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77화 (77/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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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는 입을 막고 화장실을 찾는 듯 헤매는 연수의 손을 잡고 근처의 화장실로 데려갔다. 준호가 따라 들어가는 걸 끝까지 막고는 저 혼자 하겠다며 연수는 빠르게 안으로 들어갔다.

너무 오래 걸리는 게 걱정된 준호는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려다 비틀거리며 나오는 연수를 발견하고는 얼른 달려가 연수를 부축했다.

"괜찮아?"

연수가 힘들게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해. 억지로라도 말렸어야 했는데…. 속 많이 아파?"

연수가 준호가 잡고 있는 손을 밀어내며 말했다. 연수가 비틀거리자 준호가 연수를 다시 잡으려 했지만. 연수는 준호에게서 한 발짝 떨어졌다. 준호가 위태롭게 비틀거리는 연수를 빠르게 다시 붙잡았다.

"아파요."

"많이 불편해? 그래 그럼 우선 약국 아니 병원에 들르자. 오늘 내가 차를 안 가져 와서 택시 타야하는데..."

"아파요. 머릿속도. 심장도. 온몸이 다 아파요."

"연수야?"

"아프다고. 팀장님 때문에 아프다고요? 어떻게 할 거예요? 병원에서도 못 고치고 약도 없어요? 어떻게 할건데요?"

준호가 연수와 같이 울 것 같은 얼굴로 연수에게 다가갔다.

"미...안 해 정말 내가 미쳤었나 봐. "

준호는 연수의 손을 아프게 잡았다는 것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힘껏 연수의 손을 꼭 잡았다.

"갑자기…. 니가 날 떠날 거 같았어. 그 어린 녀석이 당당하게 네가 좋다고 하는데…. 내가. 내가 부족하게 느껴졌어. 네가 그 자식한테 갈 거 같았어. 그래서 이 머저리 같은 짓을 저질렀어.

나 사실 연수야 너…. 없으면 못 살 거 같다. 뭔 짓을 해도 네가 보인다. 밥 먹을 때도 텔레비전 볼 때도 자려고 누울 때도 술을 먹을 때도 네가 보여서 아무것도 못 하겠다고 ."

준호가 연수의 어깨에 고개를 숙이고는 속삭이듯 연수에게 힘없이 말했다.

"내가. 어떡해야 하는 거니? 어떡해야 네가 풀릴까? 연수야. 제발 나 좀 용서해 주라. 제발.."

준호는 연수의 어깨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걸 느끼고는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가 울고 있었다. 준호 자신도 빨개진 눈으로 연수를 보다가 꽉 끌어안았다.

준호는 한참을 울고 있는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수의 울음이 그치기를 기다렸다.

"미안해. 미안해. 연수야. 내가 어떡해야 날 용서할까? 네가 원하는 데로 해줄게. 말만 해. 연수야.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할게? 연수야. 그만 울어. 울지마."

연수가 조금 후에 퉁퉁 부어 오른 눈으로 준호를 보며 말했다.

"그럼 내가 원하는 거 다 하는 거예요?"

준호가 빠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어. 내가 할 수 있는 거는 다 할게. 그러니까 그만 울어."

연수가 어두운 표정으로 준호에게 말했다.

"그럼. 우리 이제 진짜로 안녕해요. 정말로 깨끗하게 한준호랑 최연수 찢어 지자고요."

"연…. 수야. 그러지 마."

"팀장님이 연락 끊은 거 이러려고 한 거잖아요. 팀장님 원하는 데로 하겠다고요."

준호가 머리를 쓰러 올리고 마른 침을 삼키고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발…. 연수야. 제발…. 그러지마. 다른 거 해줄게. 그러니까 그 말은 하지 마. 제발. 내가 해줄 수 있는 걸 말해줘. 그건 내가 해줄 수가 없는 일이야."

연수가 코맹맹이 소리로 준호에게 말했다.

"팀장님 비겁했어요."

"어. 나 비겁했어."

"팀장님. 멍청이예요."

"맞아. 나 멍청이야.

"저 상처 크게 받았어요."

"응. 알아 미안해…. 미안해."

"그럼 팀장님은 벌을 받아야 해요."

"어. 맞아 그 벌 백번이고 천 번이고 다 받을게."

"그럼 받아요."

준호가 갑자기 배가 아픈 듯 얼굴을 배를 움켜잡았다.

"일어나요. 아직 안 끝났어요. "

준호가 주먹을 꽉 쥐고 자신을 바라보는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알았어. 네가 원하는 만큼 네가 풀릴 때 까지 실컷 때려. 다 맞을게."

잠시 후 연수는 숨을 헐떡이며 준호를 바라보았다. 얼마나 준호를 때렸는지 자신의 손도 아파져 오기 시작했다. 준호는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연수는 갑자기 다리가 후들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워 지는 거 같았다. 그때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화 풀릴 만큼 때린 거야?"

그러면서 준호는 연수에게 등을 보이며 뒤돌아 앉았다.

"업혀. 혹시 더 때려야 한다면 아무 때나 더 맞을게 . 우선은 너 좀 쉬고 나서."

연수는 잠시 준호의 등을 바라보다 조심스럽게 준호의 등에 업혔다. 서로 아무 말 없이 택시 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준호의 등에 연수가 등에 얼굴을 기대고 눈을 감으며 말했다.

"많이 아프죠? 팀장님."

"아니. 하나도 안 아프던데. 힘 좀 길러야겠어. 그 주먹으로 개미 한 마리 못 죽이겠던데."

"거짓말 마요. 나 권투 한 달 배운 여자 라고요. 그때 코치님이 나 힘 하나는 장사라고 했어요."

"그래. 아팠어. 엄청나게 아파서 내일 못 일어날지도 몰라."

"팀장님?"

"어."

"나 아프게 하지 마요. 다음번에는 이번보다 더 아프게 때릴 거니까."

"응. 알았어."

"팀장님?"

"어. 왜?"

"보고 싶었어요."

"나도…. 나도 연수야. 죽을 만큼 보고 싶었다."

"팀장님. 내가 말했던가요?"

"뭘?"

"팀장님 등 우리 아빠 등같이 넓어요. 그래서 기대고 있으면 힘든 게 사라지는 거 같아요. 아주 좋아."

연수가 준호의 등에 얼굴을 묻고는 눈을 감았다. 준호는 등에서 느껴지는 연수의 따뜻한 체온과 잠이 든 듯 쌔근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조용히 걷고 있었다.

이미 택시 정류장은 지나친지 한참이나 지났지만 준호는 멈추지 않았다. 밤새도록 이렇게 걸어도 힘들지 않을 정도로 준호는 너무나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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