시 위에 올려진 에그타르트 하나를 들어 한입 베어 물었다.

[에그타르트 S]

- 맛 ★★★★★+★

- 향 ★★★★★+★

- 피로를 50% 회복시켜 준다.

어라?

래희는 눈앞에 뜨는 에그타르트의 설명 창에 놀라 입에 있던 에그타르트를 다 씹지도 않은 채로 삼켜 버렸다.

“쿨럭!”

사례가 걸려 기침 소리를 내자 재언이 앞으로 손을 뻗어 래희의 등을 두들겼다.

“아무리 맛있어도 그렇지, 음식은 씹고 삼키는 거야.”

재언의 눈에는 에그타르트에 대한 시스템 설명 창이 보이지 않는 듯했다.

[축하합니다! 업적 ‘S급 궁극의 비법을 가진자’를 획득하였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경헙치가 주어집니다!]

[‘야미베어 베이커리’의 레벨이 상승합니다. (Lv.4→Lv.5)]

[등록 가능한 제품 수가 증가합니다. (5→6)]

그때였다.

“사장님!”

뭐야, 갑자기? 래희는 자신을 부르는 누군가의 다급한 목소리에 가게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는 정장을 입은 남성이 헐떡거리며 가게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혹시 지금 이 사진에 나온 빵들을 모두 구매할 수 있을까요?”

“네?”

래희는 남자가 보여 주는 휴대전화의 화면을 확인했다.

곰순이빵, 곰순이 식빵, 곰순이 소금빵…….

“네, 지금 재고가 있어요. 얼마만큼 드리면 되죠?”

남자는 숨이 가쁜지 여러 번 크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

“전부, 있는 거 전부 다 주세요.”

래희는 당황해하면서 얼떨떨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 채 남자의 주문대로 빵을 포장해서 건넸다. 남자는 품속에서 카드를 꺼내어 결제한 뒤에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는 건지 급하게 사라졌다.

“와… 방금 뭐가 지나간 거지?”

심지어 방금 남자가 꺼내 든 카드 블랙카드였어. 대한민국에서 몇 명 안 들고 있다는 그 블랙카드.

“몰라보겠어?”

그 많던 에그타르트를 금세 다 먹었는지 재언이 빈 접시를 들고 오며 말했다.

“뭐를?”

“방금 저 사람. 아버지 비서잖아. 천해훈 비서실장님.”

“뭐?”

그렇다면 그가 재언을 못 알아봤을 리가 없었을 텐데, 그에게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정말 급했나 보네. 내가 가게 구석에 앉아 있는 것도 못 알아차릴 정도면.”

그때였다.

“저기요!”

이번엔 다른 남자가 래희의 가게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서둘러 가게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텅 비어 있는 진열대를 발견한 남자의 얼굴에 곤란한 기색이 번지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빵이 없는 건가요?”

“네……. 아, 새로 만든 스콘은 주방에 조금 남아 있어요.”

남자는 그나마 다행이라는 듯 조금은 가벼워진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그거라도 주실 수 있으실까요?”

순식간에 가게 안의 빵들이 동이 난 래희는 지금 이 상황이 적응되지 않았다.

뭐야.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재언아. 이번엔 누군지 알아?”

“백화 길드 김유한 길드장 비서.”

* * *

청해 길드 익명 게시판.

[잡담] 청해vs백화 길드장 전쟁 season.17 시작.

매년 찾아오는 정기적인 이벤트 시작됨.

비서팀 바빠지는 거 보임.

이번에는 주제가 뭘까.

- 빵.

└감빵?

└먹는 빵.

└감빵 ㅇㅈㄹ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스급은 웬만하면 빵에 안감.

- 비서실장님 무슨 분홍색 종이 가방 맨날 들고 다니던데?

└그거 길드장님 딸이 운영하는 가게라는 소문이 있음.

└길드장님한테 딸이 있음?

└폐급 아닌 이상 그 사실은 청해 길드 소속이면 다 아는데?

└(규칙 위반으로 삭제된 댓글입니다.)

- 길드장님 방에 빵이 탑처럼 쌓여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임?

└ㅇㅇ. 그거 백화 길드 길드장이 좋아하는 거라 못 먹게 하려고 다 사오는 거.

* * *

래희는 진지한 표정으로 자신 앞에 놓여 있는 갓 완성된 에그타르트를 노려보고 있었다. 정확히는 에그타르트 위에 나타난 상태 창을.

[에그타르트 S]

- 맛 ★★★★★+★

- 향 ★★★★★+★

- 피로를 50% 회복시켜 준다.

‘피로를 50% 회복시켜 준다고?’

분명 A급으로 완성된 빵들에는 맛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 정도만 적혀 있었다. 하지만 아이템이나 물약에만 붙는 버프 효과가 자신이 만든 빵에도 적용된다니…….

“이거 괜찮은 건가?”

A급 회복 물약이 보통 30% 회복률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50%라면 사기적인 효과였다.

다행히 재언뿐만 아니라 아침에 방문했던 세연의 눈에도 설명 창이 보이지 않았던 걸 보면 자신이 남들에게 말하기 전에는 누군가가 이 사실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 길이 없다는 점이랄까?

‘일단, 별문제 없겠지.’

방금 막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지친 상태의 헌터가 아닌 이상 S급 에그타르트를 먹고 체력 회복을 알아채기는 쉽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 결과로 평소 쌩쌩한 모습을 보이는 재언이 에그타르트를 먹은 뒤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으니까.

그때였다.

[새로운 퀘스트가 도착했습니다.]

[퀘스트: 향긋한 봄을 담아 보자]

퀘스트가 도착했다는 메시지와 함께 어서 빨리 확인해보라는 듯이 래희의 눈앞에 시스템 알림 창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아니, 아직 퀘스트를 완료한 지 일주일도 안 되었는데 벌써 또 다른 퀘스트라고?’

격렬하게 거부하고 싶어졌다.

‘안 해, 절대로 안 할 거야.’

하지만 언제나 휴대폰 화면의 확인하지 않은 알람이나 메시지를 알리는 숫자 1을 그대로 두는 것을 절대로 참지 못하는 래희는, 시스템 창 한구석에서 거슬리게 깜빡이는 알림을 무시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지.’

무시하려 애써 봐도 시선이 자꾸 깜빡이는 알림으로 이동하자 래희는 어쩔 수 없이 퀘스트를 확인하기 위해 손을 들어 올렸다.

[퀘스트: 향긋한 봄을 담아 보자]

빵집에도 봄이 찾아오고 있네요. 곧 맞이하게 될 봄을 준비해 봅시다.

- 봄 작물 3종 구하기.

(봄을 대표하는 작물을 구해 밭에 심어 봅시다. 던전에서 구한 작물만이… 더 보기)

- 봄 작물 3종 수확하기.

- 미등록 (0/10)

- 미등록 (0/10)

- 미등록 (0/10)

- 완료 보상: 봄맞이 S급 레시피 1종, 경영 지원금 2,000G

‘봄맞이 작물 3종…….’

내일이면 3월이라고 봄맞이 퀘스트를 던져 준 건가? 하지만 그때, 퀘스트를 확인하던 래희의 시야에 거슬리는 단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래희는 갑자기 머리가 지끈거리는 것만 같아 앞머리를 들어 올려 뜨거워진 듯한 이마에 차가운 손을 올렸다.

‘던전?’

던전에서 구한 작물이라는 문구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인상을 찌푸리며 멍하니 서서 퀘스트 창을 뚫어져라 노려봤다.

‘아니, 게이트에서 나온 지 이제 겨우 일주일짼데 또 들어가라고?’

래희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시스템 새X가 양심이 있다면 저에게 그래서는 안 되었다.

“안 해. 파업이야.”

제가 시스템과 성좌가 하라는 대로 군말 없이 따르니까 점점 더 말도 안 되는 것들을 요구하는 느낌이 들었다. 래희는 이번에야말로 반항을 해 볼 차례라는 생각이 들었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서운해합니다.]

래희는 단호하게 고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는 파업이에요. 절대로.”

또다시 개고생을 해 가며 던전에서 굴러다닐 수는 없었다. 던전에서 굴리려면 스탯이나 좀 올려 주던가.

이런 연약한 몸뚱이로는 두 번 다시 게이트에 들어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두 번은 운 좋게 살아나왔다지만 세 번째에도 운 좋으리란 보장은 없으니까…….’

그때, 래희의 시야 안에 붉은빛으로 반짝이는 시스템 메시지 창이 나타났다.

[퀘스트 ‘향긋한 봄을 담아 보자’의 제한 시간이 설정됩니다.]

[사용자 ‘권래희’의 레벨을 고려하여 적절한 제한 시간을 설정합니다.]

요란한 소리를 내며 떠오른 알림 창은 래희의 눈앞을 붉게 물들이며 시야를 가렸다.

[제한 시간 D-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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