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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왼손.
준호는 팀원들과 간단한 아침 회의를 하고 있었다.
"오늘은 실질적으로 작업을 해보고 상태를 파악하려고요. 근데 아침에는 2팀에서 기계를 쓴다고 하니 오후에나 작업할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이따 오후 몇 시에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네."
"자. 오늘 하루도 화이팅 하고 각자 맡은 일 시작 하자고."
팀원들이 하나. 둘 팀장실을 나갔다. 준호는 이따 오후에 내려가면 연수를 볼 수 있다는 건 좋았지만 요즘 소문 때문이라도 자신을 피하는 연수를 보는 게 힘들기도 했다.
준호는 어제 문득 답답한 마음에 오빠라도 하자고 했던 말이 떠올라 피식 웃어버렸다. 지금 심정은 진짜 연수가 자신을 피하지 않고 진짜 친한 오빠처럼 이라도 대해 준다면 행복 할 거 같았다.
준호는 여름이라 넥타이를 하지 않았는데도 답답한 듯 셔츠의 맨 윗단추를 풀었다. 긴 한숨을 길게 쉬고는 의자에 몸을 깊숙이 기대었다.
2시쯤 내려오면 기계를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준호와 4명의 팀원은 2팀에 내려와 작업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준호는 눈으로 연수를 찾았지만 연수가 이미 출근을 할 시간인데도 보이지 않았다. 준호는 잠시 후에 늦은 듯 뛰어들어오는 연수를 확인하고는 그제야 안심이 된 듯 작업 준비를 하는 팀원을 팔짱을 낀 채 바라보았다.
한참 공지를 받으며 돌아다니던 연수와 다른 쪽 리더가 준 호 쪽으로 걸어왔다. 연수가 팀원들에게 인사를 하고는 다른 날과는 다르게 준호를 바라보며 준호가 그토록 원하던 미소를 지으며 준호에게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팀장님."
준호가 잠시 놀란 얼굴로 연수를 바라보다 얼른 인사를 했다.
"네. 안녕하세요. "
연수가 웃으며 고개를 살짝 숙이고 기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준호의 빠르게 뛰기 시작한 자신의 심장 소리가 머릿속까지 울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수는 아무 일도 없는 듯 태연하게 준호의 옆에서 인폼을 받고 있었다.
오후 근무가 시작되고 연수는 리더룸에 들어간 뒤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그때 마침 준호네팀도 작업한 샘플이 나왔다. 우선은 작업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참을 보던 작업자가 연수를 불러왔다.
연수는 작업한 샘플을 보며 부족한 점과 필요한 부분을 설명해 주었고 준호네 팀원 중 하나가 다시 샘플 작업을 시작했다.
그때 작업자 중 하나가 작업 전 확인을 받으러 연수에게 다가왔다. 연수가 확인을 위해 잠시 뒤를 돌아섰다. 갑자기 작업자가 준호에게 슬금슬금 다가와 장난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팀장님. 우리 연수랑 진짜로 아무 관계 아니에요.?"
그 질문에 그곳에 있던 모든 사람의 시선이 준호에게 쏠렸다. 난처한 얼굴로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무언가 대답하려 할 때였다.
연수가 확인이 끝난 일정표를 작업자에게 내밀며 웃었다.
"됐거든. 아무 사이 아니라고 했지. 얼른 작업이나 시작하시죠."
작업자가 입을 삐죽이며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아. 내 연애촉이 딱 느껴지는데 팀장님. 진짜로 연수 말대로 아무 사이 아니에요?"
준호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작업자가 미련이 남은 얼굴로 사라지자 연수가 준호를 보았다. 준호의 심장이 또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연수가 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준호는 연수에게 "뭐.?" 라는 표정으로 연수를 보았다. 연수가 준호의 손을 가리켰다. 준호는 아까 다시 작업한 샘플을 보던 중이었다.
"샘플 봐달라고 저 부른 거 아니었나요?"
"아. 네."
준호는 연수가 말한 게 샘플이 였다는걸 깨닫고는 얼른 샘플을 연수에게 넘겨 주었다. 준호가 마른침을 삼키며 기계의 어느 부분을 손으로 지탱했을 때였다.
"팀장님."
누군가의 날카로운 소리에 모두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는 사람들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손을 보았다. 아무래도 준호가 무심코 잡은 곳에 날카로운 물건이 있었나 보다 준호의 무진 장갑 사이로 피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연수가 놀란 얼굴로 준호의 손을 우선 휴지로 대충 피가 새어 나오지 않도록 감싸고는 청정실을 나와 휴게실로 데려갔다.
"팀장님 기다려요. 내가 구급상자 가져올게."
준호는 그 순간 아픔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 좋았다. 연수가 무심코 예전처럼 자신에게 반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준호가 무진 장갑을 벗어 상태를 확인했다.
다행히 그리 큰 상처는 아니었다. 그때 마침 연수가 구급상자를 가지고 휴게실에 들어왔다.
준호의 손을 살피고 약을 발라주고 밴드를 붙어주었다.
"다행히 심한 건 아니건 같은데 그래도 병원에 안 가도 되겠어요?"
"응. 이 정도로 병원에 가면 의사가 비웃는다."
연수가 준호에게 미소 지으며 웃었다. 준호가 고개를 숙여 손에 붙어있는 밴드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연수야?"
"네."
"내 옷…. 찾으러 가도 될까?"
"그럼 안 오려고 했어요. 팀장님 옷 때문에 내 옷장이 좁아졌어요. 얼른 가져가요."
"그래 갈게."
준호는 오늘따라 자신의 왼손이 너무 사랑스럽고 고마워 뽀뽀해 주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있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