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07화 (10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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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원

"어디가?"

"어. 깼어 나 때문에 시끄러워서 깬 거야. 미안."

"어디 가느냐고?"

"서점

"너 오늘 쉬는 날 아니냐?"

"어."

"밥은?"

"빵 한 조각 먹었어."

"야. 밥 먹으라고 했지. 반찬이랑 다 있고만."

"알았어. 어서 들어가서 더 쉬어."

"언제 올 건데? 너도 쉬는 날은 남들처럼 뒹굴뒹굴 좀 해라. 꼭 어디를 쏘다녀야 직성이 풀리냐."

"알았어. 다음 쉬는 날은 뒹굴뒹굴 할게. 됐지. 나간다."

연수가 막 현관문 손잡이를 잡고 문을 열 때였다. 연수의 코트 주머니에서 휴대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연수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확인하고는 모든 동작을 멈추고 눈으로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수는 연수에게 다가가 연수의 시선을 따라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연수의 휴대전화에는 어머니라는 세 글자가 화면에 떠 있었다.

"어머니?"

연수가 정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며 말했다.

"팀장님. 어머니."

정수가 놀란 눈으로 얼른 받아 보라며 손짓을 했다.

[여보세요.]

[최연수 씨 휴대전화 맞나요?]

[네. 어머니 저 연수예요.]

[어. 그래 난 줄 어떻게 알았니? 내 번호 알고 있었니?]

[네. 팀장님한테 물어봐서 저장해 놨었어요.]

[그렇구나. 근데 너무 이른 시간에 전화한 거 아니니?]

[네. 아니에요.]

[그럼 다행이고. 근데 오늘은 몇 시에 출근하니?]

[오늘은 쉬는 날이에요. 어머니.]

[그래. 마침 다행이구나. 그럼 오늘 바쁘니?]

[아니요. 잠깐 서점 들렀다. 집에서 쉬려고요.]

[그래. 그럼 잘됐구나. 오늘 나랑 만나서 점심이나 같이 먹을까? ]

[점심이요?]

[그래. 왜? 불편할거 같으니?]

[아니요. 어디로 갈까요? 제가 어머니 계신 곳으로 시간 맞춰서 갈게요.]

[아니다. 서점 어느 쪽으로 갈 거니?]

[시청이요.]

[지금 나올 거니?]

[네.]

[그럼. 내가 그쪽으로 가서 전화할 테니까 너 책 다 고르면 근처에서 만나는 게 좋을 거 같은데. 어떠니?]

[어머니 힘드시지 않으면 그렇게 할게요.]

[그래. 알았다. 그럼 근처에 가서 전화하마.]

[네. 이따 뵙겠습니다.]

연수가 전화를 끊자 숨소리도 못 내고 옆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정수가 빠르게 물었다.

"뭐라고 하시는데?"

"점심 먹자고 하시네."

정수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연수의 손을 꽉 붙잡았다.

"연수야."

"왜?"

"혹시 너 오늘 물벼락 맞거나 아님 돈 봉투 받는 거 아니냐?"

연수가 피식 웃으며 정수의 팔을 꽉 잡았다.

"뭐 물벼락 한번 맞고 돈 봉투 받아오지 뭐 어차피 나 언니 냉장고 해줘야 하는데 그 돈으로 하면 되겠다. 돈 굳고 좋네."

정수가 입을 삐죽이며 연수의 등을 세게 내리쳤다.

"이 계집애야. 이 상황에서 장난이 쳐지냐?"

"아..아파. 언니 걱정하지 마 그러실 분이었음 벌써 했을 거야. 그리고 좋은 분이셔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 말고 어서 쉬면서 짐이나 싸두셔."

"그래도...."

"하여튼 조카 생기고 요즘 쓸데없는 걱정이 늘었어. 그것도 호르몬 때문인가?"

정수가 연수를 노려보자 연수는 웃으며 손을 흔들고 빠르게 현관을 나섰다.

* * * * * *

연수는 책을 계산하고 나와 혜자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멀리서 혜자의 모습이 보였다. 연수가 웃으며 혜자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그래. 근데 왜 나와 있어? 추우니까 안에서 기다리라니까."

"안에 있으면 답답해서요."

혜자가 잠시 연수의 손에 들린 서점 쇼핑백을 바라보며 연수에게 말했다.

"책은 다 산 거야?"

"네."

"그럼 우리 밥 먹으러 가볼까?"

"네."

* * * * *

두 사람은 잠시 후 깔끔한 한정식집에 들어갔다. 자리에 앉은 혜자가 메뉴판을 들어 연수에게 물었다.

"뭐 먹을래?"

"된장찌개요."

"그럼 나는 갈치 정식 먹어야겠다."

메뉴를 고른 혜자는 자신 앞에 물을 따르고 수저와 젓가락을 챙기는 연수를 바라보고 있다가 조용히 연수를 불렀다.

"연수야."

"네."

"요즘 무슨 힘든 일 있었니?"

연수가 웃으며 혜자에게 말했다.

"아니요."

"아니긴 살도 빠진 거 같고 입술은 또 왜 그 모양이야. 밥은 먹고 다니는 거야?"

"같이 사는 언니가 잘 챙겨줘서 밥은 잘 먹고 다녀요."

"근데 왜 그렇게 살이 안 찌니. 어째 볼 때마다 살이 더 빠진 거 같다."

연수가 배시시 웃자 혜자가 물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먹고 싶은 반찬이나 음식 있으면 언제든지 전화해 해줄 테니까 준호 없다고 불편하게 생각하지 말고 알았어."

"네."

곧 주문한 음식이 나오고 혜자는 연수가 먹기 편하도록 반찬을 연수 쪽으로 밀어주었다. 그리곤 갈치의 뼈를 먹기 좋게 발라 간간이 연수의 밥 위에 올려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후식으로 커피를 마시며 혜자가 연수에게 말했다.

"네가 참 예쁜게 뭔지 아니?"

연수가 혜자를 바라보았다. 혜자가 웃으며 연수에게 말했다.

"밥을 먹는 게 진짜 예뻐. 어찌나 잘 먹는지 더 주고 싶다니까. 우리집 식구들은 하도 깨작여서 맛있는 거 주고 싶다가도 빼앗고 싶다니까."

연수가 웃자 혜자가 따라서 웃고는 잔을 내려놓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자. 나랑 어디 좀 가자."

"어디요?"

"따라오면 알아."

연수는 혜자를 따라 밖으로 빠르게 나왔다. 신발을 먼저 신은 혜자가 망설임 없이 계산대로 다가갔다. 연수가 신발을 신는 둥 마는 둥 계산대로 다가가 카드를 먼저 내밀었다.

"어머니 제가 살게요."

"먼저 만나자고 한 사람이 사야지 "

혜자가 연수의 카드를 집어 연수에게 내밀고는 직원에게 자신의 카드를 내밀었다. 굳어진 얼굴로 서 있는 연수를 바라보며 계산을 마친 혜자가 웃으며 카드를 내밀었다. 연수가 카드를 받았다.

"걱정하지 마. 내가 사는 거 아니니까."

카드에는 준호의 이름이 쓰여 있었다. 연수가 혜자를 바라보자 혜자는 연수의 입에 박하사탕을 넣어주며 말했다.

"준호방 청소하다가 카드를 발견했지 뭐야. 떨어트리고 찾지도 않고 우리 준호좀 놀래라고 이 카드로 오늘 한번 놀아보자."

연수는 웃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고민되는 얼굴로 먼저 나간 혜자를 따라 직원에게 인사를 하고 나갔다.

* * * * * *

혜자가 도착한 곳은 연수가 생각지도 못한 한의원이었다. 혜자가 간호사와 이야기를 잠시 나누고 연수가 앉아있는 자리로 돌아왔다. 잠시 후 기다리는 환자들을 제치고 연수의 이름이 불렸다.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 혜자는 한의사에게 아는 체를 했다.

"바쁘네. 환자 많은데. 이러다 곧 부자 되겠어."

"뭐야. 왜 이렇게 오랜만이야. 약해준다고 오라고 할 때는 오지도 않고."

"튼튼한 사람이 약을 왜 먹니."

"그 튼튼한 건강 지키려고 먹는 거지 근데 옆에 있는 아가씨는 누구신가?"

"우리 집 막내딸. 연수야 인사드려 엄마 친구분이야."

연수가 놀란 얼굴로 얼른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최연수 입니다."

"그래요. 반가워요."

두 사람이 인사를 나누는 모습을 웃으며 바라보던 혜자가 친구를 바라보며 말했다.

"우리 연수 겨울 잘 나라고 좋은 약재로 약 해줘야 해 효과 없으면 쫓아온다."

"걱정하지 마 우리 한의원에서 최고로 좋은 약재만 쓸 테니까. 자 우리 진맥부터 해봅시다."

연수는 아직도 멍한 얼굴로 팔을 내밀었다.

* * * * * *

"자. 뭐가 문제인지 다시 해보자고."

준호가 마음대로 안 되는 기계를 손으로 툭툭 치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팀원들이 각자 맡은 자리로 다시 흩어졌다. 준호가 기계를 이리저리 살피고 있을 때 였다. 문자 알림음에 준호는 휴대전화를 바라보고는 살며시 미소 짖고는 다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

휴대전화 문자는 카드결제 문자였다. 문자에는 우리 한의원 삼십만 원이 적혀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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