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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신호
준호는 굳게 입을 다문 채 정수의 말을 들으며 커피잔만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자꾸 불안하더니 이런 일이 터지려고 했나 보다. 손으로 마른세수를 하자. 금방 잡았다 놓았던 것 처럼 연수의 느낌이 생생하다.
"그래서 팀장님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그냥 아무 대책 없이 시간 지나서 그 소문이 사라질 때까지 기다려요?"
준혁이 흥분한 정수를 달랬다.
"정수야. 우선 흥분하지 말고 좋게 해결 방법을 찾아보자."
"방법? 무슨 방법? 그 방법 찾다가 팀장님 애인 버리게 한 나쁜 년이 연수 라는 게 밝혀지면 연수는 어쩔거야?"
준호가 정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정수 씨는 내가 어떻게 하길 바래요?"
"연수 당분간 만나지 마세요."
준혁과 준호는 동시에 대답했다.
"정수야."
"그렇게는 못해요."
"아예 만나지 말라는 게 아니에요. 이 소문을 해결하는 동안만요. 지금 팀장님까지 구체적으로 나온 거 보면 연수가 들키는 건 순식간이 라고요."
"뻔뻔하게 보이겠지만 그렇게는 못합니다. 해결 할게요.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아요."
"그럼 이 소문을 다른 사람한테 듣게 하지 말고 팀장님이 연수한테 직접 말해요. 그래야 연수도 상처 덜 받아요."
"그래요. 그렇게 할게요. 연수 리더교육 끝나고 다 말할게요."
준혁이 준호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가 이런 소문을 냈는지 알 수는 있는 거야?"
"짐작이 가는 데가 있기는 해."
"역시…. 혜진인거냐?"
"그럴 가능성이 높은거 같다."
준혁이 답답한 듯 물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그 자식은 어디까지 가려고 그러는 거야. 도대체."
준호는 주먹만 아프게 쥘 뿐이었다.
연수는 일주일간의 교육을 위해 새벽 일찍 출발해야 했다. 정수가 마중해준다며 버스 정류장까지 같이 나섰다.
"언니?"
"왜?"
"뭔 걱정 있어."
"아니. 왜?"
"그냥 하지 않던 짓도 하고 이상해서."
"잠도 안 오고 해서 데려다줬더니. 이게 고마운 줄도 모르고 ."
정수가 연수의 목에 장난으로 헤드록을 걸었다 놓아 주었다.
"너 우리 팀 창피하지 않게 1등 하고 와 알았지."
"알았어. 우리 팀의 위상을 널리 알리고 올게."
곧 연수가 타야 할 버스가 도착했다. 연수가 버스를 향해 몸을 돌리자 정수가 급하게 연수를 불렀다.
"연수야. 너 내가 언젠가 한 말 생각나?"
"무슨 말?"
"넌 어린 게 고민이 너무 많다고 했던 말."
"맨날 이야기하면서."
"잊지 마. 다른 사람들 이야기는 하나도 믿지 마 그냥 네 마음만 믿어 네 마음이 가는 데로 따라가라고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당당하라고 이 바보야. 알았지?"
"알았어. 언니 오늘 진짜 이상해. 무슨 일 있는 거 진짜 아니지?"
"없어. 얼른 가봐. 차 떠나겠다."
"응. 갔다 올게."
정수는 연수가 탄 버스가 출발하자 뒤를 돌아 가려 할 때 였다. 멀리 누군가 이쪽을 보고 있는 게 보였다. 멀리서 준호가 나무에 기대 이쪽을 보고 있었다.
정수는 준호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곤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멀리서 정류장을 뒤돌아 바라보았다. 아직도 그곳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준호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