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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물고기 한마리
"그럼 다음 주에 정수네 집에 내려가는 거야?"
"네. 아줌마. 아저씨 언니 임신 소식에 날 리도 아니었어요. 정수 언니랑 준혁 오빠 잡으러 온다는 거 정수 언니가 난리를 치고 울고불고 겨우 아줌마 아저씨 진정 시켰다니까요."
"내려가면 준혁이 반 죽어서 올라 오는 거 아냐? 정수 부모님이 아주 무서우신 분들이야?"
"아니요. 시골 분들이라 표현이 좀 거치셔서 그러지 엄청나게 따뜻한 분들이에요."
준호가 잠시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우리 연수가 엄청나게 좋아하는 분들인가 보네."
"네. 제가 엄청나게 사랑하고 좋아하는 분들이에요. 제가 두 분한테 받은 게 너무 많아요. 지금도 계속 주기만 하세요. 그래서 두 분만 보면 항상 죄송해요."
"그럼 날 잡아서 우리도 찾아봬야 겠는데. 준혁이랑 정수 갔다 오면 조만간 우리도 날 잡아서 한번 인사드리고 오자."
"진짜요?"
"그래. 근데 그렇게 좋아."
"네. 엄청나게 좋아요."
준호가 박수까지 쳐가며 좋아하는 연수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잠시 밖에 풍경을 바라보던 연수가 준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근데. 팀장님 요즘 바쁘다던데. 많이 바쁘죠?"
"응. 좀 그러네. 계속 바쁠 거 같네."
"그렇구나. "
준호가 잠시 얼굴을 찌푸리며 연수에게 말했다.
"너 또 나 바쁜 거 생각해서 안보겠다 이런 이야기 하지 마. 너 볼 시간은 항상 비어있으니까 말이야. 알았어?"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며 준호에게 건물 어딘가를 가리키며 말했다.
"팀장님. 저기예요. 저기서 차 세우면 돼요."
연수가 가리킨 곳은 어느 아웃도어 브랜드 매장이었다. 차를 주차한 준호는 연수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며 말했다.
"잠깐 들를 곳이 여기야. 여기는 왜?"
"커플티 사려고요."
"커플티? "
준호가 웃으며 연수에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며 말했다.
"남들 보기 부끄럽다고 안 한다고 해서 맘 상하게 하더니 드디어 마음 고쳐먹었구나. 잘 생각했어."
"우리 것 아닌데요."
옷을 고르는 연수를 뒤따르며 준호가 물었다.
"그럼 누구 건데?"
"부모님이요."
"어머니. 아버지?"
"네. 저번에 어머니가 음식 싸주신 거 아주 맛있게 잘 먹었잖아요
그래서 보답으로 선물하나 사드릴까 고민하다 두 분이 낚시랑 등산 잘 다니신다고 해서 커플티로 정했어요. 어때요? 괜찮죠."
연수가 고른 옷을 준호에게 보여주며 물었다. 준호가 갑자기 귀찮다는 듯 대답했다.
"응. 괜찮네."
연수가 준호의 시큰둥한 반응에 옷을 다시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다 예쁜 옷을 발견한 듯 눈을 반짝이며 옷을 준호에게 보여 주었다.
"어때요. 이게 아까 거보다 더 예쁘죠."
"응.
연수는 준호의 반응에 잠시 준호를 노려보더니 말했다.
"그냥 저 혼자 고를게요. 팀장님은 저기 의자에 앉아 계세요."
"그러지 뭐."
준호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연수가 말한 의자로 터벅터벅 걸어가 앉았다. 연수는 의자에 앉은 준호를 확인하고는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잠시 후 점원의 도움으로 두벌 중 고민을 하는 연수에게 준호가 다가와 연수의 몸에 옷 하나를 이리저리 대보기 시작했다.
"뭐해요?"
"우리 것 커플티 사는 거야. 내가 사는 거니까 너는 상관 하지 마."
연수가 무언가를 이야기하려 하자 준호는 연수의 말을 막고는 점원에게 물었다.
"이거 여자 90 사이즈랑 남자 105 사이즈 있나요?"
"네. 잠시만 기다리세요."
잠시 후 점원이 옷을 가지고 오자 입어 본다며 준호가 탈의실로 들어가 버렸다. 연수는 점원이 웃으며 건네준 또 다른 옷 하나를 피식 웃으며 받아 들었다.
준호가 탈의실로 들어간 사이 연수는 혜지와 동욱의 커플티를 골라 점원이 포장하는걸 지켜보고 있었다. 때마침 탈의실에서 나온 준호가 연수에게 한 바퀴 회전을 보이며 물었다.
"어때?"
"예쁘네요."
"마음에 들어?"
"네. 괜찮네요."
"그래. 그럼 너도 입고 나와 우리 이거 입고 가자."
"나는 필요 없는데요."
준호가 연수를 탈의실 쪽으로 밀며 연수만 들을 수 있게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내가 같이 들어가서 입혀줄까? 아니면 그냥 혼자 입고 나올래? 결정해. 나는 무조건 네 의견을 존중해."
연수가 점원을 빠르게 바라보고 점원이 안 들리게 작은 목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팀장님. 여기 비싼데 라고요. 부모님 꺼 사느라고 여기로 온 거야 우리거는 다음에 여기서 우리 것 사기는 좀 과하다고요."
"이건 내가 산다고. 그런 잔소리 그만하고 얼른 들어가. 부모님 기다리시다 그냥 두 분이 낚시하러 가시겠다."
연수는 잠시 준호를 바라보다 곧 포기하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쇼핑백을 들고 전화를 받는 준호가 보였다.
연수는 점원에게 다가가 카드를 내밀었다.
"저희가 입고 있는 거까지 같이 계산해 주세요."
점원이 웃으며 연수가 입고 있던 갈아입고 나온 옷을 쇼핑백에 담아 건네주며 말했다.
"네 벌다 남자 친구분이 이미 계산하셨어요."
연수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전화를 끊은 준호가 연수에게 다가와 말했다.
"가자. 아버지 언제 오느냐고 성화다. 얼른 가자."
차에 오른 연수가 잔뜩 찌푸린 얼굴로 준호에게 말했다.
"저번에 집에 갈 때도 팀장님이 비싼 선물 샀잖아요. 이번 건 왜 또 계산했어요. 팀장님 돈 쓸 때도 많을 텐데."
"인마. 내가 요즘 네 위주로 사는데 돈 쓸데가 너 밖에 더있냐. 근데 너 만나면서 비싼 걸 먹으러 가는 것도 아니고 내가 요즘 돈이 아주 넉넉하거든."
"그러다 한순간에 훅 가서 나중에 이자도 못 내는 수가 있다고요."
"그럼 그때는 너한테 빌리면 되잖아. 어차피 같이 갚아 나가기로 했잖아. 그리고 네 돈이 네 돈이고 내 돈이 네 돈이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연수가 웃으며 입을 삐죽이자. 준호가 연수의 머리를 마구 헝클어트렸다. 안전띠를 매던 연수가 뭔가 생각난 듯 준호를 불렀다.
"팀장님."
"어. 왜?"
"네 돈도 네 돈이고 내 돈도 네 돈이다. 이 말은 팀장님 빚도 내 빚이라는 소리예요."
"빙고. 아. 역시 똑똑이 역시 최고야."
"그런 게 어딨어요."
"어딨긴. 여기 있지."
준호는 재미있는 듯 크게 웃으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곧 차는 집에 도착했고 혜자와 동욱은 연수가 사온 커플티가 내심 마음에 들었던지 커플티를 본 후 두 사람은 방으로 들어가 연수가 사다 준 커플티로 갈아입고 나와 낚시터로 출발했다.
낚시터에 도착한 네 사람은 고기를 잡는 것도 잊은 채 혜자가 준비한 음식들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느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결국, 네 사람이 돌아올 때는 동욱이 잡은 작은 물고기 한 마리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