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결혼하자.
연수는 입고 있는 티 안으로 무언가 쓱 들어오는 기분을 느꼈다. 안으로 들어온 그 물체는 배 주변을 가만히 쓸고 있었다. 무언가 편안한 기분에 연수는 좋은 꿈을 꾸는구나 생각하고 다시 잠이 들때였다.
그 물체는 점점 올라오더니 연수의 가슴을 덥석 잡았다. 연수는 잠이 확 달아나 버릴만큼 화들짝 놀라서 벌떡 일어났다.
준호가 웃으며 연수를 보고 있었다. 그것도 위에 옷은 입지 않은 채였다.
"왜. 왜? 옷 벗고 있어요?"
"입고 있는데?"
"안 입고 있잖아요."
준호가 장난스러운 얼굴로 자신이 덮고 있던 이불을 확 들쳤다. 그러자 팬티 바람에 준호가 연수 눈앞에 떡하니 나타났다. 연수가 급하게 이불을 다시 덮어주며 말했다.
"팀장님. 팬티 한 장은 안 입었다고 하는 거예요."
"옷이 없더라고."
"옷이 왜 없어요? 옷도 많더구만"
"네가 입고 있는 그게 내가 제일 아끼는 옷이거든 나는 그거 아니면 영 불편해서 말이야. 다른 건 못 입겠어."
"아무거나 빌려 입어도 된다면서요?"
"그걸 입을 준 몰랐지."
연수가 입을 삐죽이며 노려보았다. 준호가 다시 누우며 연수도 다시 눕게 하고는 팔베개를 해주었다. 연수의 머리에 턱을 누르며 준호가 말했다.
"근데. 너는 왜 벗고 자는데. 나 유혹하려고 벗은 거 아냐?"
"난 다 입고 잤는데 무슨 소리예요?"
준호가 연수의 귀에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너 브래지어 안 하고 있잖아."
연수가 얼굴이 용암이 터지듯 빨개지자 준호는 연수를 끌어안고 신나게 웃고 있었다.
* * * * * * * *
두 사람은 저녁에 집으로 올 친구들을 위해 마트에 장을 보러 왔다. 고기와 이것저것 사면서 옷 가게를 지나가던 준호가 갑자기 카트를 멈추었다.
"너 집에서 입을 옷 좀 사자."
"이따 정수 언니 오면서 가지고 오라고 하면 돼요."
"일단 따라 들어와."
잠시 후 두 사람은 귀여운 병아리 캐릭터가 들어간 커플티를 손에 들고 나왔다. 집으로 돌아와 준호의 제안으로 둘은 같은 티 같은 바지를 입고 준호가 요리를 하고 연수는 보조하고 있었다.
"그럼 집에서는 정수 씨가 요리 하는 거야?"
"대부분 아니면 나가서 사 먹을 때가 많아요. 정수 언니는 나한테 절대 요리 안시키거든요."
"왜?"
"언제더라 생각은 안 나는데 내가. 아. 언니 생일 때 미역국을 끓였거든요. 그 날 정수 언니 온종일 물만 들이켰어요. 그 뒤로 저는 요리 잘하는 사람 만나야 한다고 항상 말하고 다녔어요.
저는 돈 벌고 남자는 살림하고 그래야 제가 결혼할 수 있다고 맨날 장난치고 다녔다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나 요리 못하는 거 다 알아요. 근데 진짜 난 요리가 진짜 어려워요."
"괜찮아. 그런 걱정 하지 마."
연수가 준호를 바라보자. 준호가 썰던 오이를 연수의 입에 넣어주며 말했다.
"내가 요리좀 한다는 소리 듣거든 그러니까 그런 걱정 하지 마 우리 결혼하면 요리는 내가 담당할게 그대신 나는 설거지가 싫더라 그럼 설거지는 네가 하는 걸로. 괜찮지."
"뭐 나쁘지 않네요."
"그렇지. 그럼 언제 할까?"
"뭘요?"
"우리 결혼 너도 좋다고 여기서 방금 이야기했잖아."
"내가 언제요? 아까 한말은 그냥 그런 식으로 해도 괜찮겠다 했던 거죠."
"너 지금 나이 먹는 것도 서러운 총각 가슴에 불 질러놓고 없던 일이다. 이러면 끝이야?"
준호가 이마를 찡그리며 말하자. 연수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장난 그 정도만 해요 시간 없어요. 이제 사람들 올 시간 이라고요."
준호가 당황한 연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나. 장난 아냐?"
"팀장님. 왜 그래요? 얼른 준비하게요."
연수가 자리를 벗어나려 의자에서 일어날 때 준호가 빠르게 다가와 연수의 팔을 잡았다.
"최연수 나 진짜 장난 아니야? 우리 결혼하자.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할수있어 너만 좋다면."
연수가 난감한 표정으로 준호를 바라보았다. 한동안 준호가 대답을 기다리는 듯 연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때 연수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연수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여보세요?]
[연수야. 나 진웅이.]
[어 웅아 .]
누군가 반가운 사람의 전화인듯 얼굴에 미소 가득 웃으며 전화를 받고는 준호를 잊어버린 듯 다시 의자에 앉았다. 준호의 날카로운 눈빛도 보지 못한 채 뭐가 그리 신나는지 입의 미소를 지우지 못한 채 통화를 계속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