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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의 향기
"다녀왔습니다."
"그래. 어서 와라. 고생했다."
동욱과 혜자는 준호를 반갑게 맞으며 말했다.
"배고프겠구나. 어서 밥부터 먹자꾸나."
"네."
세 사람은 간간이 준호의 출장 이야기를 하여 조용히 식사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래. 갔던 일은 잘 해결이 된 거냐?"
"네. 마무리 잘 짖고 올라왔어요."
"다행이구나."
동욱이 대답을 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준호가 잠시 숟가락을 내려놓고 두 사람에게 말했다.
"중요하게 들일 말씀이 있어요."
동욱이 준호의 말에 밥만 묵묵히 먹고 있는 혜자를 슬쩍 곁눈질로 바라보다 준호에게 말했다.
"그래 우선 밥 먹고 천천히 이야기 하자. "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자 세 사람은 다시 조용히 식사를 시작했다.
식사를 마친 동욱과 준호는 거실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후식을 준비하는 혜자를 기다리고 있었다. 혜자가 커피와 과일을 가지고 나오자 준호는 두 사람에게 말했다.
"연수 데리고 올게요. 간단히 저녁 식사 하면 좋을 거 같은데 편하신 시간 말씀해 주세요."
"그래. 우리야 남는 게 시간인데 너희 둘한테 맞춰야지 너희 둘이 편한 시간 말해주면 그날은 일찍 들어오마."
"네. 어머니 힘드시니까 집 말고 밖에 괜찮은 식당으로 예약해 놓을게요. 연수랑 이야기해서 시간 잡아서 장소랑 알려드릴게요."
"그래. 그러자꾸나."
그때 혜자가 준호에게 말했다.
"됐어. 뭐가 힘들다고 밖에서 먹어 집으로 데려와. 준비해 놓을 테니까."
"아니에요. 이것저것 신경 쓸 거 많을 텐데 밖에서 먹어요."
"됐데 두. 그냥 집으로 데려와."
동욱이 두 사람을 바라보다 준호에게 말했다.
"그래. 엄마 말대로 집으로 데려와. 준비는 걱정 말고."
준호가 잠시 혜자를 바라보다 곧 대답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준호가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자 혜자가 준호에게 말했다.
"근데. 우리가 어디까지 그 아가씨를 보면 되는 거니? 그냥 여자친구 아님 네 결혼 상대자 어떤 걸로 봐야 하니?"
준호가 혜자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연수는 아직 결혼 생각 없어요. 제가 결혼 하자고 매달리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날 편하게 대해 주세요. 연수 불편하지 않게요."
혜자가 기가 막힌 듯 준호를 바라보다 말했다.
"네가 뭐가 부족해서 뭐가 아쉬워서 매달리는데 그 아가씨 조건이면 너한테 고맙다고 해야 하는 거 아니니? 왜 네가 그런 아가씨한테 목을 매는지 난 도통…."
동욱은 혜자의 말에 점점 굳어가는 준호의 표정을 바라보다 빠르게 혜자의 말을 잘라버렸다.
"여보. 그만해."
동욱은 혜자가 더는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물자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네 말 무슨 소린지 충분히 알았으니까 우리도 아가씨 불편하지 않게 편하게 대하마."
"네."
세 사람이 아무 말 없이 한동안 앉아있었다. 혜자는 커피를 마시는 준호를 한동안 바라보다 무언가 결심한 듯 준호에게 만했다.
"너 다음 주 수요일 저녁에 시간 좀 내렴."
준호가 고개를 들어 혜자를 바라보았다.
"큰일은 아니고 엄마 친구 아들 중에 네가 하는 쪽 일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있는데 그쪽으로 도움을 좀 받고 싶다는데 엄마 얼굴 생각해서 시간 좀 내거라."
"네. 그럴게요. 시간이랑 장소 알려 주세요."
"그래. 문자로 보내줄게. 그리고 엄마 생각해서 막 입고 나가지 말고 옷 깔끔하게 갖춰 입고 나가. 알았니."
"네. 그럴게요."
"자고 갈 거니?"
"아니요. 정리 할 것도 있고 아파트로 가야 해요."
동욱이 시계를 바라보며 준호에게 말했다.
"그래. 그럼 공항에서 바로 왔으니 피곤하겠구나. 이만 일어나거라."
동욱의 말이 끝나자 준호가 빠르게 일어나 가방을 들었다.
"그럼 이만 가볼게요. 다음에 연수랑 같이 올게요."
동욱이 준호의 어깨를 두드리며 대답했다.
"그래. 알았다."
준호는 혜자가 싸준 음식들을 뒷좌석에 싣고는 두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는 차를 출발시켰다. 혜자가 준호의 차가 출발하자 집으로 들어왔다.
뒤늦게 들어온 동욱이 테이블을 정리하는 혜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이 더는 준호한테 상처를 주지 않았으면 좋겠어. 준 상이보다 더 무서운 녀석이 준호 라는 거 당신이 더 잘 알고 있겠지만, 노파심에서 다시 한 번 말하는데 일 만들지 마. 우리 안 보려고 마음먹으면 준호 녀석은 진짜 죽을 때까지 안 볼 녀석이야."
"내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데요."
동욱이 무언가 말하려다 포기하고는 서재로 들어가 버렸다. 혜자가 들고 있던 쟁반을 도로 테이블에 내려놓고는 소파에 다시 앉았다. 혜자는 한동안 무언가 생각에 잠긴 사람처럼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다.
* * * * *
준호는 차에 기대 천천히 자신에게 걸어오는 연수를 바라보며 미소 짓고 있었다. 이제 막 머리를 감았는지 연수의 머리는 젖어 있었다. 연수가 자신 쪽으로 가까워지자 연수에게서 나는 달콤한 향기가 준호의 코를 간지럽히고 있었다.
"팀장님 오늘 집에서 잔다고 했잖아요."
준호는 연수에 어깨에 손을 올리고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그러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부모님 서운 하셨겠다."
"괜찮아. 평소에도 썩 괜찮은 아들이 아니었거든."
"뭐 그럴 소리를 자랑처럼 하고 그래요."
준호가 웃으며 연수를 자신 쪽으로 조금 더 끌어당기며 말했다.
"연수야."
"네."
" 나 오늘 혼자 아파트 가기 싫은데 지금 같이 갈까?"
"오늘은 안돼요?"
"뭐야 조금이라도 생각좀 하고 대답하지 너무 빠르게 대답 하는 거 아냐?"
"정수 언니가 좀 아파요. 언니 혼자 두면 안될 거 같아요."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그리고 나 지금 들어가 봐야 해요. 정수 언니 걱정돼요."
"그래. 들어가 봐. "
준호가 문득 생각난 듯 인사를 하고 뒤돌아서는 연수의 팔을 붙잡았다.
"왜요?"
"연수야. 우리 부모님 만나기로 한 거 마음 변하거나 하는 거 없지?"
"그럼요. 언제인지 말해주면 준비할게요. 근데 왜요? 무슨 문제 생겼어요?"
"아니. 그런 거 없어. 네 마음이 변했을까 봐 걱정돼서."
"걱정하지 마세요. 그런 일 없을 테니까."
"그래. 어서 가봐."
준호가 연수의 손을 놓아주자 잠시 준호를 바라보던 연수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 뒤돌아섰다.
준호는 연수가 집으로 들어가고 나서도 한참이나 연수의 집을 바라보다 힘없이 차의 시동을 걸었다. 연수의 달콤한 향기가 아직도 준호의 코끝에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