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49화 (49/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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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준 사람

연수는 이어폰에 흐르는 음악을 들으며 턱을 괴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고 있을 때 이상한 기분에 고개를 돌려 앞을 보았다.

"무슨 생각하느라. 그렇게 정신을 놓고 있어?"

지금 막 회사에서 온 깔끔한 슈트 차림의 준호가 웃으며 연수의 앞에 앉아 있었다. 준호가 연수에게 몸을 기울이고는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머리 잘랐네. 예쁘네. 근데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 교육이 너무 힘들었어?"

연수가 이미 얼음이 다 녹은 아이스 커피잔을 만지며 준호에게 말했다.

"팀장님…."

"오늘 이상하네."

"팀장님. 나 어제 장혜진 씨 만났어요. 그분이 저한테 팀장님 돌려 달래요."

준호가 놀란 듯 자세를 바로잡았다.

"그래. 만났을 거 같았어. 근데 연수야 혜진이가 무슨 말 했는지 모르겠지만 날 믿어. 내가 다 이야기 해줄게. 너 나 믿는다며."

준호가 연수의 손을 다급하게 잡으며 말했다. 연수가 준호의 손을 한참을 바라보았다. 연수가 고개를 들어 준호에게 웃으며 말했다.

"저 팀장님이 거짓말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팀장님 말다 믿어요. 단지 두 사람의 의견 차이 생각 차이 겠죠."

"그래. 연수야. 그게 맞는 거야 지금처럼 그렇게 나만 믿으면 되는 거야."

"그런데요. 팀장님. 장혜진 씨가 팀장님이랑 결혼까지 생각한 거 알고는 있었잖아요. 그리고 아직도 좋아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요?"

"그건..."

"그렇다면... 팀장님은 적어도 그 마음은 깨끗하게 접게 했어야 했어요. 그리고 깨끗하게 정리된 상태에서 저랑 시작하는 게 다음 순서 였다구요. 전 의도하지 않게 장혜진 씨에게 상처를 준 사람이 됐어요. 팀장님."

연수가 준호의 손에서 자신의 손을 슬며시 빼냈다. 연수는 가방에서 통장 하나를 꺼냈다. 통장을 반으로 찢은 연수는 통장을 탁자에 올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나가기 전 찢어진 통장을 바라보고 있는 준호에게 말했다.

"카드는 팀장님이 버리세요."

연수는 카페 문을 나오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꾸만 앞이 흐려지고 눈물이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카페 근처에서는 눈물을 흘리고 싶지 않았다.

어느새 정류장에 도착한 연수는 털썩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때다. 싶었는지 눈물이 뚝 떨어졌다. 연수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다 곧 포기했다.

닦아도 닦아도 자꾸만 흐르는 눈물을 더는 닦아내는 걸 포기했다. 연수는 울고 있는 자신을 사람들이 힐끔힐끔 보는 것도 상관없었다. 그냥 지금 크게 울지 않으면 죽을 거 같았다. 연수는 무릎에 얼굴을 묻었다.

한동안 연수의 엉엉 우는 소리가 버스 정류장에 들려왔다.

* * * * * *

"언니. 정수 언니."

"어. 왜?"

지희는 출근하자마자 정수를 찾아왔다.

"언니. 혹시 연수한테 무슨 일 있어?"

"왜? 무슨 일 있어?"

"지금 연수 우리 집에 있어."

"왜? 연수가 너희 집에 있는데?"

점심쯤 집에 왔다가 잠깐 나갔다 오더니 나 출근하기 직전에 집에 다시 들어왔어. 근데 울은 건지 눈이 팅팅 부어서 왔더라고. 혹시 연수 팀장님이랑 무슨 일 있어. 연수가 그렇게 울 애가 아니잖아."

"아니야. 뭐 안 좋은 일 있었나 보지. 너무 걱정 마."

"혼자 있는 게 신경 쓰여서 휴가라도 쓸려고 했는데. 이번 달 휴가도 다 써버려서."

"언니가 끝나고 집으로 데려갈게. 걱정하지 마."

정수가 지희의 어깨를 몇 번 두드리곤 휴게실로 나갔다.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신호가 몇 번 울리고 연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 왜?]

[집이야?]

[아니. 지희 집.]

[왜 거기 있어?]

[열쇠 잃어버렸어.]

[알았어. 데리러 갈 테니까 기다려.]

[아냐. 그냥 오늘은 여기 있을래. 내일 아침에 지희 오면 보고 갈게.]

[지희 네 집 앞에서 목청껏 네 이름 부르기 전에 언니가 도착해서 전화 할 테니까 나와 알았지. 나 우선 마무리해야 하니까 퇴근하고 전화할게 끊는다.]

정수는 전화를 빠르게 끊고 마무리를 위해 라인으로 돌아갔다. 머릿속에는 연수의 걱정으로 가득 채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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