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81화 (81/128)

────────────────────────────────────

찜질방

준호는 서류를 확인하다 손목시계를 보았다. 출근해서 계속 기다리던 연수의 전화가 아직도 오지 않고 있었다. 부산으로 오고 오늘은 연수가 처음으로 오는 날이었다.

벌써 핸드폰을 들었다 놨다 하는 게 몇 번째인지 모르겠다. 새벽에 퇴근하는 연수는 아침에 간단히 회식한다는 문자만 남기고 아직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준호는 핸드폰을 노려보다 결국 연수에게 전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핸드폰에서 끝내 연수의 목소리는 듣지 못했다. 준호는 실망감 가득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리고 팀원 하나가 사무실로 들어왔다.

"팀장님 장비 1층에 도착했답니다."

"네. 알겠습니다. 내려 갈게요."

준호는 서류를 챙겨 들고 탁자의 핸드폰을 잡을 때였다. 그렇게 기다리던 벨 소리가 울렸다. 준호는 바로 핸드폰을 확인했다. 연수였다. 핸드폰에서 연수의 목소리가 들리자 피로감이 싹 사라지는 거 같았다.

[팀장님.]

[어. 그래 아직도 회식하고 있는 거야?]

[아니요. 이제 역에 도착했어요.]

[표 끊었어 몇시표야?]

[30분 후에 출발이요.]

[알았어. 이따 마중 나갈게. 일 끝나고 바로 움직여서 피곤하지?]

[아니요. 기차에서 자면 되잖아요.]

그때 준호를 부르는 소리에 연수가 말했다.

[팀장님 바쁘니까 이따 봐요. 이제 끊을게요.]

[그래. 연수야. 이따 보자.]

준호는 설레는 마음으로 오늘은 업무를 빨리 끝내고 퇴근을 서둘러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사무실을 나섰다.

하지만 준호의 생각만큼 일이 풀리지 않고 있었다. 새로운 장비가 말썽을 부리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연수도 데리러 못 갈 정도였다.

결국, 준호는 잔뜩 찌푸린 얼굴로 서류를 탁자에 내려놓고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왔다.

[네. 팀장님.]

[내가 자고 있는데 깨운 거 아냐?]

[아뇨. 안 자고 있었어요. 근데 나 아직 도착하려면 멀었는데.]

[어. 그게 아니라 미안해서 어쩌지 역으로 데리러 못 갈 거 같은데.]

[괜찮아요. 그럼 팀장님이 숙소 주소 알려주면 택시를 타고 찾아갈게.]

[혼자 괜찮겠어?]

[자꾸 까먹나 본데 저 성인 맞거든요. 택시를 타면 집 앞까지 데려다주시는데 뭐가 걱정이에요.]

[그래. 지금 주소 찍을게 이따 밤에 좋은데 구경시켜줄게 숙소에서 기다리고 있어. 알았지.]

[네. 도착해서 전화 걸게요.]

하지만 준호는 상황이 점점 꼬여만 갔다. 결국, 연수는 숙소에서 밥도 혼자 먹어야 했다.

[밥 맛있게 먹었어?]

[네. 역시 팀장님 국은 끝내준다니까 밥 두 공기 먹었어요.]

[잘했어. 연수야 늦어도 꼭 10시까지는 들어갈게. 기다려. 심심하지?]

[나 신경을 쓰지 말리니까 팀장님 자꾸 이러면 나 다시 부산 안 올 거예요.]

[그래. 알았어. 최대한 빨리 끝내고 들어갈게.]

[네. 수고 많이 하세요.]

준호가 퇴근한 시간은 이미 열 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준호는 가방과 옷을 대충 들고는 차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뛰었다. 준호는 차에 타자마자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전화는 꺼져 있었다. 한 시간 전부터 연수의 전화는 꺼져 있었다. 준호는 연수가 자느라 핸드폰 충전을 하지 않았겠지 생각하며 숙소로 차를 출발시켰다.

준호는 아파트의 문을 열고 연수의 신발을 찾았지만, 신발장은 텅 비어 있었다. 방마다 연수의 이름을 불으며 문을 열었지만 역시나 연수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전화는 역시 아까와 똑같이 꺼져 있었다. 준호는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준호는 정수와 신지 지희에게 까지 전화를 했지만 오지 안았다는 대답만 듣고 끊을 수 밖에 없었다.

준호는 혹시 역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역으로 가기 위해 집을나와 차가 있는 곳으로 뛰기 시작했다. 준호가 차를 타고 시동을 걸 때였다.

준호의 눈앞에 귀에 이어폰을 꽂고 바나나 우유를 먹으면서 천천히 걸어오는 연수가 보였다. 준호는 차 문을 열고 화가 난 얼굴로 연수의 이름을 불렀지만, 연수는 듣지 못했는지 준호의 앞을 스쳐 지나갔다.

준호는 이를 악물고 연수를 따라붙어 연수의 귀에서 이어폰 하나를 빼내었다.

"최연수."

"어. 팀장님.? 벌써 끝났어요?"

"너. 어디 있었어? 전화는 왜 꺼져있는데."

"전화?"

연수는 그제야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언제 꺼졌지?"

"언제 꺼졌지…. 너 도대체 어디 갔었는데?"

"찜질방이요."

"뭐?"

"저기. 찜질방 있길래 팀장님도 늦게 온다고 해서 몸도 풀 겸 갔다 왔지요."

준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연수를 내려다보았다. 준호는 미안했는지  어섹하게 웃고 있는 연수의 손에서 바나나 우유를 빼앗아 들고 단숨에 마셔 버렸다.

"그거 내가 먹던 건데."

"나 지금 너 때문에 엄청나게 목마르거든. 왜 아까워?"

"아니요. 혹시 부족하면 하나 더 사드리려고 했죠."

준호는 연수의 손을 잡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연수를 찾느라 답답했던 마음이 시원한 가을바람에 다 날아가는 거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