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연수 바라보기
준호는 눈을 떠 시계를 확인했다. 시간은 이미 오후 열두 시가 훌쩍 넘어간 시간이었다. 그러나 준호는 침대에서 일어나는 대신 다시 침대에 누워. 자신의 등에 얼굴을 묻고서 자는 연수를 보기 위해 연수 쪽으로 살짝 돌아누웠다. 연수에게 조심스럽게 팔베개를 해주자 연수가 준호쪽 으로 더 파고들었다.
꿈인 줄 알았다. 연수가 정말 보고 싶어서 꿈을 꾼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의 눈앞에 누워있는 연수가 보이자. 정말 다행이게도 너무 감사하게도 어젯밤은 정말 현실이었다.
준호는 연수를 으스러지게 안고 싶었지만 어젯밤 집에 와서 한 차례 더 토를 한 연수가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에 깨우면 안된다는 걸 알기에 안고 싶은 건 꾹 참아야 했다.
준호는 침대에서 슬며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거실은 며칠 전부터 집에만 틀어박혀 술만 마신 흔적으로 가득했지만 지금은 청소보다 연수가 깨어나 속이 아파질게 준호 에게는 더 중요했다.
준호는 빠르게 집을 나섰다. 가까운 약국에 들어가 숙취 제를 사고 마트에 들어가 콩나물과 반찬 몇 가지를 사고는 집으로 돌아왔다.
연수는 아직 깨어나지 않은 듯 아직도 집안은 고요했다. 준호는 주방으로 가 연수에게 먹일 해장국을 끓이기 시작했다.
연수는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소리에 살며시 눈을 떴다. 흐리던 눈앞이 점점 맑아지자 여기가 집이 아닌걸 알게 됐다. 벌떡 일어난 연수는 깨질 거 같은 머리와 쓰린 속 때문에 잠시 침대에 앉았다. 연수는 이를 악물고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
연수를 발견한 준호가 생수병과 약 봉지를 가지고 와 웃으며 연수에게 내밀었다. 연수가 받을 생각도 하지 않고 화가 난 얼굴로 준호에게 물었다.
"제가 왜? 여기 있는 거예요?"
준호가 당황한 듯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아. 미안 정수 씨도 모임에서 늦게 끝날 거 같고 너 아픈데 집에 가면 혼자 있으니까 걱정되서 네 의견도 안 물어보고 여기로 왔어. 미안해. 화 난 거야?"
"아니요. "
"다행이다. 우선 물먼저.."
"아니요. 그게 아니라 왜 팀장님이 내 앞에 있느냐고요? 전 그게 궁금 한 거예요? 한 팀장님."
준호는 연수가 받지 않은 생수병을 탁자에 내려놓고는 연수를 바라보지도 못한 채 연수에게 말했다.
"연수야. 설마 어젯밤에 기억이…. 안 나는 거야?"
"어젯밤이요? 무슨 말이에요?"
준호가 더는 대답도 하지 못하고 고개만 숙이고 있었다. 연수가 조심스럽게 준호를 불렀다.
"팀장님?"
준호가 뭔가 괴로운 얼굴로 연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어. 그래."
"나 연기 엄청나게 잘하죠?"
"뭐?"
"준호가 순간 놀란듯 연수를 바라보기만 하다가 아직도 놀란 얼굴로 연수에게 말했다.
"너…. 진짜 놀릴게. 따로있지. 나 죽을 뻔 했어. 심장 멈추는 줄 알았다고."
"죄송해요."
연수가 웃으며 준호의 팔짱을 끼자. 그제야 준호도 연수에게 웃으며 말했다.
"속은 괜찮아?"
"아뇨. 별로 안 괜찮아요."
준호가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고는 주방으로 걸어가 식탁 의자 하나를 빼냈다 .
"이리와. 여기 앉아있어. 해장국 가져올게."
연수가 식탁에 앉자 밥과 반찬 몇 가지 그리고 콩나물국이 연수의 앞에 차려졌다. 연수가 국을 떠먹고는 맛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준호가 턱을 괴고 연수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근데 왜? 팀장님은 안 먹어요?"
"생각 없어."
"그래도 먹어요. 팀장님도 술 많이 먹었잖아?"
"싫어. 그럼 최연수 밥 먹는 모습 못 보잖아."
연수가 토 하는 시늉을 하자 준호가 웃으며 귀엽다는 듯 연수의 코를 비틀었다.
"근데 오늘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아니요. 나 사실대로 말하면 지금도 침대에 눕고 싶어요."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데로 해."
"팀장님은요 뭐 하고 싶은 거 있어요?"
"응."
"뭔데요. 나는 팀장님도 힘들어서 아무것도 못 할 줄 알았는데."
준호가 웃으며 말했다.
"아직도 반쯤 술 취해서 침대에 누워있는 최연수 잠들 때 까지 바라보기."
"하지 마요. 그리고 팀장님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요."
"응?"
"팀장님. 술 파티했어요? 살면서 술병이 발에 차일 정도로 돌아 다니는 건 처음 봐요. 누구랑 이렇게 마신 거예요?"
"나 혼자."
"혼자?"
"응."
"최연수 보고 싶을 때 한잔 최연수랑 이야기하고 싶을 때 한잔 최연수랑 뽀뽀하고 싶을 때 한잔. 그랬더니 이렇게 쌓였어. 그리고 다행이야 최연수랑 하고 싶을 때 할 수 있어서. "
준호가 의자에서 일어나 연수에게 다가왔다. 그리고는 연수의 코앞까지 다가와 말했다.
"키스…. 할수 있어서."
그 순간 준호의 입술이 연수의 입술에 부드럽게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