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결혼하고 싶은 남자-48화 (48/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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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

"옆에 앉아도 될까요?"

"네."

"놀란 거 같은데. 괜찮아요?"

"네."

"이 상황 참 웃기는 상황이죠. 과거 여자와 현재 여자라 딱 드라마 내용 같죠"

"저를 어떻게 아셨어요?"

"저 대학교 때부터 준호씨 혼자 좋아했어요. 그리고 준호씨가 내 마음 받아주고 둘이 만난 건 4년 됐고요. 내년 봄쯤 결혼 생각하고 있다가 헤어지자고 통보받았어요. 그 이유가 딴 사람이 생겼다고 하더군요. 제가 연수 씨를 알아볼 이유 충분하지 않나요?"

연수는 입을 굳게 다물고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연수 씨를 만나기 전 저희 아무 문제 없었어요. 우리가 헤어질 거라는 생각도 해본 적 없었고요. 너무도 당연하게 결혼할 거라 생각했는데. 인생은 내 마음대로 안된다더니 정말인가 봐요."

혜진이 연수를 바라보았다. 연수도 혜진을 바라보자. 혜진이 미소를 지었다.

"준호씨 붙잡으려고 준호씨 집 앞에 있다가 준호씨랑 집에 들어가는 연수 씨를 봤어요. 그때 알았어요. 준호씨가 왜 나를 버리고 연수 씨를 택했는지. 연수 씨는 나한테 없는 풋풋함이 있더군요. 내가 남자라도 이젠 지겨워 질대로 지겨워진 여자보다 20대에 풋풋한 여자에게 끌리는 건 당연한 거죠."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몇 분이 흘러갔다. 혜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저 아직도 준호씨 못 놓고 있어요. 연수 씨가 준호씨 옆에 내가 있다는거 모르고 만난 거 알아요. 그러니까 연수 씨 연수 씨만 마음 바꿔주면 모두 제 자리로 돌아올 수 있어요. 준호씨 저한테 돌려주세요."

연수가 주머니에서 아까부터 울리는 핸드폰을 들었다.

[여보세요]

[너. 어디야? 다들 너 어디 갔느냐고 날 리야. 어서 와서 너의 전설의 탬버린 춤을 보여줘야지.]

[알았어. 지금 들어갈게요 .]

연수는 전화를 끊고 자리에서 일어나 혜진에게 인사를 했다.

혜진이 연수를 불렀다.

"연수 씨."

"안녕히 가세요. 사람들이 찾아서요. "

연수는 뛰어서 연수원 대강당으로 들어갔다. 시끄럽게 놀던 사람들이 연수를 발견하고 마이크와 탬버린을 쥐여 주었다. 연수는 사람들과 섞여 다른 때보다 더 신나게 춤추기 시작했다.

연수는 어젯밤 주는 대로 받아먹은 술 때문에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같은 방을 쓰던 언니도 술기운에 눈도 뜨지 못하고 연수에게 말했다.

"연수야 어제니 전화 계속 울리더라. 확인해봐."

"네."

연수는 책상에 놓여있는 핸드폰을 들었다. 부재중 통화가 30통이 와 있었다.

지희와 신지도 있었고 정수도 있었다. 30통의 반은 준호였다. 연수는 정수의 번호를 눌렀다.

[야. 너 왜 전화 안 받아?]

[왜 남의 전화에 도배하고 그러실까?]

[너.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응.]

[오늘 오지. 언제 출발해?]

[아침밥 먹고 9시에 출발할꺼야.]

[그럼 오후에나 도착하겠네. 나 출근해서 오는 거 못 보겠다.]

[어. 그럴 것 같아.]

[내일까지 휴가잖아. 오늘은 팀장님 만날거야?]

[언니 누가 부른다. 이따 집에서 보자.]

[그래. 얼른 가봐. 끊을게.]

연수는 신지와 지희와 통화를 하고는 샤워를 하고 사람들과 밥을 먹기 위해 식당으로 내려갔다.

연수는 교육받은 동기들과 이제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기 위해 차에 몸을 실었다. 서울로 올라가는 차에 오른 연수는 의자에 머리를 기대고 눈을 감았다. 연수의 주머니에서는 핸드폰 진동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서울에 도착한 연수는 곧바로 지희의 집으로 갔다. 지희는 밤 근무를 위해 자고 있었다.

"깨웠어. 미안."

"됐어. 열쇠 또 잃어 버렸냐?"

"그냥 너 보고 싶어서."

"못 먹을거 먹었냐. 왜 그래?"

연수가 웃자. 지희가 입을 삐죽이며 같이 웃었다.

"나. 자고 이따가 일어나서 밥 먹으러 가자. 어디 갈 거야?"

"아니. 나도 너 옆에서 잘래."

"그럼 너 미용실 갔다 와. 머리도 다 풀리고 그게 뭐야? 정리 좀 해야겠다."

"그럴까?"

* * * *

연수는 미용실 거울에 비치는 짧아진 머리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연수는 핸드폰을 꺼내 문자를 보냈다.

[팀장님. 바쁘세요?]

[왜 전화 안 받았어 걱정했잖아?]

[팀장님 이따 저녁에 잠깐 볼 수 있어요?]

[길게도 볼 수 있어. 어디로 데리러 갈까?]

[제가 팀장님 집 앞에 같이 갔던 밀레에서 기다릴게요.]

[집에 들어가 있어.]

[아니요. 거기서 봬요.]

[그래. 이따 보자. 많이 보고 싶었다. 연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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