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23화 (12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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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각파티

[연수야. 나 이 결혼 잘하는 거겠지.]

[그럼. 준비하면서 조금 힘든 것도 있었지만 준혁 오빠는 언제나 언니 편이였잖아. 그리고 결혼 준비하면서 한 번도 안 싸운 커플은 없대. 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데 그렇게들 많이 싸운다잖아. 그러니까 아무 걱정 마. 사실 언니의 그 거친 성격을 다 받아주고 안아줄 사람은 준혁 오빠뿐인 거 언니도 알지.]

[응. 알아.]

[그러니까 준혁 오빠 믿고 오늘 밤은 다 잊고 얼른 자. 내일 결혼할 신부가 12시 넘어서까지 안 자고 전화로 수다 떨었다 하면 사람들 다 놀랄 거다.]

정수의 웃는 소리에 연수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내일 예쁜 모습으로 만나자. 언니.]

[그래. 고마워. 그리고 너도 부케 받아야 하니까 예쁘게 하고 오고 알았지. 그럼 내일 보자.]

[응. 오늘 밤 좋은 꿈 꾸고. 내일 봐.]

연수가 정수와 통화를 마치고 물 한 잔을 마시려고 주방으로 몸을 틀 때였다. 현관문 비밀번호 해제음이 들리고 연수가 놀랄 틈도 없이 누군가 문을 열고 몸을 비틀 거리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준호였다. 현관으로 들어온 순간 준호의 몸이 심하게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하자 연수가 급하게 다가가 준호의 몸을 붙잡았다.

"뭐예요? 도대체 얼마나 마신 거예요? 부모님 기다리시니까 집으로 가라니까 왜 또 여기로 오는데."

"집?"

"그래. 팀장님 집 집에 전화는 드리고 여기로 온 거예요?"

연수가 힘겹게 준호를 소파로 끌고 가며 물었다. 하지만 연수는 갑자기 멈춰 선 준호 때문에 소파로 가기도 전에 멈춰 서고 말았다. 준호가 잔뜩 취한 얼굴로 연수에게 말했다.

"연수야."

연수가 이를 악물고 쓰러지려는 준호를 간신히 붙잡고 대답했다.

"왜. . .요?"

"사랑한다."

연수가 어이없다는 듯 웃고는 준호를 다시 끌어당겼다.

"나도 사랑해요. 그러니까 저기 소파까지만 가자구요. 힘 좀 줘봐요. 도대체 준혁 오빠 총각파티라면서 왜 팀장님이 취해 오느냐고요?"

연수가 힘겹게 준호를 소파까지 끌고 오자 준호는 실실 웃으며 소파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그랬지. 그랬는데. .이 자식들이 나를 더 먹이네. 그래서 마셨지. 아주 기분 좋게."

준호가 소리 내 웃자 연수는 흘러내린 머리를 정리하며 말했다.

"팀장님이 결혼하는 것도 아닌데 왜 팀장님을 먹이는데요?"

"부럽다고."

"부러워요? 팀장님이 왜 부러운데요?"

준호가 웃기만 하자 연수는 고개를 흔들며 주방으로 가기 위해 몸을 돌렸다.

"어쨌든 좀 있어봐요. 물이라도 한잔 가지고 올게요."

준호가 주방으로 가려던 연수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 연수가 멈춰 서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가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말했다.

"앉아봐. 나 머리 아파."

연수가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자 기분이 좋은 듯 미소 짓던 준호가 연수의 무릎을 베고 털썩 누워버렸다. 연수의 무릎에 얼굴을 묻으며 말했다.

"준혁이 그 자식 술 취해서 울었어. 연수야."

연수가 잠시 놀란 얼굴로 준호를 바라보다 걱정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왜요?"

"힘들었대. 자식이 결혼 준비하는 동안 어머니랑 정수 사이에서 많이 힘들었나 봐. 정수 배경이 처음부터 마음에 안 드신 건 알았지만 정수를 이렇게까지 힘들게 하실 줄 몰랐대. 그런데다 정수가 임신한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다 자기한테 푸니까 이것도 저것도 다 감당이 안 됐나 봐."

연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수 언니도 많이 힘들어했어요. 두 사람 이제 안 힘들고 행복해져야 할 텐데.. 나도 실은 많이 걱정돼요. 준혁 오빠 어머님이 빨리 정수 언니의 매력을 아셨으면 좋겠어요"

준호가 연수의 손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는 말했다.

"우리 연수는 마음도 착해. 곧 그렇게 될 거야. 우니 부모님처럼 말이야. 너무 걱정 마.. 그리고 연수야. 너무 고마워."

"뭐가요?"

"네가 다른 놈 아니고 나한테 와줘서."

연수가 피식 웃자. 준호가 자리에서 살며시 일어나 연수를 바라보았다.

"이제부터라도 나 교회나 절이나 한군데 다녀야 한 대"

"누가요? 왜요?

"오늘 모인 녀석들이 하늘에 계신 분들이 나 진짜 예쁘게 봤다고 저질스러운 나 같은 놈한테 널 보내주신 건 나 정신 차리고 살라는 거래."

연수가 소리 내 웃자 준호도 따라 웃으며 말했다.

"나. 정신 차리고 똑바로 살게. 살다가 정신 못 차리면 막 패주고 그러니까 연수야. 죽을 때까지 내 옆에 있어줘. 알았지. 아니 죽어서도 같이 있자. 연수야."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준호가 연수의 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네가 내 주변 전부를 변화시켰어. 그리고 나는 미친놈으로 만들었어. 너한테 미친놈. 그러니까 연수야. 너도 나만 보고 나만 사랑해야 해. 그리고 남들이 부러울 만큼 우리 행복하자. 진짜 행복하자."

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준호가 만족스러운 얼굴로 미소 지었다. 잠시 연수의 얼굴은 가만히 바라보던 준호는 연수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곤 입술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예쁘다. 예쁘다. 연수야."

준호의 얼굴이 연수의 얼굴로 더 가까이 다가왔다. 그리곤 아까보다 더 긴 입맞춤을 했다.

* * * * * * *

결혼식이 정신없이 끝나고 연수의 손에는 정수의 부케가 들려있었다. 준호가 부케를 바라보며 자랑스러운 듯 연수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어. 저기 나오세요. 어머니. 아버지."

연수는 식장에서 나오는 정수의 가족들을 발견하고는 그곳으로 달려갔다. 준호도 빠르게 달려가 어머니 손에 들려있는 짐을 받아들었다.

상범이 웃으며 말했다.

"에고 이제 다 끝났다. 너희들도 고생했어."

연수가 웃으며 말했다.

"저희가 뭐 한거 있나요. 어머니 아버지가 고생하셨죠. 얼른 가서 편하게 쉬세요."

연수가 경자의 팔에 팔짱을 끼며 말했다. 그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정우가 준호에게 짐을 건네며 말했다.

"그럼 저희 부모님 잘 부탁드립니다."

"네. 같이 계시다 내려가시면 좋을 텐데. 부모님은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내일 잘 모시고 내려가겠습니다."

정우가 인사를 하고 사라지자. 네 사람은 준호의 차에 올라탔다.

정수의 부모님은 결혼식 이틀 전 올라오시며 정수네 시댁과 준호네 집에 주실 밭에서 뽑은 여러 가지 야채와 깨 이것저것을 엄청나게 챙겨오셨다. 혜자와 동욱은 이렇게 받기만 할 수 없다며 결혼식이 끝나고 집에서 식사를 대접하길 원했다. 정수의 부모님도 흔쾌히 승낙하고 지금 네 사람은 준호의 집으로 가기 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곧 준호의 차는 예식장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 * * * * *

"오늘 고생 많으셨어요. 아주 후련하시겠습니다."

동욱이 웃으며 상범의 잔에 술을 따랐다.

"네. 후련합니다. "

상범이 동욱이 따라준 술을 마신 후 다시 동욱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근데 자식놈 혼사 치러보니 후련하건 오는 뿐이더군요. 또 살면서 저 녀석이 잘 살고 있는 건지 항상 걱정이 되고 하여튼 결혼을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이라는 말이 맞습니다.

동욱과 상범이 동시에 크게 웃으며 들고 있던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동욱이 다시 상범에 잔에 술을 따랐다. 상범이 잠시 동욱을 바라보며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연수 저 녀석 사실 제가 며느리로 점찍어놓고 있었는데 아무리 아들 놈하고 짝지어주려고 해도 안되더니 이렇게 좋은 시부모님 만나려고 그랬나 봅니다."

"아이고. 별 말씀을요. 부끄럽습니다. 오히려 저희가 연수한테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주 착하고 똑똑한 아이입니다."

"네. 맞습니다. 제가 장담하는데 저놈 나이는 어리지만 시부모님 깍듯이 모시고 남편 내조 훌륭히 해낼 녀석입니다."

"네."

상범과 동욱이 술잔을 마주치며 웃었다. 단숨에 술을 비워낸 상범이 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제가 살아있는 동안에는 저희 밭에서 나는 것들 항상 챙겨서 보내드리겠습니다. 연수가 진짜 내 자식은 아니지만 자식 같은 아이입니다. 실수하더라도 예쁘게 봐주세요. 부탁드립니다."

"아이고 아닙니다. 저 오늘 아주 기분 좋습니다. 연수한테 이렇게 좋은 분들이 계셔서요. 제가 이제부터 사돈 분들 깍듯이 모실 테니 제가 더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자주 봅시다. 사돈."

두 사람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옷집 안을 가득 채웠다. 주방에 있던 혜자와 경자도 사이좋게 웃으며 나란히 앉아 과일을 깎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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