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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
동욱이 출근 준비를 하며 잠시 침대에 누워있는 혜자를 바라보았다. 깊은 한숨을 내쉬던 동욱이 혜자에게 말했다.
"일어나. 밥 먹어. 당신이 그런다고 준호 생각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우선은 데리고 온다고 했으니 그때 다시 보자고."
혜자가 이불을 박차고 일어나 화가 난 얼굴로 동욱에게 말했다.
"그래. 이번에도 당신은 착한 역할 하겠다. 이거지."
"여보."
"어쩜 이렇게 준상이 때랑 똑같니? 결국, 당신이 허락하는 바람에 우리 준상이 지금 저렇게 살고 있는 거 아냐. 우리 준상이가 평생 아빠 소리 못 듣고 사는 거 다 당신 때문이라고 알긴 알아 우리 준상이 인생 망치고 좋니…. 좋아."
"준상이 인생이야.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일이었어."
"아니. 막을 수 있었어. 우리 준상이 평범하게 살 수 있었다고. 당신이 내 편만 들어줬으면 다 해결되는 문제였다고."
"아니. 우리가 끝까지 반대했어도 어떻게 하든 신혜랑 살 녀석이었어. 준호도 마찬가지고 "
"아니. 우리 준호는 준상이랑 똑같이 안 만들어 내가 어떡하든 마음 돌릴 거야. 그러니까 나 말리지 마. 만약 이번에도 당신이 내 편을 들지 않는다면 나 당신하고 안 살 거야."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거야. 준호 녀석 성인이야. 당신 말에 이리저리 휘둘리는 유치원생 아니라고 준상이처럼 준호까지 안 보고 살고 싶으면 당신 알아서 해."
동욱은 방문이 꽝 소리가 나도록 세게 닫고는 나가버렸다. 혜자는 잠시 후 현관문이 열리고 곧 동욱이 출근하는 소리를 듣고도 한참이 지나서야 안방을 나왔다.
소파에 앉아 한동안 핸드폰을 매 만지던 혜자는 곧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언니. 나야.]
[어. 그래 아침부터 웬일이야?]
[나 부탁할 게 있어서.]
[뭔데?]
[그때 우리 준호 해준다던 그 소아청소년과 선생님 아직도 유효해.]
[그럼. 왜 준호가 한데. 어머 잘 생각했다. 너무 아까운 자리라서 아까웠는데 우리 준호랑 너무 잘 어울린다니까.]
[그래. 그럼 시간 좀 잡아줄래?]
[그래. 오늘 당장 전화해서 시간 잡을게.]
[고마워. 그럼 기다릴께.]
[그래. 그럼 다시 통화하자.]
[응. 언니 또 통화해.]
* * * * * *
"팀장님 이제 일주일 후면 올라가시는데 오늘 저녁에 술 한잔 하시죠?."
"그럴까요. 그럼 오늘은 제가 쏘겠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소리에 따라 웃던 준호는 책상에서 울리는 핸드폰 진동음에 핸드폰을 들어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네. 아버지.]
[그래. 잘 지내고 있는거냐? 궁금해서 해봤다. 이제 한 일주일 남았겠구나?]
[네. 잘 지내시죠?]
[빨리도 물어본다. 우리가 궁금하긴 하냐? 이 녀석아.]
[죄송해요. 서울 올라가면 바로 집으로 들를게요.]
[그래. 근데 준호야?]
[네?]
[그때 말했던 아가씨는 언제쯤 볼수있는거냐? 보여 준다고 한지가 꽤 됐는데 소식이 없어서 어찌 된 건가 해서 전화했다.]
[네. 죄송해요. 조만간 집으로 데려갈게요.]
[그래. 몸조심하고 엄마 궁금해하니까 자주 전화 좀 하고 그럼 바쁠 테니 이만 끊으마.]
[네. 또 전화 드릴게요.]
끊어진 휴대폰을 바라보던 준호는 손목시계를 확인하고는 이제 출근을 위해 일어나야 하는 연수를 깨울까 하다가 어제 새벽까지 회식했던 연수가 좀 더 잘 수 있도록 전화하는 걸 포기 하고는 다시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 * * * * *
"팀장님. 서울에 올라가서도 우리를 잊으시면 안 됩니다."
준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팀장님. 그때 그 예쁜 여자친구분이랑 언제 결혼 하시는 거예요 ?"
"맞아요. 결혼 하실 때 꼭 청첩장 보내셔야 해요."
"그러지 말고 신혼여행 부산으로 오시죠? 저희가 최고급으로만 모시겠습니다."
"네. 생각해 보겠습니다."
한동안 술자리의 안주는 준호와 연수의 이야기였다.
준호는 술자리를 끝내고 택시에서 내려 숙소 앞 벤치에 앉아 시계를 확인했다. 이제 20분만 있으면 연수의 휴식시간이었다. 준호는 4시 정각이 되자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팀장님. 아직 안 자고 뭐 하는거예요?]
[어. 너 보고 싶어서 네 목소리 들으려고 기다렸지.]
[설마 회식 아직까지 하는거예요?]
[아니. 이제 막 끝났어.]
[지금. 어딘데 설마 음주운전 하는 건 아니죠?]
[그럼. 우리 연수랑 결혼도 안 해 봤는데 죽으면 안 되잖아 나 음주운전은 절대 안 하니까 그런 걱정은 하지 말라구.]
연수의 웃는 소리에 준호가 기분이 좋은 듯 벤치에 머리를 기대고 깊숙이 앉았다.
[연수야. 부산 새벽하늘 참 예쁘다. 이거 너랑 봤으면 참 좋았을 텐데. 네가 못 보는 게 참 아쉽다.]
[다음에 보면 되죠.]
[그래 안 그래도 여기 사람들이 너랑 결혼해서 신혼여행 여기로 오면 최고로 모신다는데 어때? 신혼 여행지 부산으로 할까?]
[그럼 공짜예요?]
[그럼 나의 인기로 봐서는 다 공짜로 해줄걸.]
[그럼. 괜찮은데요. 근데 나중에 돈을 내라고 하면 어떡하죠?]
[까짓것 내지 뭐.]
연수의 깔깔대며 웃는 소리에 준호가 자세를 바로 잡으며 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약간은 긴장한듯한 목소리로 연수에게 물었다.
[연수야.]
[네.]
[우리 집 갈래? 우리 부모님 너 보고 싶어 하는데. 갈래? 아니 가자 우리 집 우리 부모님 한테 인사드리자 연수야.]
준호는 연수가 어떤 대답을 할지 아까 마신 술이 다 깰 정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준호는 오랫동안 대답 없는 핸드폰을 여전히 귀에 대고는 연수의 목소리가 어서 들리기를 기다리며 새벽하늘을 천천히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