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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헌터네 빵집은 언제 오픈하나요-7화 (7/120)

7화

* * *

안전지대 외곽 지역 주택가에 위치한 작고 아담한 2층 ‘핫핑크색’ 단독 주택.

가게가 들어설 1층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던 래희가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쩔 수 없지. 지극히 내 취향은 아니지만 집을 준다잖아.’

별다른 선택권이 없었던 탓에 단숨에 계약서에 도장 찍고 계약까지 완료해 버린 래희는 고이고이 두 손으로 계약서를 들고선 문을 열고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디링―!

[축하합니다! 튜토리얼 퀘스트: 빵집 사장이 되는 길(1)을 성공적으로 수행 완료했습니다.]

[완료 보상으로 히든 스킬 ‘나만의 작은 마을 C(S)’이 해금됩니다.]

‘……? 분명히 성공 보상으로 거주지를 준다고 했었는데?’

이상했다. 집이 아니라 스킬 해금이라니. 성좌가 사기 친 거야?

[나만의 작은 마을 C(S)]

: 작은 집 한 채와 100평의 땅

래희는 빠르게 스킬 설명을 훑어 내렸다.

‘설마, 스킬로 만든 집을 의미하는 건가?’

하지만 집은 그렇다 쳐도 100평의 땅은 도저히 이해되지 않았다.

안 그래도 작은 한반도 땅덩어리에 오염된 지역까지 제외하면 사람이 살 만한 땅이 모자랐다. 그러니까 지역 상관없이 기본 평당 5천을 넘어가는 이 시대에 100평의 땅이라니?

뭐가 되었던 이득이지. 래희는 별다른 고민 없이 곧바로 스킬을 시전했다.

“나만의 작은 마을……?”

스킬을 시전하자 래희의 바로 앞 빈 공간에 황금색의 빛으로 감싸인 나무 문이 만들어졌다. 정교한 문양이 조각된 나무 문은 영화 속에서나 묘사되는 신비한 마법의 문 같았다.

래희의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보통 영화에선 이 문을 열고 나가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지 않나?’

앞으로 펼쳐질 광경을 상상하며 래희는 나무 문에 달린 황금색의 손잡이를 조심스럽게 감싸 쥐었다.

“오… 이건 진짜 금인가?”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꼭 이 신비스러운 상황에 초 치는 말을 해야겠냐고 비난합니다.]

[녹화 중이었는데 분위기 깼다고 혀를 찹니다.]

래희는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쉰 후 나무 문을 활짝 열었다.

새파란 하늘에 우거진 숲.

문 안으로 사뿐히 걸어 들어온 래희는 어디선가 본 풍경 같은 기시감이 들었다.

‘어딘가 익숙한데…….’

주변을 둘러보니 어딘가 어색한 느낌이 드는, 숲으로 둘러싸인 초원 한가운데였다.

“…이거 설마……?”

초원의 한쪽에 위치한 붉은 지붕을 가진 하얀색의 1층짜리 집을 본 래희는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1층짜리 20평 남짓한 작은 집과 그 옆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을 만한 100평의 넓은 부지.

‘내가 어릴 적 살았던 곳.’

원래는 2층짜리 집이었지만 1층이 되었다고 해서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오두막 문 바로 의자 위에 놓인 인형은 바로 래희가 어릴 적 선물 받은 곰 인형 ‘곰순이’였다.

핑크 다이아몬드가 달린 분홍색 리본을 목에 맨 곰 인형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인형이었기에 래희는 곧바로 ‘곰순이’를 알아볼 수 있었다.

래희는 곰순이를 안아 들고 주변을 다시 한번 둘러봤다.

이 공간은 어릴 적 래희가 살던 게이트 속 풍경과 비슷하게 구현해 둔 장소였다. 건물 옆에는 농기구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부지 밖으로는 아직은 넘어갈 수 없다는 듯 빨간 선이 그어져 있었다.

‘다른 곳은 구현이 되지 않았구나.’

래희가 8살 때, 5년 동안 조난당했던 게이트는 ‘보르노’라는 작은 시골 마을이었다. 마치 지구의 농장 게임 같은 환경과 마을 주민들, 그리고 대화가 통하는 동물들… 1년 내내 낚시나 농사를 하며 생활하는 한적한 생활 루틴.

게이트가 터지고 자본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평화롭지 못한 지구와는 전혀 다른 환경이었다,

‘물론 그것도 그 시골 마을 한정이었지만…….’

래희는 11년 전 지구로의 귀환을 떠올리며 감상에 잠겼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권래희에 대한 정보를 검색합니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권래희(9세)에 대한 정보를 찾았습니다.]

[안타깝게도 이렇게 귀엽고 사랑스럽고 순수한 소녀는 더는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고 눈물을 흘리며 아쉬워합니다.]

래희는 성좌를 무시하며 손에 쥔 곰순이를 눈높이에 맞춰 들어 올렸다.

“곰순이, 오랜만이야.”

“뀨우!(안녕!)”

래희의 인사를 기다렸다는 듯이 곰순이의 팔이 올라가고 그녀를 향해 반갑다는 듯이 손을 흔들며 마주 인사해 왔다.

곰순이의 인사가 끝나자 래희의 눈앞에 새로운 시스템 메시지 창이 하나 떠올랐다.

[system: 베이커리 오픈 준비를 확인 중입니다… loading…….]

[사용자 ‘권래희’의 클래스 ‘빵집 사장(S)’을 확인 완료했습니다.]

……?

“갑자기?”

갑작스러운 메시지에 놀란 래희가 급하게 계약 완료한 건물로 이동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그녀의 눈앞에 중요하다는 듯이 반짝거리고 있는 시스템 창이 나타났다.

[베이커리 오픈 준비 10%. 베이커리 오픈까지 남은 시간 3DAY 23:59:59]

래희는 텅 빈 건물 안을 둘러봤다.

‘지금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나흘 안에 오픈 준비를 완료하라고?’

어떻게?

자본의 힘으로도 그건 불가능했다.

벽지도 발려져 있지 않은 시멘트 천장과 바닥. 곳곳에 처져 있는 거미줄과 더러운 유리창.

“저기요. 시스템 씨? 나흘 안에는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그때, 래희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주변으로 반짝거리는 빛이 맴돌기 시작했다.

빛은 점점 강해져 래희가 서 있는 건물 안을 꽉 채웠다.

눈이 부셔 눈을 감았던 래희가 서서히 줄어드는 듯한 빛에 천천히 눈을 뜨자 그녀의 시야 안에는 방금까지 서 있던 폐허 같은 공간은 감쪽같이 사라지고 번듯한 가게가 준비되어 있었다.

‘…뭐지?’

깔끔한 하얀색 벽에 분홍색 포인트가 들어간 몰딩. 곳곳에 귀엽게 장식된 곰순이를 닮은 ‘분홍색’ 곰인형들. 연노란색과 분홍색의 조합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으로 색이 칠해진 계산대와 진열대.

주방을 제외하고서 열 평 정도 되어 보이는 가게는 내부에 앉아 있을 공간을 마련하기에는 작아 보였다. 계산대와 진열대를 제외하고 공간이 모자랐는지 창가 쪽에 마련된 작은 2인용 테이블 하나.

‘생각보다 효율적으로 구성을 잘했네.’

인테리어를 공짜로 했다는 생각도 잠시 래희는 어딘가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다시 한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죄다 분홍색이야?”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두 손을 부여잡고 감격에 잠깁니다.]

[감격도 잠시, 여기서 중요한 게 하나 빠진 것 같다며 고뇌에 빠집니다.]

“아뇨, 완벽해요.”

본능적으로 드는 불길한 예감에 래희는 무조건 거절부터 하고 봤다.

[성좌 ‘운명의 길잡이’가 얼마 전에 특별 주문한 소중한 아이템을 주섬주섬 꺼내 듭니다.]

“잠깐만요!”

래희의 격렬한 거부에도 성좌는 자기 좋을 대로 하기로 했는지 래희의 눈앞에 시스템 메시지 창이 떠올랐다.

[‘앞치마 (S)’가 지급됩니다.]

퐁―!

래희의 머리 위로 떨어진 옷은 그녀의 시야를 순간 가려 버렸다.

신경질적으로 옷을 낚아채어 들어 올리자 아이템이었는지 설명 창이 나타났다.

[앞치마(S)]

- 착용 시 관련 스킬 효율이 50% 증가합니다.

꽤 귀여운 모양새의 분홍색 앞치마는 누가 봐도 그녀의 취향은 아니었다.

“하… 또 분홍색.”

래희는 의상을 인벤토리에 집어넣으며 어떻게 하면 저걸 입을 일을 최소한으로 줄일까,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 * *

결국 이날이 다가왔다. 지구라는 차원에 이세계의 맛을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물론 그건 아니고, 할 줄 아는 거라곤 빵 만드는 것밖에 없으니 어차피 이렇게 될 운명이었다. 거기에 성좌와 퀘스트까지 곁들여서…….

‘야미베어 베이커리’

래희는 드디어 오픈 하루를 앞둔 가게 앞에서 두 손을 마주 잡았다.

비록 래희의 의사는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순도 100%의 성좌 취향의 귀여운 인테리어였지만, 내돈내산이 아니었던 래희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저거 혹시, 바로 앞 게이트가 하양 곰순이 서식처라서 이름을 이렇게 지은 거였어?”

얼마 전까지 청해 길드에 가입하라며 쫓아다니던 재언이 언제 왔는지 그녀의 옆에 서서 그녀의 가게를 살펴보고 있었다. 재언은 여전히 안전지대 외곽 지역에 창업하는 게 못마땅한지 여기저기 훈수를 두고 있었다.

단정하게 정돈된 검은 머리칼과 강아지같이 다정한 인상의 약간 처진 눈매, 헌터 각성 이후 변한 초록빛 눈동자.

래희 그녀보다 머리 하나 더 있는 재언을 올려다보며 래희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분명 같이 먹고 놀고 컸는데 치사하게 혼자서만 훌쩍 자라다니…….’

래희는 갑자기 배알 꼴린 듯 짜증이 섞인 말투로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일이야?”

“하나뿐인 친구의 첫 가게 오픈일인데 와 봐야지.”

재언은 래희의 문 앞에 서서 어서 빨리 문을 열어, 라고 눈짓했다.

“나한테 뭐 맡겨 놨니.”

래희는 가게 문에 열쇠를 꽂아 넣었다. 덜컥,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재언은 자연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가며 래희가 들어올 때까지 문을 잡고 서 있었다.

“네가 무려 S급 빵집 사장으로 각성했다는데 아직도 맛 한번 못 봤잖아. 하나뿐인 친구로서 가게의 첫 손님은 당연히 내가 되어 줘야지.”

래희가 들어오자 문들 조심스럽게 닫은 재언은 가게 내부를 한번 쓱 훑어봤다. 그러고선 래희가 안내를 하기도 전에 창가에 준비된 테이블에 앉은 그는 길쭉한 다리를 꼬고 앉았다.

얼마 전 12월 헌터 이슈 잡지 표지에서 본 화보의 한 장면 같았다.

‘쟤를 저기다가 전시용으로 앉혀 두면 아무리 사람 없는 외곽 지역이라도 손님이 꽤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래희가 말없이 재언을 바라보고만 있자 재언은 래희를 향해 빙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왜 그래?”

래희는 쓸데없는 생각이었다며 고개를 저으며 뒤돌아섰다. S급 헌터를 가게에 앉혀 둔다고? 래희는 게이트에서 나올 때 정우의 등에 업혀 나왔다는 것 하나로 그의 팬들 사이에서 말이 많았던 걸 기억하고 있었다.

아이돌도 그런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S급 헌터와 엮이면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였다.

외곽 지역이라 지금 가게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지도 몰랐다.

‘오늘 이후로 가게 근처에는 오지도 못하게 해야지.’

래희가 새벽에 미리 만들어 둔 빵을 가지러 주방에 들어가자 래희의 시야 앞에 알림 창이 떴다.

[현재 시각 9시 59분 55초]

[5…….]

[4…….]

[3…….]

[2…….]

[1…….]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화려한 빛과 함께 래희의 시스템 메시지가 눈이 부시도록 환하게 반짝이기 시작했다.

[(경) ‘야미베어 베이커리(Lv.1)’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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