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22화 (12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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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수

준호는 차를 주차하고 빠르게 아파트 입구로 걸어갔다. 하지만 준호는 곧 걸음을 멈추고 언제부터였는지 저렇게 서 있었는지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잔뜩 웅크린 채 화단 어딘가를 바라보는 연수를 발견하고는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연수야."

연수는 고개를 돌려 준호를 확인하고는 반갑게 웃으며 준호를 향해 달려왔다. 연수의 얼굴이 잔뜩 얼어있는 걸 확인한 준호는 연수에게 화가 난 표정으로 말했다

"아파트로 올라간다니까 뭐하러 미리 내려와 있어. 언제부터 기다린 거야?"

"얼마 안 됐어요. 어차피 부모님 집으로 바로 갈 건데 뭐하러 올라와요. 팀장님만 고생스럽게 내가 움직이는 게 빠르잖아요."

연수가 웃으며 준호의 팔짱을 끼며 이야기하자. 준호가 연수를 손을 잡으며 말했다.

"얼마 안 되긴 손이 얼음장처럼 차갑구먼. 하여튼 너는 감기만 걸려봐. 혼날 거 각오해라."

연수가 미소 짓자. 잠시 연수를 바라보던 준호도 피식 웃어버리고 말았다.

* * * * * *

연수가 준호의 집 앞에 도착해 차에서 내리기 전 준호에게 바라보며 굳은 얼굴로 말했다.

"내가 말한 거 팀장님 꼭 지켜요."

"그래. 알았어. 네 말대로  눈뜨고 귀 닫고 있을게. "

그제야 만족한 듯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자 준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수에게 말했다.

"근데. 어머니가 혹시 네가 할 수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시면 만약 그렇다면 내가 조금은 나서는 게...

연수가 다급하게 준호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어머니가 그럴 분도 아니지만, 혹시 만에 하나 내가 할수없는 요구를 하신다 해도 그것도 어머니랑 내 일이니까 절대…. 절대 나서지 마요. 만약 나하고 어머니 사이에 끼어들면 나 진짜 팀장님 안 봐요."

준호가 걱정스럽게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알았어.  인마. 사람 무섭게 안 본다고 까지 하냐. 알았어. 절대 나서지 않을게. 다 너한테 맡긴다고. 이제 됐어."

"나 없을 때 어머니한테 따지고 그런 것도 하지 말고요."

"알았다고."

연수가 만족한 듯 웃으며 연수가 차에서 내리자.  준호도 곧 연수를 따라 차에서 내렸다. 두 사람은 두 손을 맞잡고 나란히 서서 현관의 벨을 눌렀다.

* * * * * * *

식사를 마친 네 사람은 거실에 나와 혜자가 가지고 나온 차와 과일을 먹고 있었다. 그러다 혜자가 준호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날짜는 어떻게 할 거야?"

준호가 들고 있던 과일을 접시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날짜는 연수가 부모님이 잡아주시는 날짜에 하자고 해서요. 아버지 어머니가 좋은 날짜 잡아주시면 그 날짜에 하려고요."

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좋은 날짜로 한번 잡아보자."

준호가 조심스럽게 다시 말을 꺼냈다.

"그리고 결혼식은 거창하게 안 하고 최소 인원으로 분위기 좋은 곳에서 소규모로 치르고 싶은데 두 분 생각은 어떠세요?"

동욱이 들고 있던 찻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게 우리 생각이 왜 필요해?"

준호가 동욱을 바라보았다.

"이 녀석아. 우리가 결혼 하는 날도 아니고 너희 날인데 너희가 정하는 대로 우리가 따라가는 거지 우리 생각이 왜 필요하냐고. 너희는 우리한테 잊지 말고 장소만 알려주면 되는 거야 그리고나도 거창한 결혼식 반대다. 요즘은 간단히 친분 있는 사람들만 초대해서 소규모로 많이 한다던데 우리는 너희만 좋다면 무조건 찬성이다."

준호가 이제야 안심이 되는 듯 연수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연수도 준호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을 때였다. 혜자가 연수의 앞에서 보란 듯이 다이어리리 하나를 펼쳐 보였다. 연수의 다이어리였다 연수가 놀란 듯 혜자를 바라보았다. 혜자가 다이어리를 탁자에 내려놓으며 연수에게 물었다.

"너희 결혼하면 집은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참고로 우리는 조만간 준상이 네랑 합쳐야 할 것 같아서 여기는 인원 초과야 그럼 당연히 준호 아파트겠네."

준호가 대답하려 하자 연수가 준호의 팔을 텁석 잡더니 빠르게 대답했다.

"네."

혜자가 볼펜을 꺼내 다이어리를 바라보다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세탁기. 냉장고. 오븐. 연수야 이것들 다 새로 사려고 적어놓은 거야?"

혜자가 다이어리에서 눈을 떼 고개를 들어 연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연수가 고개를 끄덕이었다. 혜자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흔들고는 연수에게 물었다.

"왜?"

"네?"

"왜냐고? 너 이사 할 때도 말했지만 준호 아파트 들어갈 때 내가 가전제품 최신 거로 다 넣어놨는데. 혹시 고장 난 거 있어?"

"아니요."

"근데 이걸 왜 새로 사려고 적어놓은 거야?"

"그…. 그게 혼수라고 해서요."

"누가?"

"회사 언니들도 그렇고…. 인터넷도 "

"최연수."

"네."

"너 준호한테 시집오는 거 아니었어? 그리고 이런 게 있으면 준호나 나한테 물어봐야지 왜 다른 사람 이야기 듣는데. 너 그 사람들한테 시집 가는 거야?"

"아니요."

혜자가 잠시 연수를 바라보다 다시 다이어리를 확인했다.

"좋아. 혹시 지금 당장 급하게 바꿔야 할 가전제품 있어?"

"아니요."

혜자가 연수의 대답을 듣더니 연수가 적은 가전제품 품목 부분에 줄을 그으며 말했다.

"그럼 이거는 필요 없고. 이것도 필요 없고. 이것도 . . ."

그러다 혜자는 준호에게 말했다.

"한준호 너 양복 없어?"

준호가 웃으며 대답했다.

"아니요. 너무 많아서 처치곤란 이예요."

"그럼 이것도 필요 없고 부모님 한복? 이건 우리를 말하는 거야?"

혜자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수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네."

혜자가 동욱을 바라보며 물었다.

"당신 한복 필요해요?"

"아니."

"하긴 한복이 필요하긴 하구나. 그럼 우리 애들 결혼식 하루 입는 건데 빌려 입어요. 어때요?"

"나는 당신 하는 데로 따라갈 거야 알아서 해."

"그럼 이건 빌리는 거로 그리고 은수저. 이불세트. 연수야 우리 집에 있는 금수저도 안 쓰는데 은수저 필요 없다. 그리고 우리 집 이불장 지금 포화상태다. 너까지 보태지 마라. "

다이어리에 내용이 혜지의 의해 하나. 둘 줄이 그어지고 어느새 한가지의 항목만 남아 있었다.

"형님. 형수님?"

혜자가 연수를 바라보자 연수가 작은 소리로 속삭이듯 대답했다.

"새 사람이 들어오니까 해 드려야 한다고... "

"누가? 회사 언니들이?"

"네. 그리고 인터넷도 그렇고."

혜자가 다이어리를 내려놓으며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연수야."

"네"

"우리 이렇게 복잡하게 주고받기 하지 말자. 너희 결혼식 간단히 한다며 그럼 이런 것도 다 없애자고. "

"그래도..."

"연수야. 이미 우리는 가족인데 이런 게 왜 필요한데 사실 안 그래도 네가 이렇게 혼자 준비하고 있을 거 같아서 하지 말라고 부른다는 게 너무 늦었네. 연수야. 우리 그냥 지금처럼 살자. 단지 너희 결혼식만 올린다고 생각하라고. 그러니까 너희는 식이나 예쁘게 올릴 준비나 해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고. 알겠어."

연수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이 없자 혜자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서운해?"

연수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아니요."

"근데 왜 그렇게 시무룩해? "

연수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들어 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죄송해서요. 저희 부모님이 계시면 어머님 아버님. . ."

연수의 말을 자르며 혜자가 들고 있던 찻잔을 내려놓았다.

"최연수 넌 나이도 어린 녀석이 어찌 그렇게 생각이 많아. 연수야. 니 말처럼 너희 부모님이 살아 계셨어도 우리는 지금 하고 똑같이 하자고 했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생각은 다시는 하지 마. 난 말이야 네가 저 녀석을 데리고 살아주는 것만도 고마워서 내가 더 해줘야 할 판이거든...그리고 연수야."

"네."

"우리는 말이야. 너를 며느리가 아니라 딸로 데리고 오고 싶어 우리 필요 없는 이런 것들 다 생각하지 말고 네가 세상에서 제일 예쁠 결혼식만 신경을 쓰자. 그리고 앞으로도 서로 노력해서 가족보다 더 진한 가족이되 보자."

연수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 후 네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로 시간을 더 보냈고 연수가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준호의 차에 올랐을 때는 반찬이 가득 안겨있었다.

연수는 보자기에 싸여있는 반찬들을 쓰다듬고 또 쓰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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