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76화 (76/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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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보고 싶었다.

"자. 너 무슨 일 있냐. 그만 마셔 애들 얼굴도 안 보고 오자마자 술이냐?"

바의 주인인 준호의 대학 선배가 칵테일을 만들어 준호에게 내밀며 말했다. 준호가 칵테일 잔을 들어 단숨에 마셔 버리고는 선배에게 잔을 주며 말했다.

"더 독한 거 없어. 머릿속 좀 맑아지게 독한 것 좀 줘봐."

"미친놈 머리 맑아지려고 독한 술을 마시냐?"

술을 기다리는 준호에게 친구들이 다가와 준호의 어깨를 치며 말했다.

"오. 여기 계셨구먼. 근데 어째 혼자냐?"

"그럼 혼자지 둘이냐?"

"이 새끼 그 자랑하던 어린 우리 제수씨는 어디가 두고 너 혼자 왔느냐고?"

준호가 대답이 없자. 친구들 중 하나가 멀리 떨어져 있는 모임회장에게 소리쳤다.

"야. 준호 오늘 5만 원 냈냐? 이 자식 오늘 혼자 왔다는데?"

"야. 대신 받아놔 그 자식 아까부터 술만 마시던데 언제 도망갈지 모르니까."

주변에 있던 친구 중 하나가 재촉을 하자 준호가 지갑을 열어 오만원을 꺼내 들었다.

"이 자식 제수씨 안 와서 코를 박고 있었구만?"

친구가 웃으며 오만 원을 받아들 때 였다. 친구들과 준호의 뒤에서 작은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모두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돌려졌다. 고개를 돌리던 준호도 연수를 발견하고는 놀란 듯 자신도 모르게 의자에서 일어서며 놀란 듯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 연수의 이름을 불렀다.

"최…. 연수."

"오빠 내가 너무 늦었지. 미안해. 오래 기다렸어?"

연수와 준호의 대화를 듣고 있던 친구들이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연수와 악수를 하며 누군가에게 들으란 듯 큰 소리로 소리쳤다.

"야. 준호가 그렇게 자랑하던 우리 제수씨 오셨다."

그 말에 친구들이 모여들어 서로 자신들을 소개하며 연수와 악수를 했다. 정신없이 준호 친구들에게 인사와 악수를 하던 연수의 손을 준호가 잡았다.

"나가자."

"이 자식 어딜 나가 우리 제수씨 이제 오셨구만. 여기로 와요. 제수씨."

순식간에 친구들이 연수를 끌고가 버렸다. 멍한 듯 서 있는 준호에게 우진이 다가와서 말했다.

"큰일이 났네. 우리 연수 오늘 술 진창 마시겠구만 저 새끼들 오늘 네 애인 오면 엄청나게 먹인다고 노리고 있던데. 연수 살아서 돌아갈지 모르겠네?"

우진이 준호를 스쳐 지나가려 하자 준호가 우진을 불러 세웠다.

"너냐?"

"뭘?"

"연수 여기로 데리고 온 거."

우진이 준호를 바라보다 빠르게 준호를 지나가며 말했다.

"연수야. 그 자식들 조심해. 그 자식들 오늘 너 술을 먹이려고 벼르고 있는 녀석들이야."

준호가 우진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 연수가 앉아있는 테이블로 걸어갔다.

연수는 또다시 자신에게 돌아온 벌칙 주를 바라보며 마른침을 삼키고 있었다. 결국, 큰 결심을 한 듯 양주잔을 집어 들 때였다. 연수보다 누군가의 손이 잔을 들어 양주를 단숨에 비워 버렸다.

친구들의 환호성 소리가 들렸다.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지금이라도 나가자?"

"됐거든요. 다 끝나고 갈 거예요."

"연수야."

"됐다고요. 그리고 앞으로 내 술 대신 먹지 마요."

연수가 고개를 돌려 버리자 준호도 더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뒤로도 친구들은 짠 듯 연수는 많은 술을 받아 마셔야 했다. 준호가 대신 마시려 하면 연수는 고개를 흔들어 준호가 대신 마시려 하는 걸 반대했다.

모임이 끝나갈 무렵 준호는 더는 연수를 놔두면 안될 거 같아서 연수의 손을 잡고 일어났다.

"우리 그만 가볼게."

"야. 너는가고 우리 제수씨 두고 가. "

다들 말류 하는걸 준호는 연수를 억지로 데리고 나왔다. 그래도 꿋꿋하게 잘 걸어 나오던 연수는 막상 밖에 나와 시원한 바람을 맞자마자 다리가 풀린 듯 길에 주저앉았다.

준호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무릎을 굽히고 연수를 바라보았다.

"괜찮아."

연수가 고개를 들어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은 거 같냐? 내가 걱정되기는 하냐? 어. 너. 한준호 말해봐. 내가 걱정되기는 했느냐고?"

준호가 아무 말 없이 연수를 바라보았다. 답답한 듯 연수가 손가락을 들어 준호의 가슴을 찌르며 다시 한 번 물었다.

"내가 걱정되긴 했느냐고? 한준호. 말해보라고. 내가 보고 싶긴 했느냐고? 이 나쁜 놈아. "

준호가 한참이나 고개를 숙이고 있다가 연수를 바라보며 대답했다.

"어. 미치도록미치도록 보고 싶고 걱정됐어. 연수야."

연수와 준호가 아무 말 없이 서로를 잠시 바라보았다. 연수가 괴로운 듯 서서히 일어섰다. 준호가 연수의 팔을 잡자 연수가 준호의 팔을 뿌리치며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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