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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싶은 남자-98화 (9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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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점심을 마친 준호가 팀원들과 막 회사의 정문을 통과할 때 였다. 준호는 울리는 휴대전화를 주머니에서 꺼내 들었다.

[네. 아버지.]

[그래. 바쁘냐?]

[아니요. 이제 점심 먹고 회사 들어가고 있어요. 근데 무슨 일 이세요?]

[이 녀석아. 우리가 무슨 일 있어야 전화하는 사이였냐. 그냥 안부 전화 하면 안 되는 거냐?]

준호가 살며시 웃으며 말했다.

[아니요. 어머니도 별일 없으시죠.]

[네 엄마 소식을 왜 나한테 물어. 궁금하면 네가 직접 전화해서 물어봐.]

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그럴게요. 근데. 진짜 무슨 일 이세요?]

[흠. 저기 연수는 잘 있냐?]

[연수요?]

[그래. 연수 잘 있느냐고. 이 녀석아.]

[우리 연수야 항상 잘 있죠. 근데 연수는 갑자기 왜요?]

[혹시 연수가 낚시를 좋아하려나?]

[낚시요?]

[그래. 네 엄마랑 낚시 한번 가려고 하는데 혹시 연수가 좋아하면 같이 갈까 해서 말이다.]

[낚시를 같이 해본 적이 없어서요. 한번 물어는 볼게요. 그런데 어머니가 괜찮으실까요?]

[네 어머니가 먼저 전화해 보라고 하더구나 연수만 괜찮으면 같이 갔으면 하는데….]

[네. 제가 물어보고 다시 전화 드릴게요.]

[그래. 알았다. 바쁜데 그럼 이만 끊으마.]

[아버지.]

[어. 그래.]

[감사합니다.]

[뭐가? 이놈아.]

[우리 연수 예뻐해 주셔서요.]

[흠. 됐다. 이놈아. 끊는다.]

준호는 전화를 끊고 나서도 가슴이 벅차올라 큰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주먹을 불끈 쥐고 참아야 했다. 준호는 점심시간이 끝난 것도 잊은 채 연수의 목소리가 너무나 듣고 싶어 연수에게 바로 전화를 걸었다.

[네. 팀장님.]

[어디야?]

[이제 밥 먹으러 나왔어요.]

[뭐. 먹을 건데?]

[햄버거요. 지금 햄버거 기다리고 있어요]

[애들도 아니고 밥을 먹어야지.]

[애들이 이따 팀장님이 사주는 거 많이 먹는다고 점심은 간단히 때운대요.]

[신지랑 지안이한테 비싸도 상관없으니까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놓으라 해.]

[네. 안 그래도 애들이 엄청나게 기대하고 있어요.]

곧 연수의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햄버거 나왔어?]

[네.]

[그래 맛있게 먹어. 난 이제 네 목소리 들었으니까 들어가 봐야겠다. 이따 보자. 연수야.]

[네. 수고하세요 .]

준호는 사무실로 곧바로 들어가지 않고 휴대전화에 저장해둔 연수의 사진을 열어보았다. 그리곤 벽에 몸을 기대고는 사진이 연수인 듯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 정말 같이 살고 싶다. 나 진짜 어떡하냐? 너랑 빨리 결혼하고 싶어 미치겠다. 연수야..."

* * * * * *

준호는 기분 좋은 설렘으로 연수가 기다리는 식당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멀리서 친구들과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크게 웃고 있는 연수가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청치마에 하얀 스니커즈를 신은 연수는 오늘따라 더 상큼해 보였다.

자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드는 연수를 보자 준호는 미소를 지으며 다가갔다. 연수가 다가와 즐거운 듯 자신의 손을 잡아왔다. 따뜻한 연수의 체온이 준호의 손에서 온몸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오래 기다렸어?"

"아뇨. 저희도 금방 왔어요. 오는데 차 안 막혔어요. 오늘 불타는 금요일이라 사람들 엄청나게 많아요."

준호가 바람에 휘날리는 연수의 머리를 귀에 살며시 꼽아주며 말했다.

"괜찮았어. 오늘 재미있게 놀았어?"

"네. 사람구경도 많이 하고. 진짜..."

그때였다. 누군가 준호의 어깨를 툭툭 쳤다. 준호가 뒤를 돌자 신지와 지희가 못마땅한 얼굴로 팔짱을 낀 채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보 세요들 저희도 있는데 잊으셨나 봐요. 저희 배고픈데 언제까지 이렇게 서 있어야 해요?"

"어이구. 미안. 우리 연수 보느라 두 사람 깜박했네. 배고프지 어서 들어가자."

준호의 장난스러운 말에 신지와 지희가 입을 삐죽이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곧 음식이 나오고 세 사람은 오늘 하루 재미있던 이야기를 준호에게 들려주며 활기 넘치게 식사를 시작했다.

준호가 자신의 접시에 있던 스테이크 반을 잘라서 연수의 접시에 놓아주며 말했다.

"그럼 식사 마치고 세 사람 이제 뭐 할 거야?"

연수가 다시 스테이크를 준호의 접시에 놓으며 말했다.

"영화 보려고요."

준호가 다시 연수의 접시에 스테이크를 놓으며 물었다.

"영화? 무슨 영화?"

연수가 다시 스테이크를 집어 들 때였다. 앞에 있던 신지가 스테이크를 빼앗아 자신에 접시에 놓고는 재빨리 썰어서 입 안에 넣고는 말했다.

"이번에 개봉하는 따끈한 공포영화요. 팀장님 것도 끊었으니까 무섭다고 도망가기 없기. 그리고 스테이크 서로 안 먹는다니까 내가 먹을게요. 음. 진짜 맛있다."

연수가 인상을 쓰며 준호에게 말했다.

"팀장님 배고프잖아요. 그러니까 왜 나 줘서는..."

"너 더 먹이려고 그랬지. 너 팔목에 살 하나도 없다고 부모님이 걱정하시더라. 신지 봐라 아무거나 잘 먹으니까 얼마나 예쁘냐. 그냥 아주 쌀 100 가마니는 거뜬히 들게 생겼잖아 든든해 아주 든든해."

준호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하자 연수와 지희도 따라 웃었다. 신지만 이 준호를 노려보고 있었다. 입에는 여전히 준호의 스테이크를 씹고 있었다. 준호를 씹어 주겠다는 듯 아주 잘근잘근 씹고 있었다.

* * * * * *

극장 안은 여자들의 꺅 소리로 가득하였다. 그러는 와중에 극장 안에 단 한 사람만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준호였다. 준호는 아까부터 이 시끄러운 영화관에서 고개를 떨어트리며 졸고 있다가 그러다 졸지 안으려는 듯 눈을 크게 뜨다가 연신 하품을 하는 연수를 보고 있었다.

결국, 또 고개가 떨어진 연수에게 준호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앉아 연수의 머리를 자신의 어깨에 기대게 했다. 연수의 숨결이 자신의 목에 닿자 온몸이 간질간질 해지기 시작했다.

준호는 연수의 무릎에 얌전히 놓여있는 손을 끌어와 깍지를 끼고는 연수의 머리 위에 자신의 머리를 살짝 기대었다. 그리곤 연수의 숨소리를 들으며 준호도 천천히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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