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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같은 남자.
준호는 어지럽게 돌아가는 나이트 불빛과 귀를 울리는 시끄러운 음악 소리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었다.
지금 나이트 안을 벌써 두 번째 돌아보고 있지만, 눈을 씻고 봐도 연수의 모습은 찾을 수 없었다. 그보다 형님 부킹 가시죠를 벌써 몇 번째 들었는지 웨이터가 멀리서 자신에게 걸어오면 이젠 알아서 부킹 안합니다를 외칠 정도였다.
준호는 핸드폰을 꺼내 정수에게 이곳이 맡는지 다시 물어볼 생각으로 문자를 쓸 때였다. 그러다 핸드폰을 다시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준호는 갑자기 자신이 지금까지 테이블만 찾아다녔다는 생각에 아까부터 박수 소리와 환호성 소리가 들리는 무대 정중앙 쪽에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사람들을 뚫고 간신히 안으로 들어온 준호는 몇 걸음 움직일 필요 없이 연수를 발견했다. 민소매 짧은 원피스에 짧은 머리를 하나로 묶은 연수가 지희의 어깨에 기대 앞을 보고 있었다.
준호는 사람들을 뚫고 간신히 연수의 뒤에 섰다. 지희가 앞의 춤 추는 듯한 사람을 가리키며 웃자. 연수도 크게 웃으며 무대 위에 반나체로 춤을 추는 남자와 여자를 보고 있었다.
준호는 섹시 댄스가 끝나고 연수네가 뒤로 돌 때까지 연수의 뒤에서 움직이지도 않고 연수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새 무대 위 상황이 마무리되었는지 세 사람이 준호를 지나쳐 자신들의 자리로 걸어갔다.
준호도 조용히 연수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그리고 세 사람이 맥주병을 들어 짠을하고 마시기 시작할 때 준호는 연수네 자리에 털썩 앉았다.
맥주병 3개가 동시에 테이블에 놓였다. 세 사람은 놀란 듯 준호를 바라보았다. 준호는 테이블의 기본 안주를 보며 목청껏 크게 소리쳤다.
"안주시켜 줄까?"
세 사람이 동시에 고개를 흔들었다. 세 사람은 아까부터 테이블에 턱을 괴고 앉아 연수를 바라보는 준호의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연수는 더는 신지와 지희에게 미안한 생각에 친구들에게 말했다.
"나 조용한 데서 팀장님하고 이야기 좀 하고 올게 놀고 있어."
신지와 지희가 고개를 끄덕이자 연수는 준호의 팔을 잡아끌었다. 준호는 연수에게 끌리다시피 나이트 밖으로 나왔다.
"저한테 하실 말씀 있어서 오신 거면 얼른 하고 가세요. 밑에서 애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준호가 연수를 찬찬히 훑어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예쁘네. 입술 색깔이 너랑 잘 어울린다."
연수가 준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못하고 서 있자. 준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연수야. 아까는 기다린다고 했지만 나 뒤돌아서서 그 말한 거 벽에 머리 박고 후회했어. 연수야. 나 다 정리했어. 그러니까 나랑 다시 만나자. 내가 잘할게. 내가 잘하는 모습 보여줄게 나랑 다시 시작하자."
연수가 자신의 팔을 붙잡고 매달리는 준호의 손을 뿌리치며 말했다.
"팀장님. 그 이야기는 안 들은 걸로 할게요. 다시는 팀장님이랑 이런 이야기 안 하고 싶어요. 그럼 신지랑 지희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이만 가볼게요. 안녕히 가세요."
준호는 뒤돌아 가려는 연수의 팔을 다시 붙잡았다. 준호는 다급하게 연수에게 말했다.
"알았어. 다시 만나자는 그런 이야기 네가 싫다면 다시 하지 않을게 그대신 나보면 모른 척만 하지 말아줘. 그, 전 처럼 그냥 내가 장난치면 웃어주고 밥 정도는 같이 먹는 그런 오빠라고 생각하면 되잖아. 어…. 그렇게 하자. 부탁이야. 연수야."
연수는 자신의 팔을 꽉 붙들고 있는 준호의 팔을 잡을 수도 그렇다고 뿌리칠 수도 없는 이 상황이 너무 답답하고 싫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