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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출장
준호가 팀원들과 사무실에 올라가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다. 부장이 준호에게 다가와 준호에게만 들리는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까 나 회의실에서 잘했지?"
"네."
"야. 칭찬 좀 해줘라. 내가 너한테 칭찬 받으려고 오래간만에 훌륭한 일 좀 했구만."
"선배가 나한테 한 일중 최고의 훌륭한 일이었어. 됐어. 이렇게 하면 되는 거야?"
"좋아. 그 정도의 칭찬도 행복하다. 근데 상은 안주냐?"
"무슨 상?"
"잠깐 밖에서 이야기 좀 하자."
준호는 부장을 잠시 바라보다 팀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부장을 따라 흡연실로 따라 걸어갔다. 준호가 부장의 담배에 불을 붙여주고 자신의 담배에도 불을 붙였다.
"담배 계속 필 거야?"
"끊었다 핀거라서 그런지 이번엔 끊기가 더 힘드네."
"연수가 싫어하지 않나 보다."
"연수랑 같이 있을 때는 안 피웠어. 근데 뭐야? 쓸데없는 이야기로 빙빙 돌리지 말고 하고 싶은 말해."
"한 팀장. 부산 출장 말이다."
"안돼."
"이 자식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 하냐?"
"형. 나 연수랑 이제 겨우 다시 시작했는데 나보고 한 달이나 떨어져 있으라는 거 잖아. 내가 형한테 부탁하자 난 빼줘라."
"부산에서 널 특별히 지목했어. 아무래도 개발자가 와주길 바라는 눈치야."
"김 과장님도 같이 한 거야 나보다 더 많이 알았으면 알았지 모르지 않아. 김 과장님 보내드려 과장님도 가고 싶어 하던데."
"귀 닫고 사냐. 뭐 들었어 그쪽에서 널 콕 찍었다니까?"
"형."
"나 좀 살려줘라. 부산일 성사만 되면 몇억이 왔다 갔다 한다고 오죽하면 사장님이 직접 나한테 전화했겠냐? 나도 이제 막 시작한 녀석들 떨어트리고 싶겠냐? 근데 너도 알다시피 이번 건이 회사에서도 크게 생각하는 큰 건이라 이렇게 부탁하고 있는 거야?"
준호는 이마를 잔뜩 찌푸리고는 담배만 벅벅 피워대고 있는 부장을 바라보다 다시 고개를 돌려 연수가 있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 * * *
준호는 부산 출장이 결정되고 아직까지도 연수에게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연수가 섭섭하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으로 말하지 못했지만, 오늘은 강하게 마음먹고 말하기로 했다. 출장을 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준호는 퇴근을 하고 스터디 모임이 있는 연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준호를 발견한 연수가 사람들과 몇 마디 나누고는 인사를 하고 준호에게 뛰어왔다.
"오지 말라니까? 오래 기다렸죠?"
"어. 진짜 오래 기다렸어. 배고파서 죽는 줄 알았어. 밥 먹자."
"요 앞에 칼국수집 잘하는데 거기 가실래요?"
연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두 사람은 칼국수 집으로 걸어갔다. 칼국수를 다 먹고 칼국수 집을 나온 두 사람은 근처의 노천 카페에 앉아있었다.
"연수야?"
"네."
"나 부산으로 출장 가."
"아. 한 달간 간다는 그거 팀장님으로 정해졌어요. 사람들이 팀장님이 유력 하다고는 하긴 하던데."
"너 알고 있었어?"
"우리 같은 회사인 거 잊었어요?"
"근데. 너 반응이 썩 내 마음에 안 든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최연수 한 달 이라고."
"네. 들었다니까요."
"그런데도 아무렇지 않아. 한 달간 떨어져 있는데."
"멀리 해외로 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 때문에 가는건데 .."
"내려가면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고. 우리 그럼 한달내내 얼굴도 못 본다고. 진짜 괜찮아?"
"왜 못 봐요? 내가 쉬는 날이 있는데. 요즘은 ktx 타면 서울에서 부산 금방이잖아요."
"정말 쉬는 날 나보러 내려올 거야?"
"네. 근데 나 쉬는 날이 평일인데 팀장님 일 해야 하는데 힘들 가봐 그게 걱정이에요."
"그런 걱정 절대 하지 마. 너 안보는 게 나는 더 힘들어. 쉬는 날 마다 내려올 거지?"
"그건 아니고. 최대한 내려가도록 노력은 해볼게요."
"안돼. 쉬는 날 마다 내려와."
"저도 팀장님 말고 개인적인 사생활이 있다고요."
"그래서 너 지금 날 버리고 다른 사람을 만나겠다는 거야? 나는 뼈 빠지게 일하는데 너는 놀겠다. 이거지."
"사실 뼈 빠지게는 아니죠. 어차피 업무 지시만 하다 오는 건데."
"야. 최연수."
"알았어요. 그럼 최대한 내려 갈려고 노력 할게요. 됐죠?"
"안돼. 꼭 내려와 쉬는 날 마다."
연수는 결국 준호의 끈질긴 설득에 쉬는 날 마다 내려가기로 준호에게 약속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