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63화 (63/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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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30627

[여보세요?"]

[어디야?]

[여기?]

[그래..거기. 거기가 어디냐고?]

[집..인거 같은데.]

[지금이 몇신데 아직 집에 있는 건데. 정수 씨랑 너 출근 안 해]

[출근?]

핸드폰 안에서는 늦잠을 잔 두 사람이 요란하게 출근 준비하는 소리가 들리다가 곧 꺼져버렸다. 준호는 무언가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꺼진 핸드폰을 바라보다 헛웃음을 짖고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휴게실을 빠져나왔다.

연수는 밀린 업무로 출근해서 지금까지 고개 한번 들지도 못하고 사인과 일정표에 파묻혀 있었다. 출근하기 전부터 이미 어제 먹은 술이 연수의 머리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연수가 힘들게 이를 악물고 일을 하고 있을 때 리더 자리에 있는 전화가 울렸다.

[네. 2팀 3파트 최연수 입니다.]

[나야. 지금 비상계단으로 나와.]

[지금요. 나 일이 밀렸는데.]

[잠깐이면 되니까. 나와. 안 그러면 거기로 내가 직접 찾아간다.]

[알았어요. 지금 나갈게요.]

연수는 자리에서 일어나 잠시 일을 맡기고 빠르게 비상계단으로   걸어갔다. 요즘 연수와 준호는 사람들 몰래 가끔 3층 비상계단에서 만나고는 했다. 연수가 비상계단 문을 열고 들어가자 준호가 벽에 기대 팔짱을 끼고 서 있었다.

"팀장님."

연수가 반갑게 달려오자 준호는 코를 막으며 말했다.

"저리 가. 아휴. 술 냄새 어제 얼마나 마신 거야. 아까 내가 너 깨워준 거는 기억나?"

"그럼요. 그리고 어제 조금밖에 안 마셨어요."

"어제 몇 시에 들어갔어? 전화도 안 되고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죄송해요."

"자. 마셔."

연수가 준호의 팔에 매달리며 미안해하자. 준호가 연수에게 무언가 내밀었다. 숙취제 였다. 연수가 반가운 듯 숙취 제를 반기자. 준호는 웃으며 말했다.

"나보다 더 반가운 거 같다."

"그건 아닌데. 반갑긴 해요."

연수가 숙취 제를 마시자. 준호가 빈 병을 받아 들었다. 연수가 엄지를 치켜세우며 말했다.

"아. 그래도 좀 낫는 거 같다. 팀장님. 최고. 그럼 팀장님 내가 이 원수는 꼭 갚을게 이따 끝나고  봐요."

연수가 비상계단을 나가려 하자. 준호가 연수의 팔을 잡았다.

"나 오늘 회식이 잡혔어. 그거 끝나고 만나야 할 것 같다."

"응. 알았어요. 그럼 집에 있을게 전화해요. 너무 늦으면 내일 보면 되니까 신경 쓰지 말아요."

"아니 끝나고 우리 집에 가 있어."

"왜요?"

"회식 최대한 빨리 끝나고 갈게."

"그러니까 전화하라니까요. 나갈 테니까."

"우리 집으로 가있어 어차피 나 회식 끝나고 너희 집으로 갈려면   시간 걸리잖아. 그러니까 우리 집으로 가 있어."

"팀장님도 없는데 혼자서 뭐하라고. 안 해요. 회식 끝나고 전화하면 내가 팀장님 있는 데로 갈게."

"회식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데 늦게 끝나면 또 못 볼 거 아냐."

"그럼 내일 일찍 보면 되잖아요."

"싫어. 너 너무하는 거 아냐?

"내가. 뭘..뭘요?"

"너 지난주에 신지랑 지희 만난다고 얼굴도 안 보여 주더니 이번 주는 술독에 빠져 사느라 만나지도 못하고 너 지금 너랑 내가 연애하고 있는 거는 알긴 아냐?"

연수가 준호를 보고 미안한 듯 머리를 끄적였다.

"그럼. 몇 시에 올건데요?"

"최대한 빨리갈께 . 아니다. 내가 너 끝나는 시간에 잠깐 짬 내서 나올께 . 내가 데려다줄께."

"됐어요. 내가 어린애야. 회사에서 20분도 안 걸리는 팀장님 아파트 걸어서 충분히 갈 수 있거든."

준호가 예쁘다는 듯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연수가 비상계단을 빠져 나가려다 준호를 바라보고 물었다.

"근데. 팀장님 집 비밀번호 모르는데요."

"03230627 내 생일 네 생일."

연수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빠르게 비상계단을 나왔다. 몇 분 후 만족스러운 미소를 가득 담고는 준호가 비상계단 문은 열고 걸어 나왔다.

* * * * * *

준호는 엘리베이터에 머리를 기대고 손목의 시계를 들어 보았다. 새벽 2시가 가까운 시간이었다. 준호는 연수가 화낼 걸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아파트 문을 열고 들어가자 연수의 운동화가 얌전하게 놓여있었다. 준호는 무언가 뿌듯한 기분을 느끼며 구두를 벗고 거실로 걸어갔다. 집안은 빛 하나 없이 깜깜했다.

준호는 안방 문을 살짝 열어보았다. 연수가 이불을 칭칭 감고 자고 있었다. 이불 밖으로 삐죽이 나온 연수의 머리를 보며 준호는 문을 살짝 닫고 빠르게 욕실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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