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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날준비.
"너. 동창회 뭐 입고 갈 거야. 옷을 좀 사야 하나. 우리 내일 쇼핑이나 할까?"
연수가 정수에게 출근을 하기 위해 운동화 끈을 묶으며 놀란 듯 물었다.
"무슨 동창회?"
"뭐야? 팀장님이 아직 말 하지 않았어?"
"어."
"이상하네. 이번 주 토요일이라 4일밖에 안 남았는데 팀장님은 안가려나?"
정수가 현관문을 열고 나서며 아직도 운동화 끈을 잡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움직이지 않고 있는 연수를 보며 말했다.
"뭐해? 안 갈 거야?"
연수가 굳어진 얼굴로 정수에게 말했다.
"언니?"
"어. 왜?"
"나 그러고 보니까 팀장님이랑 어제 종일 연락 한번 안 했어 생각해 보니까 이상하지 않아 한 시간에 한 번씩 문자나 전화했었는데 말이야."
정수가 잠시 당황한 얼굴을 보이더니 다시 연수에게 밝게 말했다.
"거기. 지금 신제품 때문에 바쁘잖아. 이따 회사가면 볼텐데 뭘…. 이따 회사 가면 한 바퀴벌레가 최 바퀴벌레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빨리 가자고. 얼른 일어나."
"으…. 응"
정수와 연수가 회사에 도착해 연수가 인폼을 받기 위해 돌아 다닐 때 정수는 제품개발부 팀원에게 다가갔다.
"어. 오늘도 한 팀장님 안보이네요?"
"왜요? 정수 씨도 한 팀장님 기다려요. 우리로는 부족 한가요? 오늘 한 팀장님 물어보는 사람 많네요. 제 등에 팀장님 어제부터 일주일 휴가입니다. 써놓고 다녀야겠어요."
"휴가요? 일주일이나?"
"네. 어제부터 쓰셨어요."
정수가 바쁘게 움직이는 연수를 한번 바라보고는 빠르게 청정실을 빠져나왔다. 비상계단으로 나온 정수는 준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왜? 정수야.]
[오빠. 최근에 팀장님이랑 전화통화 한 게 언제야?]
[준호? 한 일주일 넘은 거 같은데. 왜? 무슨 일이야?]
[연수한테 말도 안 하고 휴가 쓰셔서 무슨 일인가 해서.]
[그래. 왜 그랬지. 내가 전화한 번 해볼게.]
[어. 연락되면 나한테 꼭 알려줘.]
[그래. 알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
정수는 끊어진 핸드폰을 꽉 쥐면서 이를 악물고 혼잣말을 했다.
"개자식 개 버릇 못 준다더니. 또 시작인 거야."
정수는 화가 난 얼굴로 비상계단 문을 박차고 빠르게 걸어나갔다.
퇴근하기 30분 전 정수가 연수에게 다가갔다.
"연수야?"
"응. 왜?"
"오늘 준혁 오빠 만나는데 너 혼자 들어갈 수 있지."
"그럼. 나 어린애 아니거든."
정수가 온종일 힘없는 연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야. 어깨에 힘 안 넣어 별일 없다잖아. 일주일 휴가 쓴 건 뭔 이유가 있겠지. 나중에 만나면 정신 차리게 두들겨 패버려."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죽을 만큼 두들겨 팰게."
정수가 준혁이 말한 술집으로 들어갔다. 정수가 준혁을 발견하고 테이블을 향해 걸었다. 정수는 테이블에 현재 상황에 눈썹을 찡그렸다.
준호가 많이 취했는지 우진이 준호를 어깨에 들쳐메고 있었다. 우진이 준호를 간신히 둘러업고 가려다 정수를 발견하고 말했다.
"어. 정수 왔네. 나 이 자식 취해서 집에 데려다 주러 간다. 준혁이랑 재미있게 보내고 나중에 만나서 술 한번 먹자."
"네. 그럴게요."
정수는 우진이 힘겹게 준호를 데리고 나가는 걸 확인하고는 준혁을 보았다. 준혁이 당황한 듯 정수의 눈길을 피했다.
"뭐야? 무슨 일 있는 거지."
"무슨 일은 그런 거 없어."
"내가 바보로 보여 빨리 말해. 도대체 연수도 모르는 일이 뭐냐고?"
준혁이 한숨을 크게 쉬며 의자에 풀썩 주저앉았다. 정수도 따라 앉자. 준혁이 앞에 있는 술잔에 술을 들이켰다.
"아무래도 준호가 연수랑 그만둘 건가 봐."
정수의 얼굴이 구겨지며 손에 주먹을 꽉 쥐며 준혁에게 말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야?"
"그러니까 나도 갑자기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준혁이 정수를 의자에 앉히며 말했다.
"준호도 뭔가 많이 힘든 거 같더라고."
"장난해 그럼 이유도 모르고 연락 안 돼서 기다리는 연수는 연수 마음은 어떨 거 같은데. 이유가 뭔데. 이해가 가는 이유라도 들어야 연수를 단념 시킬 거 아냐."
"저 새끼가 술에 취해서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확실히는 대답해 줄 수는 없는데.."
준혁이 정수의 눈치를 살짝 보았다. 정수가 답답한 듯 째려보자 조심스럽게 준혁이 말을 꺼냈다.
"연수한테 좋은 새끼가 나타났다고 하더라 그리고 자기는 연수한테 어울리지 않는 거 같다고 하고. 뭐 이런 우리도 도통 모를 소리만 지껄이더라고."
"연수한테 좋은 새끼가 생겼다고?"
"이름이 뭐더라? 아 횡설수설해서 기억이…. 아. 웅인가? 아마 그랬을 거야."
정수가 준혁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혹시 진웅이 아냐? 임진웅."
"어. 맞는 거 같다. 진웅이 라고 한 거 같다."
"미친 거 아냐? 지금 웅이랑 연수를 오해하고 있는 거야?"
"오해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그런 거 같던데."
"웅이랑 연수는 친구라고 것도 몇 년씩이나 만난 친구. 그리고 오해든 뭐든 헤어질 거면 만나서 헤어진다거나 무슨 말이 있어야 하는 거 아냐. 연수는 어떡하라는 건데."
"자신이 없데 연수씨 만나면 다시 잡을 거 같아서 만나야 하는데 만날 수가 없데. 그래서 휴가를 쓴 거 같더라고. "
정수는 준혁을 바라보다 앞에 놓인 컵에 담긴 술인지 물인지 모르는 액체를 들이켰다. 연수한테 어떡해 이야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또 상처받을 연수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