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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팀장님
준호는 담배를 손에서 만지작 거리다가 결국 소파 옆 휴지통에 담배를 던져버렸다. 시계를 확인한 준호는 소파에 몸을 더 기대어 앉았다. 준호는 이미 한 시간 전에 서울 아파트에 도착해 연수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준호는 답답한듯 혼잣말을 하며 벌떡 일어났다.
"이 자식이 진짜."
준호는 탁자에 있는 핸드폰을 들어 우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준호야.]
[ 우진아. 나 차 좀 빌려 쓰자.]
[차? 너 어디야?]
[서울.]
[서울? 부산일 끝난 거냐? 이 자식 올라왔으면 연락을 해야지. 잘됐다. 애들도 있으니까 얼굴 보게 이리 와라.]
[아냐. 잠깐 왔어. 우진아 나 급한데 차 좀 빌릴 수 있냐?]
[ 무슨 일 있어? 근데 내가 지금 애들 만나고 있느라 술 먹었는데 이쪽으로 네가 와야 할 거 같은데.]
[그래. 갈게. 거기 어디야?]
* * * * * * * *
준호는 핸들을 손으로 톡톡 두드리며 건물의 입구를 바라보고 있었자. 그때 기다리던 연수에게서 전화가 왔다.
[팀장님.]
[어. 아직도 피로연 장소야?]
[네. 이제 나가려고요. 팀장님 자고 있을까 봐 전화 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고 있었어요?]
[아냐. 근데 언제 나올 거야?]
[지금 나가려고 나왔어요.]
[그래. 기다리고 있으니까. 얼른나와.]
[기다린다고요? 팀장님 지금 서울이에요?]
[어. 네가 있는 건물 앞이야. 얼른 튀어나와.]
[네. 지금 나갈게요]
준호가 차에서 내려 입구를 바라볼 때 였다. 연수의 모습이 보일 때쯤 누군가 연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최연수 씨."
연수가 뒤를 돌아보자. 웃으며 연수의 이름을 부르던 남자가 연수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며 명함을 내밀고 있었다. 준호가 성큼성큼 연수에게 다가갔다.
"최연수."
상대방 남자와 웃으며 악수를 하던 연수는 준호의 목소리를 듣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팀장님."
"어.그래."
연수가 준호에게 다가와 웃으며 상대방 남자에게 인사를 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네. 그럼 연락 기다리겠습니다."
"아. 네."
연수가 다시 한 번 인사를 하고 준호와 돌아설 때 였다. 남자의 목소리가 다시 두 사람에게 들렸다.
"근데. 실례인지 알지만, 누구신지 물어봐도 되나요?"
준호는 남자를 입을 꽉 다문 채 노려보았다. 이 시간에 데리러 왔다면 당연히 남자친구지 누구겠냐며 레이저를 앞에 남자에게 열심히 쏘고 있었다. 그러나 준호는 잠시 후 들려온 연수의 당당하고 힘 있는 목소리에 좌절하고 말았다. 연수는 당연하다는 듯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힘차게 남자에게 말했다.
"네. 우리 회사 팀장님이세요."
"아. 회사 팀장님."
남자가 준호와 연수에게 인사를 하며 다시 피로연 장소로 들어가고 연수와 준호만 남았다. 연수가 준호의 팔짱을 끼며 준호에게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 어떻게 된거예요? "
"잠깐 서울에 볼일이 있어서."
"그래서 볼 일 다 끝났어요?"
"응. "
"팀장님. 많이 피곤해 보여요. 일이 잘 안 풀렸어요?"
"최연수."
"네."
"내놔."
"뭘…. 요?"
"아까 그 자식이 준 명함."
"명함? 아. 명함"
연수가 준호의 안 좋은 표정을 보며 빠르게 명함을 내밀었다. 준호는 명함을 보지도 않고 구겨버렸다. 연수가 놀란 듯 준호를 바라보자 화가 난 얼굴로 준호가 물었다.
"왜? 아까워? 설마 이 자식이랑 연락 하려던 건 아니겠지."
"아…. 아뇨. 근데 명함을 구기는 건 좀.."
"좀. 뭐?"
연수는 작은 목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좀 심하지 않았나 해서요."
"심하지 않았나? 최연수 진짜 심한건 너 아니냐?"
"제…. 제가 뭘요?"
"내가 네 팀장이야?"
연수가 고개를 흔들었다.
"아니요."
"그리고 너 반지 어딨어.너 항상 이런 모임 있을 때 마다 반지 빼버리나 보다."
"그건 아니에요."
"그리고 너 옷이 그게 뭐야? 그걸 옷이라고 지금 입은 거야? 혹시 저 안에 새끼들 눈 돌아가게 하려고 입은 거라면 그럼 작전 실패야 전혀 너한테 어울리지 않거든 그리고 실수라도 다시 한 번 그 옷 같지도 않은 옷 내 눈앞에 띄면 다 찢어 버릴 테니까 그렇게 알아라."
연수는 당황한 얼굴로 치마를 잡아당겼다. 준호는 차를 출발시키는 것도 잊은 듯 핸들을 입을 꽉 다문 채 깊은 생각에 빠진 듯 앞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