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21화 (12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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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준비

[어. 우진아.]

[뭐하냐? 퇴근했냐?]

[어. 퇴근하고 아파트에 왔어.]

[연수랑 같이 있어?]

[아니.]

[근데. 왜 거기 가 있어. 연수도 없다면서 집으로 곧장 안 가고]

[ 왜? 할 말 없음 끊어라.]

[야. 한준호 너 지금 이 전화 끊으면 진짜 후회한다]

우진의 웃음 섞인 말에 준호가 피식 웃고는 말했다.

[왜 전화했는데?]

[너 내 이야기 들으면 나한테 완전 감동할 거다. 자 단단히 감사할 준비하고 들어라.]

[너. 들어봐서 별거 아니면 죽는다.]

[아. 짜식 너 엊그제 풍경 좋은 별장 알아보고 있다고 했잖아.]

[응. 근데 그게 왜?]

[그거 내가 찾아냈다.]

[뭐? 진짜? 그게 어딘데?]

[청평. 멀지도 않고 좋지.]

[그 정도면 완전히 감사하지. 근데 어떻게 알게 된 거야?]

[ 회사 사람들하고 점심시간에 밥을 먹고 있는데 요즘 소규모 결혼식 어쩌고 텔레비전에서 떠들더라 그러다 우연히 내가 내 친구 중에도 그런 결혼식 하려고 풍경 좋은 별장 하나 알아보고 있다고 하니까. 직원 중 하나가 자기 친구 할아버지가 청평에 집이 있는데 지금 외국 딸 집에 계신다고 하더라. 거기가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모르지만 몇 년 전만 해도 풍경도 예쁘고 집도 예뻤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내가 이 정확한 촉으로 여기다 생각해서 오늘 온종일 그 직원 쫓아다니면서 부탁했지 그거 내 친구 좀 빌릴 수 없느냐고. 그래서. 내가 해냈다는 거 아니냐. 그 별장 주인 할아버지가 내 후년에나 한국에 들어오신대.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결혼식 정도 하려면 별장을 오래 비워둬서 주변 청소는 해야 한 데. 그 청소 비용만 알아서 하고 원하는 날짜에 편하게 사용하란다."]

[우진아.]

[왜? 감동하였느냐?]

[넌 진짜 멋진 녀석이야. 내 맘 알고 있지. 내가 꼭 이 은혜 갚으마.]

[됐거든. 어서 불러주는 주소나 적어봐. 그래도 연수랑 직접 가보고 판단해야지.]

[그래. 우진아. 잠깐만..]

준호는 빠르게 책상으로 달려와 볼펜을 들고 우진이 부르는 주소를 책상에 펼쳐져 있는 다이어리에 적어 내려갔다. 그러다 문득 준호의 눈에 이미 작성돼있는 있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잠시 정신을 놓고 다이어리 내용을 바라보던 준호는 휴대전화 안에서 들리는 우진의 목소리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야. 다 적었냐고. 야 한준호.]

[어…. 미안. 어 그래 다 적었어. 진짜 고맙다. 우진아. 내가 다음 주에 네가 좋아하는 술 엄청나게 사주마."]

[알았다. 그럼 열쇠 받으면 전화할게.]

[그래. 진짜 고맙다.]

준호는 휴대전화기를 주머니에 넣고는 책상에 놓여있는 다이어리를 집어 들었다. 준호가 들고 있는 다이어리에는 결혼식에 신부가 준비해야 할 물품 품목과 금액이 빼곡히 적어있었다.

* * * * * * * *

준호는 집 앞에 도착해 다이어리를 다시 열어보았다. 준호는 다이어리를 천천히 살피다 어느 한 부분에 눈살을 찌푸리고 말았다.

[팀장님 집에 해드릴 것. 팀장님 양복. 부모님 한복. 형님. 형수님. 예단비. 이불세트. 반상기 은수저 세트]

준호는 한참을 바라보다 무언가 결심한 듯 다이어리를 접어 손에 쥐고는 차에서 내려 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어서 와라. 오늘은 늦었네. 밥은?"

"먹었어요."

"그래. 그럼 피곤하니까 아버지 서재에 계시니까 인사드리고 얼른 올라가서 쉬어."

"네."

그러나 준호가 움직일 생각도 안 하고 자신을 바라보자 혜자가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왜? 뭐 먹을 거 좀 챙겨줘?"

"아니요. 저 말씀드릴 게 있어서요."

"무슨 말? 왜? 무슨 안 좋은 일이야?"

준호가 말없이 혜자를 바라보자 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래. 그럼 들어보자. 근데 아버지 없이 나 혼자 들어야 하는 거야?"

"두 분이 같이 들으셔도 상관없어요."

"그럼. 너 올라가서 아버지 모시고 내려와. 네 얼굴 보니까 나 혼자 듣기는 무섭다."

혜자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하자. 그제야 준호는 굳어있던 표정을 풀고 동욱의 서재로 걸어갔다.

동욱이 내려오고 혜자가 차를 가지고 나와 소파에 앉자 준호가 가지고 있던 다이어리를 혜자앞에 쓱 내밀었다. 동욱과 혜자가 잠시 눈을 마주치더니 곧 혜자가 다이어리를 들고 내용을 읽어내러 갔다.

혜자가 얼마후 고개를 들어 준호에게 물었다.

"이게 뭐니?"

"연수가 작성한 거예요."

"연수가 이걸 작성했다고?"

혜자가 연수라는 말에 다이어리를 다시 한 번 살피더니 한숨을 한번 크게 쉬더니 다이어리를 동욱에게 내밀었다. 동욱이 다이어리를 살피기 시작하자. 그제야 준호가 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머니."

혜자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죄송해요. 어머니."

혜자가 커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뭐가 말이니?"

"전 생각도 못 했어요. 결혼식 이라는 게 그냥 저랑 연수만 좋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정식 절차라는 게 있다는 걸 잊고 있었어요. 사실 어머니. 아버지 형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마음 많이 상하셨잖아요. 그래서 결혼식은 남들 하는 만큼 바라고 계실 테지만 저희 그렇게 못해요. 아니. 연수는 이런 생각하고 있지만 전 연수가 이렇게 해 오는 거 못 받아요. 어머니 저 연수한테 상처 많이 준 놈이에요. 그중에 여자 문제도 있었고요. 저 연수가 저 이렇게 받아주고 결혼하자고 말해준 것 만으로도 소리치고 싶은 만큼 좋은데 연수…. "

그때였다. 혜자가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가 더는 말하지 않아도 나는 내 아들이 어떤 녀석인지 알거든 그러니까 창피하게 그런 이야기는 더 안 들어도 되겠구나. 그런데 이게 진짜 연수 혼자 작성한 거란 말이지…."

"네."

혜자가 다시 다이어리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말했다.

"이런 걸 어떻게 알고 이렇게 꼼꼼하게 챙겼을까?"

"연수랑 같이 일하는 분들 중에 결혼하신 분들이 꽤 많아요. 그리고 혼자서 인터넷으로 정리한 거 같아요."

혜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다이어리를 동욱에게 건넸다. 다이어리의 내용을 확인하고는 동욱이 탁자에 다이어리를 내려놓았다. 그리고는 혜자를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를 지어 보이자 혜자가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일 저녁에 퇴근하고 연수 집으로 오기로 했어. 내가할말 있다고 집으로 오라고 했거든. 그때 너도 오든가…. "

준호가 놀란 얼굴로 혜자를 바라보자 혜자가 웃으며 말했다.

"내가 연수한테 너 달고 오지 말고 혼자 오라고 했거든. 네가 모르는 것 보니까 말 안 했나 보네."

혜자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준호가 잔뜩 찌푸린 채 자신을 바라보자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며 말했다.

"얼굴 펴. 네 색시 안 잡아 먹으니까."

준호가 답답한 동욱을 바라보았지만 동욱은 그저 어깨만 으쓱하고는 커피잔을 들었다. 준호는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방으로 돌아온 준호는 휴대전화를 꺼내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연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네. 팀장님."

"너. 내일 집으로 오기로 했어?"

연수가 대답이 없자 준호가 다시 물었다.

"오기로 했느냐고?"

"아…. 네"

"나한테 왜 말 안 했어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어떻게 혼자 올 생각은 할 수가 있느냐고? 내일 끝나고 아파트에 가서 나 퇴근 할 때까지 기다려. 나랑 같이 와. 어머니도 다 아니까 걱정하지 말고 내가 말씀드릴게. 알았어?"

연수가 이번에도 대답이 없자 준호가 재촉하며 다시 물었다.

"알았느냐고?"

"네. 그렇게 할게요."

연수가 힘없이 대답하자 준호는 그제야 만족한 듯 전화를 끊었다 휴대전화를 탁자에 내려놓고는 그제야 천천히 넥타이를 풀었다. 제발 내일 연수가 부모님 때문에 상처받을 일이 없도록 간절히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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