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93화 (9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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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자와 준호

준호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 자리에서 일어서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 그만 퇴근들 합시다."

준호가 슈트 위에 코트까지 걸쳐 입자 누군가가 휘파람을 불었다.

"오호…. 우리 팀장님 오늘 선보러 가는거 맞구먼. 그죠 팀장님. 선보러 가시죠?"

준호가 웃으며 책상을 정리하고 가방을 집어 들었다.

"자. 퇴근 하자구 나 먼저 나갑니다."

"성공하고 오세요."

준호는 누군가의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웃으며 사무실을 나와 지하 주차장은 향해 빠르게 걸어갔다. 준호는 지금 연수가 집에서 기다린다는 생각에 오늘 만나는 사람과 최대한 빠르게 끝내고 집에 돌아가야겠다는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준호는 약속 시각보다 일찍 M 호텔 커피숍에 도착했다. 주변을 돌아보았다. 아직 안 온 듯 남자 혼자 앉아있는 자리는 없었다.

자리를 잡고 시계를 보니 10분 정도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준호는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뭐해?]

[과제하고 있어요.]

[배 안고파?]

[아직 생각 없는데요.]

[갈 때 뭐 사서 갈게 혹시 초콜릿 케이크 좋아해 여기 초콜릿 케이크 안 달고 맛있다고 소문났다는데 사다줄까?]

[아니에요. 저 신경 쓰지 말고 볼일 천천히 다 보고 오세요. 팀장님 늦게 오면 알아서 잘게요.]

[안 늦어. 이야기만 하다. 갈 거야. 기다려 자지 말고 알았지.]

[네. 알겠어요.]

준호는 누군가가 테이블을 두드리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고개를 든 준호는 연수에게 잠깐이라고 한 후 앞에 서 있는 여자에게 말했다.

"자리를 잘못 찾으신 거 같은데요."

여자가 싱긋 웃으며 준호에게 말했다.

"선 보러 오신 거 아니세요?"

"네 아닙니다."

준호가 다시 연수와 통화하기 핸드폰을 다시 들었을 때였다. 앞에 있는 여자가 준호의 앞에 의자를 빼더니 그 자리에 웃으며 앉았다.

"뭡니까? 선보러 온 거 아니라고 했는데요."

"한준호 씨 아니에요?"

준호는 잠시 여자를 바라보다 핸드폰을 다시 들었다.

[연수야. 지금 손님 오셨거든. 이따 끝나고 출발하면서 다시 전화할게. .]

[네. 그럼 수고하세요.]

준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여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 이름을 어떻게 아십니까?"

"설마 선 보러 나오는데 이름을 모르고 나오겠어요. 전 이름도 알고 사진도 보고 나왔는데 그쪽은 아무것도 모르고 나오셨나 봐요?"

"네. 전 이런 자리로 듣고 나온 게 아니라서요. 죄송합니다. 뭔가 착오가 있는 거 같은데요. 이만 일어나겠습니다."

"너무 하시네요? 저도 어렵게 시간 낸 건데. 어차피 이것도 인연인데…."

준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여자를 향해 말했다.

"죄송합니다. 더 이상 시간 낭비는 불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준호는 화가 난 얼굴로 자신을 바라보는 여자에게 인사를 한 후 가방과 코트를 챙긴 후 커피숍을 빠져나왔다.

준호는 차에 앉자마자 넥타이를 화기 난 듯 풀어버렸다. 준호는 잔뜩 화가 난 얼굴로 곧 차를 어딘가로 출발시켰다.

* * * * * *

동욱은 시끄럽게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소파에 아무 표정 없이 앉아있는 혜자를 바라보고는 문을 열었다. 머리도 옷도 잔뜩 헝클어지고 구겨진 채 준호가 화가 난 얼굴로 들어왔다.

소파에 표정 없이 앉아있는 혜자에게 뚜벅뚜벅 걸어간 준호는 이를 악물고 혜자에게 말했다.

"어머니가 꾸미신 거예요?"

혜자가 대답이 없자 준호는 화가 난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

"어머니가 꾸미신 겁니까?"

혜자가 빨간 눈으로 준호에게 소리쳤다.

"그래. 내가 그랬다. 내가 그랬어."

"왜요? 왜 그러셨어요? 연수 데리고 온다고 연수랑 결혼한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왜 이런 일을 꾸미셨어요?"

"그 아이는 너랑 맞지 않으니까 정신 말짱한 나라도 너 제대로 결혼시키려고 그랬다."

"나랑 안 맞다. 도대체 어머니 판단 기준이 뭐길래 만나보지도 않은 연수가 나랑 안맞다고 판단 하신 겁니까?"

"저번에 너랑 집에서 나오는 거 봤다."

"그래서요? 멀리서 한번 연수를 보고 저랑 안맞다고 그렇게 결론지으신 겁니까? 그런 거냐고요."

준호는 자신을 노려보는 혜자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가 말했다.

"아니죠. 어머니가 반대하는 이유는 따로 있죠.연수가 고아라서 아무 가진 거 없는 아이라서 그래서 반대하는 거 제가 모를 줄 아세요."

"그래. 그래서 나는 그 아이가 싫어. 네가 도데체 뭐가 부족해서 부모도 없고 고졸에 공장 다니는 아가씨가 말이 되는 이야기니?밖에 나가서 다른 부모들한테 물어봐라. 어느 부모가 찬성 하겠느냐고."

혜자가 기어이 참았던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나는 큰 거 바라지 않았다. 네 녀석들이 그냥 평범한 가정에서 예쁘게 사랑받고 자란 아무 걱정 없이 티 없이 자란 아가씨 만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거면 됐다고 그렇게 생각하면서 지금까지 왔는데…."

한동안 혜자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던 준호는 울고 있는 혜자앞에 무릎을 꿇었다.

"어머니. 연수 만나보시면 아실 거예요. 저 같은 놈 만나기 아까운 녀석 이라는 거요. 부모가 있는 저보다 더 곧고 예쁘게 자랐다는 거 아실 거예요. 어머니 머릿속에 있는 편견 버리고 봐주세요. 그냥 연수배경 그 딴 거 다 버리시고 연수 하나만 봐주세요. 저 연수 잡고 싶어요. 같이 살고 싶어요. 도와주세요. 연수랑 같이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어머니."

혜자는 흐느끼며 자신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고 있는 준호의 등을 주먹으로 내리치며 말했다.

"못난 새끼. 머저리 새끼. 이 바보 같은 놈아."

동욱은 울고 있는 혜자와 준호를 바라보며 깊은 한숨을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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