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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남자-102화 (102/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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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산책

"어서 먹어."

준호와 준혁이 밥상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자. 상범이 무뚝뚝한 얼굴로 두 사람에게 말했다. 상범의 말에도 두 사람이 천천히 밥을 먹기 시작하자. 상범은 두 사람에게 또 한 번 호통을 쳤다.

"푹. 푹 못 먹어. 사내새끼들이 먹는 게 그게 뭐야. 깨작깨작 그래서 너희 믿고 내 새끼 넘겨 주겠어."

두 사람이 상범의 호통에 그제야 수저에 밥을 한가득 퍼서 먹기 시작했다.

"두 그릇씩 먹어. 사람은 밥심이 든든해야 뭐든 다 할 수 있는 거야. 알았어."

"네."

두 사람은 동시에 대답하고 다시 밥을 먹기 시작했다. 그제야 상범은 마음에 들었는지 아무 말 없이 밥을 먹는 두 사람을 조용히 노려보듯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이 힘겹게 목까지 차오르게 밥그릇을 비울 때 누군가 방으로 들어왔다. 두 사람이 밥을 먹다 일어나자 정우가 웃으며 말했다.

"편하게 드세요. 늦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정수랑 연수 오빠 강정우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눈 후 두 사람은 다시 상 앞에 앉았다. 이제는 정우까지 합세해 두 쌍의 눈이 준호와 준혁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은 그야말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정신없이 밥그릇을 비워냈다.

두 사람이 꾸역꾸역 겨우 식사를 마치고 한시름 놓을 때였다. 상범의 목소리에 두 사람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다.

"정우야 네 엄마한테 가서 여기다 먹었으니까 술상 보라고 해라."

"네."

정우가 나가고 얼마후에 밥상이 나가고 곧 술상이 다시 준호와 준혁이 앞에 놓였다. 두 사람은 무릎을 꿇은 채 마른침만 꿀꺽 삼키고 있었다.

상범이 두 사람에게 술을 따라 주었다.

"그래. 부모님들은 다 건강 하신가?"

두 사람이 술잔을 비우고 동시에 대답했다.

"네."

상범이 다시 술을 따라 주며 말했다.

"둘 다 내 자식들 달라고 온 건가?"

다시 급하게 술잔을 비우고 두 사람이 대답했다.

"네."

상범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술잔을 비우고는 다시 두 사람의 빈 잔에 술을 따랐다.

"지금 뭐해서들 먹고 사는가?"

두 사람이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고 가만히 앉아있자. 상범이 또 한 번 호통을 쳤다.

"아. 지금 하는 일이 뭐냐고."

준혁이 다급하게 대답했다.

"아. 예. 건축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음. 그래. 그럼 자네는?"

"네. 회사에 다니고 있습니다. 신제품 개발 팀장으로 있습니다."

상범이 준혁의 잔에 술을 따라주며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뭔가?"

"네?"

"아. 구체적인 계획이 뭐냐고. 사고를 쳐서 애를 배속에 달고 왔으면 구체적인 계획이 있을 거 아닌가. 그쪽 어르신들은 아는 거야?"

"아…. 아직 모르십니다. 먼저 허락받고 올라가는 대로 인사드리고 이른 시일 안에 날짜 잡겠습니다."

"나는 내 딸이 사고를 쳐서 떠밀리듯 결혼하는 거 바라지 않네. 그런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는 이 결혼.."

"사랑합니다."

준혁이 상범의 다음 말을 자르고 급하게 엎드리고는 상범에게 말했다.

"정수 사랑 합니다. 정수랑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정수 주십시오. 부자는 아니지만, 정수 배고프게 하지는 않겠습니다."

상범이 잠시 준혁을 바라보다 말했다.

"일어나게."

준혁이 상범의 말이 끝나자 빠르게 일어나 무릎을 꿇고 앉았다. 상범이 준혁의 빈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마시게나."

"네."

준혁이 단숨에 술잔은 비우자 다시 빈 잔에 술을 따르며 이번엔 준호에게 물었다.

"우리 연수가 자네 집에 인사드렸다고?"

"네."

"부모님 연수 마음에 들어 하시던가?"

"네."

"부모님이. 연수 아픈 녀석이란거 아시는가?"

"네."

상범이 준호의 잔에 술을 따르며 말했다.

"부모님께 연수 보인 건 결혼을 생각한 건가?"

"네. 조만간 연수랑 이야기해서 다시 내려오겠습니다."

상범이 고개를 끄덕이며 잔을 비우고는 다시 두 사람에 술을 따라주었다.

"마셔. 그리고 편하게들 앉아."

"네."

그 후로 두 사람은 상범과 정우의 술을 번갈아 받아 마셨다. 이미 네 사람의 주위로 빈 술병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싸여가기 시작했다.

드디어 준호보다 술이 약한 준혁이 쓰러져 버렸다. 이미 세 사람도 알딸딸하게 취해 있었다.

준호가 정신을 차리기 위해 눈을 감았다. 크게 다시 뜨고는 정우가 따라주는 술을 마셨다. 정우가 따라준 술을 단숨에 비우고 준호가 이번엔 다시 정우에게 술을 따랐다.

정우가 술을 마시고는 혀가 꼬인 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연수 정수랑 똑같이 내 동생입니다. 혹시라도 연수 울리거나 하면 나 가만히 안 있습니다."

준호가 이제는 감기는 눈을 억지로 뜨며 마지막 말을 남기고 쓰러져 버린 정우를 간신히 바라보며 대답했다.

"네. 절대 울리지 않겠습니다. 언제나 웃게 하겠습니다. 절대 울리지 않겠습니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준호도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후 방문을 열어본 세 사람은 기겁하고 말았다. 방은 정말로 술과 전쟁을 치른 듯 보였다. 세 사람은 취해 잠든 네 사람을 움직일 생각도 못 하고 간신히 이불만 덮어주고 주변 술병과 상만 겨우 정리하고 나와야 했다.

* * * * * *

준호는 힘겹게 눈을 뜨고는 겨우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확인하고는 피식 웃어 버리고 말았다. 준호는 다른 사람들이 깨지 않도록 살며시 일어나 방문을 열고 나왔다.

시골이라 그런지 새벽 공기가 준호는 기분이 좋게 느껴졌다. 크게 기지개를 켠 준호는 문득 연수가 궁금해졌다.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내 준호는 잠시 고민하다 연수의 번호를 눌렀다.

벨 소리가 끊어질 때쯤 연수의 잠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언제까지 잘 거야?"

"어. 팀장님?"

"누군지도 확인 안 하고 받은 거야?"

"근데. 지금 일어난 거예요?"

"그래. 그러니까 너도 나와."

"지금요?"

"그래. 앞마당으로 얼른 튀어와."

준호는 마지막 말을 하고는 휴대전화의 종료 버튼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살며시 열리며 연수가 빼꼼히 고개를 내밀었다. 준호가 웃으며 이리 오라며 손가락을 까닥이자 연수가 조용히 문을닫고 나왔다.

준호에게 가까이 오던 연수가 준호와 몇 걸음 남겨놓고 준호의 얼굴을 보고는 피식 웃고 말았다.

"왜웃어?"

"팀장님. 지금 몰골이 장난 아니에요. 얼굴은 띵띵 붓고 머리는 여기저기 가지 쳤는데 그거 모르죠."

준호가 연수의 헤드록 하듯 목에 팔을 감으며 말했다.

"이게 누구 때문에 이렇게 된 건데. 웃음이 나오냐?"

"내가 오라고 안 했어요. 팀장님이 팀장님 발로 온 거잖아요."

"어쭈. 이게 지금 네 구역이라고 지금 나랑 맞짱 뜨자는 거냐. 오냐 받아주마."

준호가 목에 감았던 팔에 힘을 주자 연수가 웃으며 풀어달라고 준호의 팔을 쳐냈다. 준호는 씩 웃으며 연수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산책하기 좋은 길 좀 안내해봐"

연수가 물병 하나를 내밀며 말했다.

"안 피곤해요?"

물병을 받아든 준호는 단숨에 물병을 비워내고는 말했다.

"어. 잠도 다 깼으니까 산책하러 가자."

준호가 연수의 손을 잡으며 걷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새벽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어느새 연수가 안내한 돌담길에 도착했다. 준호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자 연수도 준호를 따라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연수가 걱정스럽게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힘들죠. 술도 엄청나게 먹었던데."

"괜찮아. 하나도 안 힘들어. 이런 기분이 좋은 술은 기분이 좋게 취해서 금방 괜찮아져. 나봐 일찍 일어나서 너까지 깨웠잖아."

연수는 자신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하는 준호의 얼굴을 잡고는 반대쪽으로 돌리며 말했다.

"그만 봐요. 나 세수 안 하고 나왔어요."

준호가 다시 연수를 바라보며 즐거운 듯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예쁘다니까. 넌 뭘 해도 다 예뻐  걱정마."

연수가 부끄러운 듯 두 손을 들어 준호의 눈을 가려버렸다.

"좀 그만 봐요. 진짜 자다 나와서 창피하거든요."

준호가 웃으며 손을 잡아내려 자신의 허리 뒤로 감아 버렸다. 연수가 품 안에 안겨오자 준호는 연수를 꽉 안아버렸다.

"고맙다."

연수가 빠져나오려 애쓰며 물었다.

"뭐가요?"

준호가 연수가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더 꽉 안으며 말했다.

"힘든 시간 잘 견디고 잘 커 줘서 그리고 예쁘게 내 앞에 나타나 줘서. 고맙다."

준호가 연수의 등을 손으로 쓸어주며 말했다.

"연수야. 앞으로 나만 보고 나만 믿고 따라와. 맨날 예쁜 꽃길만 걷게 해줄 수는 없겠지만 네가 힘든 길 걷지 않도록 나 열심히 노력할게…. 알았지."

"네."

두 사람은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오랫동안 떨어지지 못했다. 한참 동안 그렇게 두 사람만의 아침 시간을 보내다 정수의 전화에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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