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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가
준호는 키스를 멈추고 붉게 부어오른 연수의 입술을 조심스럽게 매만졌다. 연수를 바라보던 준호가 연수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준호가 옅은 한숨을 내뱉었다.
뜨거운 숨결이 목에 느껴지자 연수가 움찔했다. 연수의 움찔거림에 준호가 피식 웃는 게 느껴졌다. 준호의 가라앉은 목소리가 연수의 귀를 간지럽혔다.
"이러고 있다가 진짜로 수혈받아야 할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
잠시 후 준호가 고개를 들고 언제 그랬냐는 듯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내일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네?"
"내일 마지막 기차를 타고 가면 되니까 하고 싶은 거 있으면 하자고."
"아.."
"설마 나 두고 약속이 있다고 가버리는 건 아니겠지"
"네. 약속은 없어요. 근데 딱히 하고 싶은 것도 아직 없는데."
준호가 소파에서 일어서며 연수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얼른 자고 내일 일어나서 생각하자. 나도 누구 때문에 정신 좀 차리게 좀 씻어야겠다. 먼저 방에 들어가서 자 난 서류 볼게 있어서 나중에 잘게."
준호가 욕실로 들어가고 한참 후에야 연수가 방으로 들어갔다. 연수는 아까부터 침대에 걸터앉아 한참 전에 와 있던 핸드폰의 문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수에게서 온 문자였다.
[오늘 밤 화이팅.]
연수는 무언가 결심한 듯 시계를 확인하고는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내려왔다. 살며시 방문을 열고는 거실의 상황을 살펴보았다. 거실은 이미 불이 꺼져 어두웠다.
연수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조심스럽게 나갔다. 소파 쪽으로 다가가자 소파에 누워있는 준호를 발견했다. 연수는 조금 더 준호 쪽으로 다가갔다.
연수는 잠들어 있는 준호의 손에서 서류를 빼내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많이 피곤했는지 연수의 움직임에도 준호가 깨지 않자 연수는 소파 곁에 털썩 주저앉았다. 연수는 준호의 잠든 얼굴을 턱을 괴고 한참을 바라보았다.
준호는 자신의 손을 쓸어보고 깍지도 껴보는 연수를 잠든 척 지켜보고 있었다. 방문이 열리고 조심스럽게 자신 쪽으로 연수가 다가올 때부터 준호는 잠들어 있지 않았다.
준호는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연수에게 빠르게 뛰고 있는 자신의 심장소리가 들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준호는 연수가 눈치챌까 봐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연수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그래도 다행이다. 오늘은 짝짝이 입고 왔는데."
혼자서 뭐가 좋은지 한참을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던 연수가 조용히 일어설 때였다. 준호가 연수의 손을 꽉 잡았다. 놀란 연수가 소리를 지르며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준호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짝짝이?"
연수가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준호에게 소리쳤다.
"깜짝 놀랐잖아요."
연수가 준호에게 잡혀 있는 팔을 빼내려 하자 준호는 장난스럽게 웃으며 손을 놓아주었다. 연수는 팔이 자유로워지자 미안한듯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 때문에 깼죠?"
준호가 소파에 몸을 기대고 연수를 보았다.
"어. 네가 깨웠어."
"죄송해요. 내 방에 들어가서 조용히 잘게요. 그럼 안녕히 주무세요"
"남의 단잠을 깨워놓고 어딜 도망가 이리와 나 다시 재우고 가야 할 거 아냐."
연수가 당황한 듯 대답도 못 하자. 준호가 웃으며 다시 연수에게 말했다.
"재워주라고."
"어떻게요?"
"네가 깨웠으니 네가 방법을 찾아야지."
연수가 한참을 고민하다 결정한 듯 준호에게 말했다.
"자장가. 불러 드릴까요?"
"자장가. 좋지."
연수가 진짜 자장가를 부르려는 듯 목을 가다듬자. 준호가 연수에게 말했다.
"그렇게 서서 부르겠다는 거야?"
연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서서 부르면 잠이 왔다 가도 달아나겠다."
"그럼 앉아서 부를까요?"
준호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수가 준호가 옆자리에 앉으려 할 때였다.
"잠깐."
"왜요?"
"거기 말고 여기 앉아 그래야 내가 잠이 올 거 같거든."
준호가 자신의 무릎을 툭툭 치며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거…. 거길 어떻게 앉아요"
"어떻게 앉긴 이렇게 앉으면 되지."
준호가 무방비 상태로 서 있는 연수를 끌어당겨 자신의 무릎에 앉혔다. 존호가 연수에게 얼굴을 묻고 말했다.
"자장가 불러줘."
"이…. 이러고 어떻게 자장가를 불러요."
"그래도 불러봐. 최연수나 진짜 피곤하다고. 얼른 불러 나 잘 수 있게."
연수가 긴장한 목소리로 자장가를 부르기 시작하자 준호가 연수의 두 팔을 자신의 목에 감도록 했다.
연수의 자장가 소리에 맞춰 준호의 손이 연수의 옷 안으로 들어와 연수의 등을 천천히 쓸어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