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84화 (8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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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한속옷

"언니 75A 가슴은 매력적인 여자가 될 수 없는 건가?"

"뭐. 85A보다는 덜 매력적이겠지."

정수가 연수를 바라보며 장난스럽게 웃으며 말했다.

"왜. 아까 인숙이 언니 말이 아직도 걸려?"

연수가 정수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 인숙 언니는 주말마다 내려가면 형부랑 여러 번 한다잖아. 근데 나는 진짜로 손만 잡고 잤어. 언니들 말대로 혹시 팀장님이 무슨 문제 있는 거 아닐까? 여자랑 단둘이 있는데 참을 수 있는 남자 하나도 없다고 했잖아."

"그건 언니들이 네가 누굴 만나는지 몰라서 하는 이야기고."

"근데 팀장님은 만난 지 꽤 됐는데 왜 아직도 나 안 덮치지? 내가 아직 그런 매력은 없나?"

"그건 아닌 거 같고. 뭐 그런 거 아닐까? 네가 원하기 전까지는 하지 않겠다. 뭐 그런 생각을 하는 거 아닐까? 팀장님이 너한테 워낙 잘못한 게 있고. 네가 또 나이도 어리니까 팀장님으로서는 좀 조심스러울 수도 있지."

"그런가?"

"근데. 너는 혹시 팀장님이랑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고 큰맘 먹고 속옷까지 세트로 장만해서 내려가더니 왜 그냥 왔어?"

"팀장님이 안 덮치는데 내가 먼저 어떻게 덮쳐."

"요즘 세상에 여자. 남자가 어딨냐? 내가 볼 때는 네가 먼저 덮치지 않는 한 팀장님이 먼저 덮치는 일 없을 거 같은데. 이번에 내려가면 그냥 확 덮쳐버려."

연수가 잠시 정수를 바라보며 진지하게 물었다.

"준혁 오빠는 어때?"

정수가 곰곰이 생각하다 웃으며 대답했다.

"나쁘진 않아?"

"나쁘지 않은 건 어떤 정도를 말하는 거야?"

"그야 적당한 스킨십에..야 이걸 너한테 어떻게 설명하냐. 그냥 팀장님 덮쳐 보라고. 그럼 저절로 알게 되니까."

"근데 나는 해본 적이 없어서 팀장님이 잘하는지 못하는지 비교할 수가 없잖아. 아쉽네."

"덮치고나 이야기해."

두 사람은 그날 밤 밤늦도록 어떻게 하면 모르는 척 덮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새벽이 되어서야 잠을 잘 수 있었다.

연수가 사람들보다 뒤늦게 휴게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연수를 발견한 정수가 연수에게 들으란 듯 결혼한 사람들을 향해 물었다.

"나 아줌마들한테 궁금한 거 있는데 물어봐도 되나?"

"뭔데?"

"야한 건데."

"야한 거는 우리 전문이지."

사람들이 얼른 물어보라는 듯 정수를 바라보았다.

"언니들도 가끔 먼저 하고 싶을 때가 있어?"

"그럼."

"그럼 그럴 때는 어떻게 형부들 꼬셔? 아니면 그냥 덮치나?"

"은근히 신호를 보내서 꼬셔야지."

"신호? 무슨 신호?"

"야한 속옷을 입거나. 아님 스킨십을 유도 하거나."

연수가 자신도 모르게 집중해서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지 누군가 웃으며 연수를 가리켰다.

"연수야 입 다물어라."

연수는 입을 앙다무는 시늉을 하면서 어서 더 해보라는 듯 손짓을 했다. 휴게실에 있던 팀원들과 연수는 그 뒤로도 남자 꼬시는 법에 대해 열띤 토론을 이어갔다.

연수와 정수는 퇴근 후 나란히 집을 향해 걷고 있었다. 한참을 걷던 정수가 연수의 손을 덥석 잡고는 어딘가로 끌고 갔다.

"어디가?"

"요기만 돌면 속옷가게 있잖아."

"근데?"

"한번 보자고. 야한 속옷."

두 사람은 속옷가게에 들어가 한참이나 속옷을 고르고 있었다. 야한 속옷을 따로 살필 일이 없던 정수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은 점원이 혹시 들을세라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우리가 참 속옷을 모르고 살았다."

"그러니까. 근데 이건 뭐하러 입는 거야? 입은 것도 안 입은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근데 이게 아까 언니들이 말한 진정한 야한 속옷이 아닐까?"

"그럼 나보고 이런 걸 입고 팀장님을 꼬시라는 거야?

정수가 망사 속옷을 들고 난감한 듯 서 있는 연수를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연수의 손에서 속옷을 뺏어 들었다.

"아서라 팀장님 기절한다. 앞. 뒤가 바꿨다고 놀라서 쓰러질라."

그때 두 사람의 뒤에서 점원의 목소리가 들렸다.

"뭐 필요하신 거 있으세요?"

정수가 웃으며 점원을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과하지 않은 야한 속옷좀 보여 주세요."

점원은 정수와 연수에게 몇 개의 속옷을 보여 주었다. 계속 고민만 하는 연수를 바라보다 정수가 그중 괜찮다고 생각한 속옷을 집어 들었다.

"이걸로 할게요."

연수가 알았다는 듯 계산을 하러 다가갔다. 정수가 웃으며 점원에게 카드를 내밀며 점원이 들을 수 없게 작은 소리로 연수의 귀에 속삭였다.

"선물이야. 팀장님과 너의 첫날밤을 위해."

정수가 계산을 마치고 장난스럽게 웃으며 연수의 손에 천보다는 망사가 더 많이 붙어있는 상아색의 속옷세트가 들어있는 쇼핑백을 턱 하니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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