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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관광
준호가 샤워를 하고 나오자 연수가 하품을 크게 하고 있었다. 준호가 웃으며 연수의 옆에 털썩 앉았다.
"뭐야. 찜질방에서 푹 쉬고 오셨다면서 아직도 피곤해?"
"찜질방하고 집은 틀리잖아요."
연수가 또 한 번 크게 하품을 하자 준호가 피식 웃으며 자신의 이마로 연수의 이마를 콕 찍었다.
"그래. 자자 우선 자고 내일은 진짜 일찍 끝내고 올게 그때 놀자."
"그러는게 좋겠어요. 나 진짜 졸려."
"내려오느라 고생해서 그래."
준호가 연수를 일으켜 침실로 들어갔다. 막상 침대에 누운 지 꽤 시간이 흘렀지만, 연수는 잠이 어디로 달아났는지 눈이 점점 더 맑아지고 있었다.
연수는 아무래도 반듯하게 누운 자세가 불편해서 그런 거 같아. 아까부터 움직임도 없이 숨소리만 들리는 준호를 깨우지 않기 위해 몸을 살짝 돌려 누웠다.
그러자 연수의 눈에 윗옷을 벗고 자는 준호의 맨몸이 보였다.
연수는 이것도 아닌 것 같아 다시 살며시 반대쪽으로 몸을 돌려 누웠다. 그때였다. 자고 있던 준호가 연수 때문에 깼는지 연수를 꽉 끌어안았다. 졸지에 뒤에서 껴안기 자세가 되어버린 연수는 몸을 돌리려 했지만 준호가 팔과 다리로 온몸을 옭아매 버렸다.
"답답해요. 팀장님."
준호의 갈라진 목소리가 연수의 귓가에 속삭였다.
"가만히 있어. 지금 네 얼굴 마주하면 나 너 가만 못 놔둔다."
연수가 놀란 듯 숨을 쉬는 거까지 멈추자. 준호의 피식 웃는 소리가 연수의 귓가를 간질였다. 준호는 연수의 머리에 턱을 대고는 연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준호는 어느새 잠든 연수를 자신이 볼 수 있게 몸을 돌려 뉘었다. 연수는 불편하다고 한참을 쫑알대더니 잘만 자고 있었다. 준호는 잠든 연수의 얼굴을 바라보다 손을 들어 연수의 감긴 눈을 그리고 코를 또 귀여운 입술을 손으로 천천히 쓸어 보았다.
어느 순간 손이 연수의 목덜미를 쓰다듬고 있었다. 준호는 자석에 끌리듯 몸을 천천히 일으켰다. 연수를 내려다 보면서 연수의 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은 준호는 부드러운 연수의 배를 쓸고는 서서히 위로 올라가 연수의 가슴 위에 멈추었다.
준호가 연수의 입술에 키스하려고 고개를 숙이는 순간 연수가 잠꼬대를 하듯 무언가 중얼거리며 몸을 움직였다.
준호는 연수를 바라보다 다시 침대에 누워 버렸다. 준호는 계속 이러고 잠든 연수 옆에 있다간 큰 실수를 할 거 같은 생각에 조심스럽게 침대를 빠져나왔다.
거실에 앉아 창밖을 바라보던 준호는 그대로 벌러덩 소파에 누워 버렸다. 한동안 뒤척이던 준호는 새벽이 다 되어서야 잠이 들 수 있었다.
준호가 출근 준비를 하고 거실로 나오자 구석에서 무언가에 열중에 있는 연수를 발견하고는 연수의 뒤로 가 연수의 귀에 대고 크게 소리쳤다.
"뭐해?"
연수가 귀를 막으며 놀란 듯 준호를 바라보았다.
"아. 뭐예요."
"뭐하냐고?"
연수가 아직도 귀가 먹먹한지 귀에 손을 대고 찡그린 얼굴로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도보고 있었어요."
"지도? 뭐하게?"
"팀장님 출근하면 부산 관광지 돌아보려고요."
"나 없이 혼자?"
"네."
"너. 나 보러온 거 아냐. 지금 보니까 혼자 여행하러 온 사람같이 행복해 보인다."
"낮에 숙소에 있는 거 시간 아깝잖아요."
준호가 입을 삐죽이며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서 어디로 갈려고?"
"자갈치 시장이요 나 거기 텔레비전에서 보고 꼭 가보고 싶었거든요."
"안돼."
"왜요?"
"거긴 나랑 같이 가."
"그럼 남포동 거기 먹거리 완전 짱 이래요."
"안돼. 거기도 나랑 같이 가."
"뭐야. 거기 두 군데만 알아보고 왔는데."
"그럼 숙소에 있든가."
준호가 이겼다는 표정으로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가 머리를 끅적이며 아쉬운듯 핸드폰으로 뭔가를 다시 찾기 시작했다. 준호는 시계를 확인하고는 일어섰다.
"나 그럼 갔다 올게. 오늘은 빨리 오도록 노력 할 테니까 숙소에서 얌전하게 기다려."
준호의 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연수가 벌떡 일어나 비장한 목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아냐. 팀장님 시간이 너무 아까운 거 같아."
"그래서 너 알아보고 온 데 두 군데 뿐이라며."
"혹시 몰라서 감천 마을 이라는데도 알아봤거든요."
"안..."
연수가 준호의 입을 급하게 막았다.
"됐어요. 부산은 나가면 관광지라던데 그리고 팀장님하고 갈 때 여기 말고도 엄청나게 많으니까 걱정 마요 팀장님 바빠서 팀장님 믿고 있다가는 숙소만 구경하고 서울가게 생겼잖아요."
연수가 숨도 쉬지 않고 빠르게 말하고는 씨익 웃으며 손을 내리자 준호가 못마땅한 얼굴로 말했다.
"그럼 수시로 전화해 예비배터리는 가지고 가는 거야?"
"네. 이번에는 핸드폰 안 꺼지게 빵빵하게 밥도 먹였어요."
준호가 포기한 듯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두 사람은 손을 잡고 나란히 현관을 나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