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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개발
"2팀에서 추진하기로 했던 계획을 3팀으로 바꿔야 할 것 같아요?"
"왜?"
준호가 필기를 하던 펜을 내려놓고 앞에 있는 팀원에게 말했다. 준호네 팀은 제품 개발 문제로 기계 사용에 관한 공문을 연수네 쪽으로 3일 전 보냈었다.
"제 생각에는 저번에 2팀에서 했으니 이번엔 3팀에서 해라 이거 아닐까요. 공문에 대한 답은 2팀에 리더가 바뀌어서 어수선하다 뭐 이런 식으로 이야기하기는 하드라고요. 뭐 어차피 3팀 기계로도 가능하니까 3팀에 다시 공문을.."
"안돼. 다시 2팀 설득해."
"3팀 기계로도 가능한데 굳이 2팀에 다시 말할 필요가 있을까요?"
"개발이 그렇게 쉬워. 좋은 기계에서도 만들어질지 장담 못 하는데 기계까지 말썽부리면 우리만 시간 낭비야 다시 2팀에 양해 구하고 공문 다시 보내."
"네."
* * * * *
"모두 출근해서 공문 내려온 거 확인했지. 제품 개발부에서 오늘부터 기계사용 하기로 했으니까.
연수는 시간 겹치지 않게 원하는 시간에 비워주고 그전에 중요한 작업 있으면 연락해서 시간 조율 잘하고. 저번에 해봤지만 한참 어수선 할 테니까 정신 차리고 알았지."
"네."
연수는 출근하자마자 인수인계를 할 때 제품 개발부에서 내려온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잠깐 당황했었다. 하지만 개발이야 밑에 팀원들이 하는데 굳이 팀장이 내려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연수는 팀원들에게 중요사항을 이야기해주고 작업을 시작했다. 밀려드는 사인에 이제 겨우 숨을 돌릴 수 있었다. 연수가 기계 상태를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있을 때 였다. 누군가 연수를 불렀다.
"연수야. 제품 개발부에서 기계 때문에 오셨데."
"네. 갈게요."
연수는 작업자에게 확인 사항을 다시 확인하고 리더룸으로 들어갔다. 연수가 웃으며 인사를 하고 고개를 든 순간 연수는 당황하고 말았다.
"안녕하세…. 요."
준호가 다른 팀원 3명과 연수의 앞에 서 있었다.
"안녕하세요. 제품 개발부 팀장 한준호 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연수는 준호가 내민 손을 잡고 악수를 하고는 손을 빼내려 했지만 준호가 손에 힘을 주는 바람에 뺄 수가 없었다. 준호는 손을 잡은 채 연수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으며 이야기했다.
"또 귀찮게 해드려 죄송합니다. 작업하시는데 최대한 피해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아. 네 그럼 기계 담당자 불러 드릴게요."
준호는 그제야 웃으며 손을 놓아주었다.
준호는 작업자와 웃고 있는 연수를 바라보았다. 처음 2팀에서 기계를 사용하자고 팀원들에게 말한 것도 준호였다. 이런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준호는 연수를 봐야만 했다. 가까이 있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연수를 멀리서라도 볼 수가 있어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보기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했던 마음은 어느새 욕심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까이서 더 가까이서 연수를 느끼고 싶어졌다. 연수의 부드럽던 손을 다시 잡고 연수의 달콤했던 입술을 다시 느끼고 싶었다. 준호는 점점 더 연수만 찾고 있는 자신을 억제하느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준호 팀의 기계사용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팀원들의 장비를 챙기고 정리를 도와주던 준호에 뒤에서 여사원들의 수다 소리가 그대로 들려왔다.
"이번엔 어디로 가냐?"
"이번에 신지가 좋은데 알아 놨다고 강남 쪽으로 간다던데."
"에고. 어린것들 좋겠다. 나도 나이트 가서 몸 좀 풀어봤음. 좋겠다."
"언니 근데 나도 나이를 먹었나 봐. 이제 밤새워 놀고 그 다음 날이 힘들어. 예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회사 나왔는데."
"야. 최연수 아주 발악을 해라 그럼 우리는 죽어야 하냐."
연수와 여사원들의 떠드는 소리에 준호는 몸이 굳어지는 걸 느꼈다.
"이번엔 제발 남자 좀 물어와라. 어디 모자란 구석도 없는데 부킹도 잘 들어온다며 너희는 어찌하나도 못 물어오냐?"
"관심 없네요."
"야. 연수야. 너 나이트에도 괜찮은 사람 많다. 너 저번에 나이트에서 너 좋다고 계속 전화해대던 사람 그 사람 알고 보니 자기 가게 크게 하는 사람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또 언제 걸릴지 모르니까 눈 크게 뜨고 다니라고. 알았느냐?"
"알았어. 눈을 왕 크게 뜨고 다니면서 남자들 보고 다닐게. 그래서 저 사람 괜찮다 싶으면 꽉 물면 되는 거지?"
"역시 어려서 그런지 이해력도 빨라요. 그리고 새끼 치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냐?"
"네."
연수는 웃고 떠드는 동안 무언가 이상한 기분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무언가 잔뜩 화가난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준호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