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호변태
"아주 혼자서 신났구나."
준호는 일하는 중간중간 연수가 보내는 부산의 풍경 사진을 웃으며 들여다보고 있었다. 준호가 아까부터 수시로 핸드폰을 바라보며 혼잣말 하는 게 이상해 팀원 중 하나가 다가와 준호의 핸드폰을 몰래 훔쳐보았다.
"난. 또 우리 팀장님 오늘 온종일 핸드폰 보면서 웃길래 여자 친구 사진이 있나 했더니 여기 부산이잖아요? 벌써 부산에 정드셨어요? 뭘 그렇게 보고 웃으세요?"
"팀장님. 부산에 남으시면 우리야 대 환영이죠."
팀원들이 웃으며 한마디씩 하자 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자. 우리 일들 합시다. 오늘은 정시퇴근 한번 해보자고요."
"어 정시퇴근 시켜 달라고 그렇게 애원해도 안 해주시더니 오늘은 웬일로…. 팀장님 혹시 여자친구 오셨어요?"
"아. 그럼 지금 여자친구분 혼자서 관광하시고 계시구나! 그래서 사진 찍어서 팀장님 휴대전화로 보내주신 거구나."
"오. 여기 여사원들 팀장님 미혼이라고 좋아했는데. 오늘 부산 눈물바다 되겠네요."
"얼굴 좀 보여 주세요."
"여자친구 내려온 거 맞습니다. 이따 저녁에 여자친구랑 밥을 먹고 싶은데 오늘 일이 끝나야 퇴근하지 않습니까. 우리가 떠드는 지금도 시간은 지나갑니다."
"알겠습니다. 팀장님과 여자친구를 위해 이 한 몸 받쳐서 오늘 무조건 열심히 해서 꼭 정시퇴근을 시켜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이 웃으며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준호는 퇴근 시간이 가까워지자 사무실로 돌아가는 길에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팀장님.]
[어디야?]
[이제 숙소로 갈려고요.]
준호는 시계를 바라보았다.
[그럼 택시 타고 회사 앞으로 올래? 여기서 남포동 가까우니까 여기로 네가 오는 게 편할 거 같은데 어때?"]
[회사잖아요?]
[그런데? 뭐 문제 있어?]
[혹시 우리 알아보고 소문나면 어떡해요?]
[걱정하지 마. 여기 부산이야. 걱정 말고 여기로 와. 알았지.]
[네. 그럼 지금 출발할게요.]
[그래. 이따 봐.]
준호는 사무실로 돌아와 빠르게 책상을 정리하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자. 이제 퇴근 준비들 하시죠?"
"팀장님. 애인분 맨날 내려오셨으면 좋겠어요. 우리 퇴근 좀 빨리하게."
그때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어. 연수야 도착했어? 그래 지금 나갈게. 조금만 기다려.]
준호가 전화를 끊고 가방을 들자. 팀원 중 하나가 준호에게 웃으며 말했다.
"애인분 회사 앞에 오신 거예요? 저희도 볼 수 있는 거예요?"
준호가 웃으며 팀원들에게 말했다.
"우리 애인 부끄러움 많습니다. 봐도 모른 척 해주세요."
사무실 문을 열고 나서는 준호의 뒤에서 들리는 팀원들의 환호성 소리에 준호까지도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 * * * * * *
팀원들과 함께 회사 정문으로 나온 준호는 자신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다가 나머지 팀원들을 발견하고 놀란 듯 인사를 하는 연수를 발견하고 웃으며 다가갔다.
팀원들도 연수에게 다가와 인사를 하고는 준호를 놀리기 시작했다.
"팀장님 존경 합니다. 이런 미인이 사모님이라니 나중에 비법 좀 알려 주세요. 꼭 배우고 싶습니다."
준호는 웃으며 연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연수를 데리고 자신의 차를 향해 걸어갔다. 뒤에서 웃는 소리에 연수가 준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손 내려요."
"싫은데."
"사람들이 보잖아요."
"보라고 해. 보라고 올린 거야."
준호는 연수가 째려보는 것도 상관 없다는 듯 연수를 자신쪽으로 더 끌어당겼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남포동의 이곳저곳을 신나게 구경하고서
밤늦게서야 숙소로 돌아왔다.
"팀장님. 나 먼저 씻을래요? 나 진짜 피곤해. 누우면 그냥 잘 거 같아."
"할 수 없군."
"뭐가요?"
"나도 피곤하니까 같이 씻는 걸로 하자."
"뭐? 뭐라는 거예요? 아. 진짜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그런 변태 같은 소리하지 말라니까요?"
준호가 음흉한 눈빛으로 셔츠의 단추를 하나 풀면서 연수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너. 자꾸 변태 변태 하는데 진짜 변태가 뭔지 보여줄까?"
"됐거든요."
연수가 준호를 밀치고 빠르게 욕실로 들어가 버렸다. 준호는 연수가 들어간 욕실을 바라보다 소파에 털썩 앉으며 크게 한숨을 쉬고는 혼잣말을 했다.
"진짜 변태처럼 확 덮쳐 버릴까 보다."
준호는 욕실에서 들리는 물소리에 소파에 머리를 기대고 두 눈을 감아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