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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의 결말은.?
"야. 과거에 무슨 짓을 저질렀던 지금이 중요한 거야. 결혼할 거도 아니잖아."
"결혼할지 어떻게 알아.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너는 어떻게 하고 싶은데?"
신지의 말에 지희가 갑자기 끼어들며 연수를 보며 말했다.
신지와 지희는 설렁탕집에 들어와 앉은 순간부터 연수와 준호를 두고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두 사람은 결론을 못 내리고 연수를 보며 말했다.
연수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웃어버렸다.
"몰라."
"네가 모르면 어쩌겠다는 거야. 네 마음은 뭔데?"
연수가 숟가락으로 설렁탕 국물을 휘저으며 말했다.
"팀장님. 좋아…. 같이 있으면 재미있고."
"그럼 좋다는 거네. 아 그럼, 생각 그만하고 만나봐."
"야. 너는 연수 생각도 안하냐. 그러다 또 그놈이 바람을 피면 연수만 또 상처 받는 거야."
지희가 화가 난 얼굴로 신지에게 소리쳤다.
"아. 왜 귀에다 소리치고 그래. 아. 그 자식이 또 바람을 피면 확 반 죽이고 빠이빠이 하면 되잖아. 연수야. 팀장 그 자식이 또 바람 피면 우리 불러 콱 반쯤 죽여주려니까."
"고맙다. 눈물이 난다."
지희가 연수가 걱정됐는지 또 한 번 강조를 하며 말했다.
"언니들이 그랬어. 바람둥이는 영원한 바람둥이라고 너는 사실 처음 해 보는 연애잖아. 그런 사람 만나서 상처만 받는다고."
"야. 지희야 우리는 아직 20대다. 해봐야 할 것도 많고 해보고 싶은 것도 많이 있잖아. 상처받더라도 마음 끌리는 데로 가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그리고 바람둥이도 언젠가는 지치지 않겠냐. 어쩌면 팀장 그놈이 지금 그때일지도 몰라 팀장이 지금 너한테 진심일지도 모른다고."
"아. 난 모르겠다. 근데 처음 연애하는 네가 그런 나쁜 사람 만나는 건 난 반대다."
"야. 자꾸 네 생각을 연수한테 밀어붙이지 말고 자기한테 결정하라고 해. 우리도 우리 연애도 못 하고 있는데 저 계집애 고민 대신해 주게 생겼냐. 내버려둬. 내버려두고 갑자기 소주 땡기는데 소주나 시키자."
"콜.!!"
두 사람의 모습을 바라보던 연수가 풋 웃고 말았다.
"아. 근데 정수 언니는 뭐해? 아직도 남자 친구랑 있나."
연수가 시계를 확인하곤 신지에게 말했다.
"새벽인데 집에서 자고 있지 않을까?"
"전화해 보자. "
지희는 말이 끝나자마자 정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정수가 세 사람이 있는 설렁탕 집으로 들어왔다.
정수가 테이블에 앉자 지희는 아직도 마음에 남아 있었는지 준호의 이야기를 다시 시작했다.
"과거만 생각하면 같은 여자로 봤을 땐 나쁜 놈이지."
"그렇지 맞아."
지희가 정수의 말에 박수를 치며 호응했다. 정수가 그런 지희의 말에 웃으며 연수를 바라보았다.
"근데 과거는 과거잖아. 나는 연수가 한번 팀장님이랑 시작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기는 한데…. 근데 만약에 연수가 팀장님하고 다시 만날 거라면 팀장님 때문에 연수가 받은 맘고생은 돌려주고 시작해야 한다고 난 생각한다."
세 사람은 동시에 정수를 바라보았다. 정수가 팔짱을 끼며 연수에게 말했다.
"지금 팀장님이 안달이 나 있잖아. 이럴 때 너무 쉽게 넘어가면 안될 거 같거든 ."
신지가 불쑥 끼어들어 이야기했다.
"하긴 그런 바람둥이는 쉽게 가면 당연히 지 매력에 네가 넘어온 거라고 생각할지 몰라."
정수가 신지의 머리를 콩 찍으며 말했다.
"넌 너보다 나이도 많은 사람한테 바람둥이가 뭐냐."
"바람둥이 맞잖아. 연수한테 한 거 생각하면 내가 달려가서 머리카락 뜯어 버리고 싶은데 연수 저것이 팀장님을 좋아하는 게 얼굴에 쓰여 있어서 참는 거라고."
"내가. 뭘 좋아해. 아니거든."
"야. 너랑 우리가 몇 년을 같이 지냈는데 너 팀장님 좋아하는 거 다 티가 나거든. 안 그러냐. 지희야. 내 말이 맞지."
연수가 당황한 얼굴로 지희를 바라보았다. 지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신지가 갑자기 연수의 코앞까지 다가가 말했다.
"그러니까 그 바람둥이 놈이랑 다시 시작하려면 단단히 마음 먹으라고 뭐든 쉽게 넘어가지 말고 처음에 기선제압을 잘해서 지금까지의 한준호를 최연수의 한준호로 만들라는 말이야."
정수와 지희가 신지의 말이 멋있다며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신지가 어깨를 으쓱하며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는 무언가 깊이 생각 중인지 설렁탕에 들어있는 파를 건져내 밥그릇에 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