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61화 (6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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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내지마.

연수는 부장님이 주는 술만 마시고 일어나려 했지만 여기저기서 연수를 붙드는 바람에 고개를 돌리면 준호가 보이는 자리에 앉게 되었다.

따라주는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돌린 순간 자신을 바라보는 준호와 눈을 마주 쳤다. 연수는 빠르게 고개를 돌리고는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수가 신지와 지희의 자리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동시에 연수에게 말했다.

"뭐래?"

"뭘?"

신지가 주위를 의식한 듯 가만히 다가왔다.

"왜 바람 돌이냐 전화 안 했는지."

"안 물어봤어. 자기네 쪽 사람들 하고 술 마시느라 바쁘던데."

"저 바람 돌이 일본에서 일본 여자랑 바람난 거 아니냐?"

"너 자꾸 바람 돌이라고 할래. 그러다 팀장님 부를 때 너도 모르게 바람둥이님 그렇게 부르겠다구. "

"지금. 또 저 바람돌이 편 드는 거냐. 몇 년 친구를 버리고. 슬프다. 바람 돌이 보다 못한 내 인생."

"됐어. 얼른 술이나 마셔. 정수 언니랑 나는 내일 출근 때문에 중간에 집에 갈 거야."

"그게 되겠냐?"

"왜?"

신지가 턱으로 정수가 앉아있는 자리를 가리키며 웃고 있었다. 정수는 얼마나 마셨는지 이미 떡이 돼 있었다.

"뭐야. 언제부터 저랬어?"

"너 아까 가고 나서 얼마 안 돼서."

연수는 어떻게 정수를 데려가나 고민할 때였다. 또다시 연수를 부르는 목소리에 연수가 자신을 부르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네."

"이쪽으로 와라."

연수는 일어나 자신을 부른 부장님 뒤로 걸어갔다. 부장이 웃으며 연수를 가리키며 사장님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 녀석입니다. 리더 억지로 시켰다고 저한테 삐져 있어요."

사장님과 그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부장님 말에 웃음을 터트렸다. 준호도 웃으며 연수를 보았다. 연수는 자신을 부르며 술잔을 건네는 사장님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이고 힘든 자리 고생이 많아요. 하도 여기저기서 연수 씨 칭찬하는 말이 들려서 궁금했는데 이렇게 보네요. 한잔 받아요."

"네. 감사합니다."

"우리 한 팀장이 누구 칭찬하고 그럴 사람이 아닌데 연수 씨한테 신제품 개발 도움을 많이 받는다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더군요.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요. 앞으로도 부탁해요."

"아. 네 감사합니다."

연수는 준호의 시선을 느꼈지만 쳐다보지도 않고 그 자리를 벗어났다. 연수는 더 있다가는 또 잡힐 거 같아 정수를 데리고 조용히 빠져나가기로 결정하고 신지와 지희의 도움을 받아 겨우 택시 타는 곳까지 나올 수 있었다. 세 사람이 낑낑대며 택시를 잡고 있을 때였다.

"정수 씨 이리 줘"

세 사람의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 연수가 아니라고 말하려는 찰나 신지와 지희는 정수를 내팽개치듯 준호에게 넘겨 버렸다. 그리고는 다시 들어가야 한다며 연수와 준호만 남겨 놓은 채 음식점으로 빠르게 사라졌다.

준호가 정수를 등에 업고는 연수에게 말했다.

"가자. 내 차 뒤편에 있어."

"팀장님 이렇게 안 하셔도 되는데요. 그냥 택시 타고 가도 돼요."

"정수 씨 살쪘나.? 나. 지금 엄청나게 무거워 얼른 따라와."

"팀장님. 회식은요?"

"너 만나러 온 건데 너도 없는데 내가 뭐 하려고 있어. 얼른 따라오기나 해."

준호는 차 뒷좌석에 정수를 눕히고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가 고맙다며 인사를 하고 뒷좌석 문을 열 때였다.

"앞에 타."

"정수 언니가 취해서 떨어지는데요."

"정수 씨가 떨어지는 건 내가 알 바 아니고 나는 네 얼굴 좀 봐야겠어 내가 이 짓을 왜 했다고 생각해 너 때문이잖아. 옆에 타 최연수 얼굴 좀 보자."

연수는 불안한 듯 정수를 바라보다 운전석의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탔다. 준호가 핸들에 기대에 연수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뭐 화난 거 있어?"

"아니요."

"근데. 왜 눈도 안 맞추고 피해."

"안 피했어요."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네."

준호가 핸들에서 몸을 일으키고 연수에게 웃는 얼굴로 말하고 차를 출발시켰다.

"화내지 마. 나는 최연수가 화내는 게 제일 무서워. 최연수가 화내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그래서 무서워. 나 다른 사람은 몰라도 너한테 미움받는 건 죽어도 싫거든."

연수는 빨개진 얼굴로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고는 준호에게 들릴 듯 말 듯 작은 소리로 말했다.

"화 안 났다니까요."

준호는 웃으며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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