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강공주
연수는 우진이 있는 카페에 문을 열고 들어갔다. 우진이 들어오는 연수를 발견하고는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연수가 웃으며 우진이 앉아있는 테이블로 다가가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우진이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연수를 보며 말했다.
"야. 남들이 보면 내가 네 선생님인 줄 알겠다. 뭔 인사를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인사하냐? 한.두번 본 것도 아니고. 너보다 나이 많은 거 나도 알고 있거든 꼭 그렇게 티를 내야 겠어?"
연수가 웃으며 우진에게 말했다.
"죄송해요."
"아니다. 늙은 내가 더 죄송하다. 뭐 좀 먹을래?"
연수 앞으로 시원한 음료가 놓여졌다. 우진이 연수를 보며 말했다.
"괜찮냐?"
연수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아니요."
"그래 괜찮으면 이상한 거지. 준호녀석 밉지. 혹시 정수한테 이야기는 들었어?"
"네."
"그래. 그 새끼가 좀 이상해.."
"네.그런거 같아요. 그리고 비겁해요. 무슨 이유에서든 뒤에 숨는 건 아주 나쁜 거니까요."
우진이 연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맞다. 근데. 준호한테 전화했는데 내가 받아서 놀라지는 않았어?"
"네. 별로요. 어차피 저는 아무한테나 전해 드리면 되니까요."
"뭘?"
연수가 가방에 조금 한 상자를 하나 꺼내서 우진의 앞에 내밀었다.
"이게 뭐야?"
"팀장님이 주신 반지요. 이제 가지고 있으면 안될 거 같아서요."
우진이 상자를 바라보다 고개를 들었다.
"이러지 마라. 너까지 이러면.."
"이러는게 맞는 거 같아요. "
"연수야? 준호가 서툴러서 그래. 지금은 물론 화도 나고 얼른 끝내고 싶겠지만, 연수야 네가 사람 하나 살린다 치고 준호좀 잡아주면 안 되겠니?"
"죄송해요. 제가 약속이 있어서요. 이만 일어나 볼게요."
"네가 처음이야."
일어서려던 연수의 손을 다급하게 우진이 붙잡았다.
"네가 처음이라고 연수야. 제 마음 다 준 게 우습게도 네가 처음이라고. 준호 겉모습은 다 큰 어른 같지만 속은 미운 7살이야. 준호는 지금 너한테 떼를 쓰고 있는 거라고 자기 좀 봐달라고 잡아 달라고."
연수가 자리에 앉자 우진이 손을 놓아 주었다.
"그 녀석 자신이 없는 거야. 너는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자기는 빈털터리에 거기에 나이까지 많으니 네가 흔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 하는 거야."
"저 그런 생각 해본 적 없어요."
"나도. 네가 그런 적 없을 거라 생각해."
"전 팀장님이 빚이 있다고 해도 아무 문제 없었어요. 팀장님이 좋으니까요."
우진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연수야. 그 미친 자식이 네가 이런 마음인지 아는데도 못 잡는 준호 마음 좀 헤아려 주면 안 될까? 준호 지금은 갚아야 할 빚이 더 많지만 알잖아. 그 자식 금방 일어날 거라는 거 그거는 알고 있지?"
"네."
"물론 부모님 도움받으면 그까짓 빚 금방 갚겠지. 근데 도움받기가 싫은 거야. 형 일이니까 부모님이 반대한 결혼 한 것도 그런데 동생한테 손 벌렸다고 더 원망 들을까 봐. 그래서 부모님도 몰라."
"형이요?"
"어. 이런 준호가 말 하지 않았어 나는 준호 빈털터린 거 알고 있어서 내용도 당연히 말한 줄 알았는데."
"아니요. 저는 주식이나 뭐 그런 쪽에 손해를 크게 본 줄 알았는데."
"주식. 아니 그 녀석 주식의 주자도 몰라. 일 년 전에 형 가게 도와준다고. 그때 있는 거 다 쏟아내고 빚도 생긴 거야."
"몰랐어요."
우진이 한참을 연수를 바라보다 연수에게 말했다.
"네가 당장 힘든 건 충분히 알아. 근데 연수야. 준호가 그런 녀석이야 하나에 꼬치면 다 주는 녀석 그래서 너한테 꽂혀서 그 몇십 년을 생각도 해본 적 없는 결혼이라는걸 하고 싶어졌단다."
물론 넌 아니지만. 혼자 김칫국 마시고 있는 건 나도 알아."
"그래도 팀장님의 이런 행동은 이해가 안 돼요?"
"그게 진짜 연애를 못 해봐서 무지해서 그런 거야. 한마디로 바보지. 눈앞에 보석도 놓치는 바보 멍청이."
답답한 듯 크게 한숨을 쉬며 우진이 다시 말했다.
"내가 너에게 이러는 건 내가 준호 친구이긴 하지만 안 쓰러 위서 그래 이번 일로 상처받은 너도 안쓰럽고 자기 생각에 혼자 빠져서 너를 놓치는 준호도 안쓰러워서."
두 사람은 한참 동안 말없이 각자의 잔을 바라보았다. 물잔에 물을 빨대로 휘휘 저으며 연수가 우진에게 말했다.
"오빠 여동생 있어요? 누나나?"
"아니. 남동생 하나뿐이야. 근데 그건 왜?"
"만약에 여동생이 팀장님을 만난다면 어떡하실 거예요?"
"머리다 깎아버리고 못 나가게 방에 가둬 버려야지."
연수가 그 말을 믿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우진이 웃으며 연수의 머리를 톡톡 두드렸다. 연수가 고개를 들자 우진이 웃으며 말했다.
"당연히 찬성이지 그 자식은 처자식 굶겨 죽일 녀석은 아니거든 그리고 가끔 7살 떼쟁이가 되기도 하지만 자기 가족은 간도 빼줄 녀석 이거든."
연수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 우진이 연수가 내밀었던 상자를 다시 연수 쪽으로 밀었다.
"연수야. 평강 공주 좀 해라."
"네?"
"그래서 멍청한 바보 준호 좀 구해 달라고 "
우진이 떠난 자리를 연수는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뭔가 생각이 많을 때는 늘 그랬듯 손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까 음료와 같이 나온 비스킷이 가루가 되어 가는것도 모른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