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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 기도하다.
구내식당에 도착한 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이제 자연스럽게 연수를 찾는 버릇이 생겼다. 오늘도 식당에 도착한 준호는 옆에서 부장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한 채 연수를 눈으로 찾고 있었다.
연수를 확인한 준호의 딱딱하게 굳어있던 입술에 미소가 저절로 지어졌다. 그때야 부장이 자신에게 무언가 이야기 하는 게 들려왔다.
"이상하지 않으냐고?"
"뭐가요?"
"야. 잘 봐. 네 스토거…. 아니 정대리 이상하지 않으냐고. 잘 봐봐."
"무슨 소리야?"
부장의 시선을 따라 혜진을 본 준호는 이마를 찡그리고 있었다. 혜진은 밥을 먹고 있는 다른 동료들과 다르게 멍한 눈으로 어느 한 지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선을 따라 움직인 준호가 주먹을 꽉 쥔 순간 갑자기 혜진이 식판을 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뭔가 불안함을 느낀 준호도 연수 쪽으로 몸을 틀었다. 혜진이 빠르게 연수를 향해 걷기 시작하자. 준호도 연수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준호의 손에는 뛰기 시작하면서부터 벗은 슈트가 손에 구겨지게 쥐어져 있었다.
준호는 빠르게 연수의 머리 위로 자신의 슈트를 덮어버렸다. 그 순간 혜진이 식판의 음식들을 연수의 머리 위로 털어버렸다. 준호는 놀란 얼굴로 앞에서 상황을 바라보고 있는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정수 씨. 연수 좀."
정수는 정신을 차리고 연수를 감싸고 빠르게 식당을 빠져나왔다. 셔츠의 앞이 음식으로 더럽혀진 준호의 손이 혜진을 향해 들어 올려질 때 였다 뒤따라 오던 부장이 준호를 억지로 식당 밖으로 끌고 나와 버렸다.
식당 안은 사람들의 수근 거리는 소리로 가득 찼다. 혜진은 사람들의 수근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서 있었다.
부장은 휴게실에 앉아 화장실에서 새 셔츠로 갈아입고 휴게실로 들어오는 준호를 보며 말했다.
"연애한 번 시끄럽게도 한다."
준호는 부장의 말은 신경도 안 쓰고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들고 정수의 번호를 눌렀다.
[네.]
[정수 씨. 나 한준호입니다.]
[네. 알아요.]
[연수랑 같이 있는 건가요?]
[네.]
[연수 괜찮아요?]
[네.]
[알겠습니다. 우선 곤란한 거 같으니까 다시 전화 할게요?]
부장은 한동안 핸드폰만 바라보는 준호에게 말했다.
"너는 괜찮으냐. 나는 네가 걱정된다. 내일 무슨 소문이 돌지 아주 무섭다고."
"나는…. 괜찮아. 연수만 괜찮으면."
준호는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는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기계 사용을 핑계로 라인에 내려가려 팀원들과 장비를 챙기던 준호는 울리는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 정수였다.
[정수 씨.]
[연수 마음 추스르고 라인에 들어갔어요. 걱정 마시라고요.]
[네. 감사합니다.]
[근데? 팀장님. 이따 라인으로 내려오실 건가요?]
[네. 갈까 생각 중 입니다.]
[그러지 않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왜요? 연수 화 많이 났습니까?]
[아니요. 연수 지금까지 사람들 한테 시달리다 들어갔어요. 소문의 팀장님 애인이 연수였냐고. 아니라고 얼버무리긴 했는데 연수 골란 할 거 같아서요. 오늘은 안 내려 오시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
[네.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그렇게 할게요.]
준호는 자신 때문에 또 한 번 힘들어할 연수를 생각하자. 다리에 힘이 풀려 이제는 서 있을 수가 없었다. 준호는 자신의 책상에 머리를 박으며 하늘에 빌었다. 제발 연수의 소문이 나돌지 않기를 말이다.
하지만 다음날 준호의 기도는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회사에는 스토커에게서 애인을 구한 멋진 한 팀장이라는 소문이 온종일 사람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