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85화 (85/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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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뭐. 그게 이번 주였어?"

"그래. 그새 잊어버렸냐"

"어. 나 까먹고 있었어."

"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어떻게 인영이 결혼식을 까먹냐. 갈 거지?"

"당연히 가야지."

"토요일 6시니까 끝나고 집에 있어 우리가 데리러 갈게."

"응. 알았어."

그때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지희는 빠르게 대답하고는 연수의 어깨를 두드리며 사라졌다.

* * * * *

연수는 퇴근 후 집으로 가는 길에 준호의 전화를 받았다.

[끝났어?]

[네.]

[정수는 오늘도 준혁이 만나러 간거야?]

[네. 정수 언니 이제 완전히 준혁 오빠한테 뺏겼어.]

연수의 힘없는 목소리에 전화기 너머로 준호의 웃는 소리가 들렸다. 연수도 준호를 따라 웃었다.

[아. 참 나 이번 주에 못 갈 거 같아요.]

[왜?]

[내가 얼마 전에 고등학교 때 신지랑 지희랑 함께 몰려다녔던 인영이라는 친구 결혼 한다고 했잖아요. 그게 이번 주 인 거 깜박했어.]

[그래. 그럼 할 수 없지. 근데 결혼식이 몇 신데? ]

[토요일 6시.]

[토요일 6시? 결혼식을 그 시간에도 하나보네.]

[그냥 장소하나 빌려서 가족 친척들만 간단히 파티 형식으로 한데요. 요즘은 결혼식을 예전처럼 그렇게 딱딱하게 안 한대요.]

[그렇군. 피로연도 안 하는거야?]

[아니. 그건 하는 거 같던데요.]

[신랑이 몇 살인데?]

[27살이요.]

전화기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잠시 들리지 않아 연수가 준호의 불렀다.

[팀장님.]

[어. 그래.]

[왜 말이 없어요. 바빠요. 끊을까요?]

[아냐. 근데 그 피로연 갈 거야?]

[네. 인영이가 빠지면 그 날부터 친구로 안 본다고 했어요.]

[몇 시에 끝날 거 같은데?]

[모르겠어요. 가봐야 할 거 같은데요.]

[그래. 알았어. 이따 또 안 바쁘면 전화할게.]

[네. 수고하세요.]

준호는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빠르게 일정표를 확인했다. 그날은 3번째 장비가 들어오는 날이었다. 준호는 답답한 듯 넥타이를 비틀어 내렸다.

준호의 머릿속은 지금 활화산보다 더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이번 주에 못 보는 것도 짜증이 나고 있었는데 젊디젊은 27살 녀석들이 가득한 피로연에 참석한단다.

준호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일정표를 집어 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김대리. 이번 주 일정표 조정 좀 합시다."

* * * * * *

"그걸 결국 여기에 입는구나."

"그러니까. 언니 그래도 다행이지 않아 이거 안 샀으면 나 큰일 날 뻔 했잖아."

"퍽도 다행이다. 근데 너 속옷까지 입은 건 아니겠지?"

연수가 주먹을 불끈 쥐며 정수를 장난스럽게 노려보며 말했다.

"당연하지. 걱정하지 마. 다음 주에 꼭 써먹을 테니까."

"힘내라. 근데 연수야. 너도 이제 청바지 면티 버리고 이러고 사 입으라고 진짜 예쁘긴 하다. 좀 어른스럽기도 하고."

연수는 이번 주에 준호를 꼬시기 위해 처음으로 무릎을 훌쩍 넘긴 짧은 치마 와 쉬폰 블라우스를 입고 있었다.

"근데. 언니는 준비 안 해? 언제 나가? 준혁 오빠랑 친구들 만나기로 했다며."

정수가 기지개를 켜며 의자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어. 이제 나가야지. 나 씻으러 들어간다. 재미있게 놀다 와. 딴 놈한테 찍혀서 오지 말고 부산에 있는 외로운 늑대 울리지 말고."

그때 연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정수가 피식 웃으며 연수에게 말하며 욕실로 들어갔다.

"부산 외로운 늑대 양반은 못되겠구먼."

연수가 웃으며 핸드폰을 받았다.

[네. 팀장님.]

[출발했어?]

[아직요. 애들이 20분 정도 늦게 도착한 데요.]

[끝나면 전화해.]

[네. 팀장님은 이제 저녁 먹어야죠.]

[응. 근데. 최연수. 너무 밤늦게까지 놀지 마라.]

[네. 이따 끝나고 전화할게요.]

[그래. 아. 그리고….]

[네.]

[실없이 아무한테나 웃어 주지 마.]

[왜요? 나한테 넘어올까 봐.]

[아니. 바보로 오해 할까 봐. ]

[지금 나한테 시비 거는 거죠.나 혼자 놀러 간다고.]

[그래. 그러니까 혼자 너무 재미있게 놀지 말라고. 알았어.]

준호는 핸드폰을 한참을 바라보다 뭔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창문에 머리를 기댔다. 뭔지 모르게 왜 이렇게 불안한지 모르겠다. 얼른 연수를 봐야 이 불안함이 진정이 될 거 같다.

준호는 창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호는 이미 도착지가 서울인 KTX를 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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