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106화 (10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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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두 분만 괜찮으시면 한 일 년 정도 집에 들어와서 지내고 싶어서요."

"혜지와 동욱은 동작을 멈추고 준호를 바라보며 놀란 듯 말했다.

"집에?"

"니 아파트는 어쩌고?"

준호는 아무 일 없는 사람처럼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탁자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늦게나마 부모님의 사랑을 느껴보고 싶어서요."

동욱이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어버렸다.

"너무 늦은 거 같다는 생각 안 드냐? 유학 마치고 집 얻을 때 같이 살자고 그렇게 말할 때는 안된다고 강하게 외치더니 갑자기 무슨 바람이 불어서 그런 생각을 했을까? 무슨 일이냐? 이런 결정을 한데는 필시 사정이 있을 거 같은데…. 너 혹시 우리 몰래 가지고 있는 주식이 망했냐? 아니면 도박을 했던가. 둘 중에 뭐냐?"

"둘 다 아니에요. 집을 빌려줘야 할 사람이 생겨서요."

"누구?"

"연수요."

혜자가 과일을 깎던 손을 멈추고 준호에게 물었다.

"연수 친한 언니랑 같이 산다고 하지 않았어. 왜 그 언니라는 사람하고 사이가 틀어진 거야?"

"아니요. 그 언니가 갑자기 결혼하게 돼서요. 집을 빼야 하는 상황이 와서요. 근데 집이 빨리 빠져야 연수 돈이 나오는데 집이 빨리 빠질 거 같지도 않고. 연수 그 녀석은 우선 집이 빠질 때까지 반지하 월세나 여자들만 지내는 고시원에서 잠깐 지낸다고 하니까 요즘 안 그래도 혼자 사는 여자들 사건 사고도 자주 나는데 제가 걱정이 돼서요. 그래서 제가 여기로 들어오고 연수를 제 아파트에서 지내게 하려고요."

동욱이 잠시 준호를 바라보다 모든 동작을 멈추고 준호를 바라보고 있는 혜자를 보았다. 혜자는 준호를 바라보다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근데 왜 일 년이니?"

준호는 고개를 들어 혜자와 동욱을 바라보며 말했다.

"일 년 후에는 연수 데려와야죠. 지금도 데리고 오고 싶은데 연수가 영 결혼할 생각이 없어서요. 일 년 정도 열심히 꾀어서 내년에는 결혼하려고요."

동욱이 웃으며 준호에게 말했다.

"그래서 우리 집을 이용하시겠다."

준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동욱이 다시 준호에게 물었다.

"이 자식 대답 안 하는 거 보니까 진짠가 보네. 여보 이 자식 받아주지 말라고."

동욱이 웃으며 혜자에게 말하자. 혜자가 동욱에게 눈을 흘겨보고는 준호에게 말했다.

"우리가 너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어떻게 할 거니?"

준호가 다시 혜자와 동욱을 바라보며 웃음기 하나 없는 얼굴로 말했다.

"할 수 없죠. 같이 살아야죠. 연수가 죽어도 싫다고 하면 어떻게든 같이 살게 만들어야죠. 연수가 고시원 들어가는 건 제가 죽어도 싫으니까요."

혜자가 고개를 흔들며 다시 과일을 깎기 시작했다. 그런 혜자를 바라보며 준호가 말했다.

"옷만 가지고 일요일에 들어올게요."

동욱이 재밌다는 듯 웃으며 준호에게 물었다.

"어째 우리한테 오늘 통보하러 온 거 같다."

"그럴 리가요. 저는 부탁하러 온 겁니다."

혜자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두 번만 부탁했다가는 집문서 내놓으라고 하겠다."

준호가 웃으며 혜자가 깎아놓은 사과를 포크로 찍으며 말했다.

"주시면 감사하게 받을께요. 그리고 부탁한 김에 어머니한테 부탁한 가지 더 드리려고요."

혜자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는 사과를 한입 베어 물고는 씩 웃으며 혜자를 바라보았다.

* * * * * * * * *

준호는 집에서 나와 다시 회사로 돌아왔다. 팀원들과 내일 작업하러 내려가는 기계를 마무리 작업까지 마치고 퇴근을 하고 차에 오른 준호는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준호야. 무슨 일이냐?]

[너. 어디야? 정수랑 같이 있어?]

[아니. 정수는 집에 있을 것이고 나는 사무실]

[그래. 그럼 술이나 한잔 할래? 나 지금 출발하면 너희 사무실까지 넉넉잡고 30분 후면 도착할 거 같은데. 어때?"

[좋지. 그래 얼른 와라.]

[준혁아. 괜찮으면 정수 잠깐 부르자. 내가 정수한테 할 말이 있거든.]

[왜? 무슨 일 있어?]

[이따 만나서 이야기하자.]

[그래. 정수한테 전화해볼게. 조심해서 와라.]

[알았다.]

잠시후 준호의 차는 주차장을 빠르게 빠져나왔다.

* * * * * * * * *

"준비는 잘되고 있는 거야?"

"준비랄게 있냐. 그냥 내가 살던 집에 그냥 들어가는 거라 할 게 없어."

"뭐 필요한지 이야기해. 살 줄 테니까."

"그래. 정수한테 물어볼게. 아. 연수는 냉장고 해준다더라."

"어. 들었어."

"나 그것보다 더 좋은 거 불러도 되냐?"

준호가 웃으며 준혁에게 말했다.

"니 눈빛 보니까 무섭다. 아서라.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적당히 불러라."

"연봉은 네가 나보다 몇 배는 세거든요. 지보다 연봉 낮은 연수도 냉장고 해주는데. 어. 정수다."

준혁은 준호에게 말하다 정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정수를 반겼다. 그런 준혁을 바라보며 준호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렇게 좋으냐? 입 다물어라. 파리 들어가겠다."

"어. 완전 좋아. 파리 백마리 들어가도 못 다문다. 우리 정수 보면 저절로 벌어지는걸 어찌하겠느냐."

"미친놈."

잠시 후 정수가 자리에 앉자 준혁이 정수의 목도리와 코트를 직접 벗겨주고는 정수의 배를 쓸어내리며 흐뭇하게 웃으며 말했다.

"우리 정수랑 꼬물이 오느라 고생했어. 다음에는 아빠가 데리러 갈게."

준호가 더는 못 봐주겠다는 듯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짜증 석인 목소리로 말했다.

"작작들 좀 하지."

그제야 정수가 웃으며 배에서 준혁의 손을 내리며 준호에게 말했다.

"오빠 할 말 있다며. 뭐야?"

"연수는?"

"자고 있지. 내일 출근 하니까."

"둘이 이제 괜찮아?"

"응. 아까 저녁 먹으면서 풀었어."

"집은?"

"당연히 이사 안 하기로 했지. 오빠 지금 나 부른 거 우리 아직도 싸우고 있는지 알아보려고 불렀구나. 연수 걱정돼서. 연수 걱정하지 마 아까 다 풀어졌어."

"그래. 근데 정수야."

"응."

"집 내놔라."

"어? 무슨 말이야?"

"연수 우리 아파트에 데려다 놓게 집 빼라고."

정수가 준혁이 놀란 듯 준호를 보았다. 정수가 정신을 차리고 준호에게 물었다.

"오빠. 지금 그 말은 연수랑…. 그 뭐냐? 동…. 동 아니...지금 연수랑 같이 살겠다는 거야?"

준호가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건 현재 내 꿈이다. 연수가 그렇게 할 아이가 아니라는 건 네가 더 잘고 있지 않냐."

"그…. 그렇지. 그럼 같이 사는 게 아니면 어떻게 한다는 거야?"

"나 집으로 들어갈 거야. 이번 주 일요일에. 그러니까 연수한테는 내가 이야기 하기 전에 아무 말 하지 말고 연수 모르게 집부터 내놔. 이번 주에 내가 연수한테 말할게."

정수가 잠시 입술을 깨물며 고민을 하자. 준호가 말했다.

"지금 사는 집도 좋지만 너 없이 연수 혼자 있으면 그래도 회사에서 더 가깝고 덜 위험한 아파트가 낳지 않겠냐."

정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준호에게 말했다.

"그건 그런데…. 연수가 오빠 집에 들어가려고 할까?"

"걱정하지 마. 다 생각이 있으니까. 너는 우선 내일 당장 집부터 내놔 알았지."

정수가 잠시 고민하다가 알았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시원한 듯 준호는 수주한 잔을 시원하게 마시고는 기분 좋게 소주잔을 내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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