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74화 (7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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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손 같은 남자

"자."

진웅이 맥주캔을 따서 연수에게 내밀었다.

"고마워."

연수가 맥주캔을 받아들고 시원한 맥주를 한 모금 들이켰다. 연수를 바라보던 진웅도 맥주를 들이킨 후 연수에게 말했다.

"그동안 내 전화도 피하더니 그래도 이렇게 너 볼 수 있어서 다행이긴 하다. 난 네가 계속 날 피하면 어쩌나 했다."

"결정을 내려야 했으니까."

"그래서 결론은?"

"너는 진웅이 너는 어때? 지금도 네가 말한 마음 그대로야?"

"그래. 네가 싫다고 해도 변하지 않아?"

"그렇구나. 그럼 우리 이제 못보겠다."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우리가 함께한 그 시간이 그렇게 간단하니 단 며칠 만에 안 본다는 소리를 할 정도로?"

"웅아. 이런 말을 내 입으로 꺼낸 나는 지금 어떨 거 같아. 나는 말이야 웅아 이제 진짜 완벽하게 혼자가 된 기분이야. 이 넓은 세상에 기댈 수 있는 하나뿐인 내 가족이. 내 편이 사라진 거 같다고."

"너 진짜 잔인하다."

연수가 계단에서 일어서며 고개 숙이고 있는 진웅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진웅이 연수의 손을 잡고 연수의 얼굴을 보며 물었다.

"만약? 만약에 말이야 내가 그 사람보다 더 빨리 고백했다면 그때는 결과가 달라졌을까? 연수야."

"아니. 지금 하고 똑같은 결론이 나올 거야."

진웅의 손이 연수에 손에서 힘없이 스르르 떨어졌다.

"웅아. 나는 항상 내 친구 웅이 전화를 기다릴 거야. 나갈게 잘 지내."

연수는 아직도 계단에 웅크리고 앉아있는 모습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버렸다. 자꾸만 웅크리고 있던 모습이 가슴에 아파서 뒤돌아보고 싶어지는 걸 간신히 참았다.

* * * * * *

신지와 지희는 퇴근 후 핸드폰어 찍혀있는 [친구들 오늘은 노래가 당기는 날이야.] 라는 연수의 문자를 보고 자주 가던 노래방으로 곧장 달려왔다. 주인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아주며 연수가 있는 방을 알려 주었다. 노래방 문을 열어본 신지와 지희는 조용히 문을 닫고 자리에 앉아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는 두 사람이 오는 것도 모르고 탁자에 고개를 박고는 노래방 리모컨의  번호를 무작위로 누르고 시작 버튼을 누르고 간주가 흐르면 곧 종료버튼을 누르는 행동을 반복하고 있었다.

한동안 바라만 보던 신지가 조용히 일어나 리모컨을 뺏어 들었다. 연수가 빨개진 눈으로 고개를 들어 신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도 울먹이고 있는 연수를 바라보며 신지가 말했다.

"왜 그러는데?

"내가 오늘 웅이한테 잔인한 짓을 했거든 그래서 미안해서…. 그리고 그리고  신지야  우리 팀장님이 너무 보고싶어 미치겠어."

한참을 소리를 내 우는 연수를 두 사람이 아무 말도 없이 지켜보고 있었다. 연수가 조금씩 코를 훌쩍이며 울음을 멈추었다.

세 사람은 노래방을 나와 근처의 술집으로 장소를 옮겼다. 신지와 지희는 술을 마시며 연수의 이런저런 말을 들어주고 있었다.

"난 커가면서 아빠 손을 느껴본 적이 한 번도 없잖아. 근데 내가 처음 난 가족이 없다고 팀장님한테 말하니까 팀장님이 내 손을 꼭 잡아 주는 거야 그리고는 눈을 감더라.

근데 그 손이 진짜 따뜻했어 .

진짜 우리 아빠가 살아 돌아와서 그동안 혼자서 고생 많았다. 장하고. 대견하다. 그렇게 칭찬해주고 위로해 주는 거 같았거든 그때부터 팀장님이랑 손잡는 게 아주 좋았고 행복했어."

"그래서 바람돌이가 한 짓을 용서 하겠다는 거야?"

"하지 말까?"

"당연하지."

두 사람이 동시에 대답했다. 그러다 눈을 가늘게 뜨고 지희가 연수를 보며 말했다.

"너.우리한테 뭐하러 물어보냐? 이미 결정은 다 한 얼굴이고만."

신지가 지희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아까 팀장님 보고 싶다고 울 때부터 뻔한 거지. 연애에서 말이야 더 많이 보고 싶은 사람이 지는 거야 이제 연수는 끝났다는 소리지 ."

지희가 웃으며 신지에게 말했다.

" 키스도 아직 해보지 않은 니가 연애를 어찌 그리 잘 안 데?"

"내가 살아온 내공이 있는데. 책 봐 책보면 다 나와 있어."

지희가 신지의 등을 세게 때리며 말했다.

"연애를 책으로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동네 창피해서 너랑 못 다니겠다."

두 사람의 웃고 떠드는 소리에 연수의 마음도 한결 가벼워 지고 있었다. 연수는 친구들을 바라보다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준호와 손을 잡았을 때 느낌이 느껴지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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