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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웅
"진웅이라고 하던데."
"진웅이... 아... 안진웅."
"정수 너도 아는 거야?"
"진웅이랑 연수는 그냥 친구야. 팀장님."
"통화할 때 보니까 그냥 친구가 아닌 거 같던데?"
"아냐. 게네들 보육원에서 같이 지내다 아마 진웅이가 후원해 주시는 분 도움받아서 유학인가 갔었다고 한 거 같아. 나도 그 진웅이 라는 애 딱 한 번 봤어."
"그래. 그럼 별 관계는 아니라는 거지."
"그렇다니까…. 근데 잠깐 준혁 씨 팀장님 지금 질투 하는 거야?"
정수가 준혁에게 웃으며 물었다. 준혁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봐도 바람난 마누라 때문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 같다."
두 사람이 놀리기 시작하자 준호가 소주잔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나. 연수한테 결혼하자고 했어."
정수가 하마터면 마시던 물을 준호의 얼굴에 뿜을뻔했다.
"그…. 그래서 연수가 뭐래요?"
"그 녀석은 끝까지 장난인 줄 아는 거 같아."
정수가 눈을 가늘게 뜨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팀장님은…. 진심인거예요?"
"어. 미치도록 진심이야."
"나는 믿기 지기 않는데 아직 두 사람 정식으로 만난 거 합쳐도 6개월 안 되잖아요. 근데 무슨 마음으로 결혼을 결심한 건데요."
준호가 빈 소주잔에 술을 채우려 소주병을 들었다. 준혁이 소주병을 빼앗아 자신이 술잔에 술을 채웠다. 준호가 웃으며 준혁을 보며 말했다.
"예전에 우진이 새끼 결혼 한다고 해서 우리가 얼마나 말렸냐. 세상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여자하고 결혼이라는 무덤에 들어가느냐고 그때 우진이 대답 기억나냐?"
준혁이 소주잔을 비우며 뭔가 생각하는듯하다 기억이 난 듯 말했다.
"세상에 여자는 많은데 결혼이라는 무덤에 같이 들어갈 여자는 하나라고 근데 그 무덤에 들어갈 여자를 자신이 한눈에 알아봤다고 이 여자 아니면 자신은 영원히 혼자 살아야 할 거 같은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랬을 거야."
"그래. 우리 그래서 우진이 새끼 미친놈이라고 얼마나 두드려 팼냐. 근데 내가 인제야 우진이 새끼 마음을 이해하게 됐다. 우진이가 그때 말한 게 내가 지금 연수한테 느끼는 거라고.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내 옆에 묶어놓고 싶다고 어디도 못 가게. 나 떠날 생각 못 하게."
정수가 준호를 한참을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팀장님 고생 좀 하겠다."
"왜?"
"연수는 결혼 한 35살에나 한다고 항상 입에 달고 사는데 연수 고집이 한번 정했다 싶으면 웬만하면 바꾸는 애가 아니거든 머리 좀 아프시겠어요."
준혁이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 녀석은 머리 좀 아파봐야해 여자들 차기만 해봤지 마음 얻으려는 노력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을걸. 저 녀석 드디어 임자 제대로 만났구만 "
준호가 쓴웃음을 지으며 두 사람에게 잔을 들어 보이며 마셨다. 준호는 자신을 놀리며 서로 장난을 치는 두 사람을 천천히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두 사람의 손에 껴있는 커플 반지가 준호의 눈에 더 반짝 이는거 같았다.
* * * * *
준호는 연수의 집 앞 놀이터 벤치에 앉아 네모난 반지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수의 집으로 향하던 길에 우연히 보석 가게를 발견했다. 준호는 당연한 듯 보석가게 문을 열고 들어가 커플링을 점원과 한참이나 골랐다.
드디어 연수가 불편해하지 않고 항상 편하게 끼고 다닐 수 있는 가운데 보석이 박혀있는 가벼운 링 반지를 선택했다. 준호는 떨리는 가슴으로 상자를 이리저리 돌리며 연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계를 몇 번이나 확인하고 나서야 준호의 눈앞에 연수가 보였다. 준호는 연수를 발견하고 기쁨도 잠시 웃고 있던 표정이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연수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같이 온 남자의 팔짱을 끼고 남자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웃고 있었다. 준호는 더 생각할 것도 없이 두 사람 곁으로 다가갔다.
"뭐가 재미있는지 나도 같이 웃자고."
연수와 남자가 준호를 바라보았다. 연수가 반가운 얼굴로 남자의 팔짱을 풀고 준호의 손을 잡아끌었다.
"팀장님. 여기서 뭐 하세요? 전화도 안 하고."
"너 보려고 기다렸지 오늘 만난다는 분이 이분이야."
"아. 맞다. 네 이쪽은 내 친구 안진웅 이고요."
"진웅아. 이분은 아까 내가 말한 우리 팀장님."
준호가 연수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한 손을 내밀었다.
"반갑습니다. 한준호입니다."
"안녕하세요. 안진웅입니다. 연수한테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준호는 악수를 하며 진웅을 바라보았다. 진웅도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준호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에 힘을 꽉 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