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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의 새벽
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는 또다시 술자리가 벌어지고 있었다. 펜션 안으로 들어온 연수는 정수 옆에 반짝 붙어 앉았다. 준호는 연수 옆에 앉아 우진이 주는 술잔을 받았다.
세 사람의 대학교 시절 재미있던 이야기를 하며 웃고 떨드며 시간은 어느새 금방 지나갔다. 인영은 피곤하다며 방으로 들어갔다. 연수는 따라주는 술을 한 두 잔 마시다 보니 어느새 알딸딸하게 취해 있었다.
연수가 정수의 등에 얼굴을 비비기 시작했다. 정수가 그런 연수에게 웃으며 말했다.
"아쭈…. 지 짝 옆에 두고 왜 남에 등짝에 붙어. 어이. 저리 가라."
"싫어. 나는 정수 씨가 좋아."
준호가 그런 연수를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며 말했다.
"이리와. 이제 정수 씨는 네 것 아니라 준혁이 거다. 나 있잖아 네 것. 이리와."
연수가 손가락을 들어 준혁을 가리켰다.
"바람 돌이."
준호가 콧바람을 불며 말했다.
"뭐라고?"
"바람 돌이 바람돌이는 안돼."
연수가 다시 정수의 등에 얼굴을 비비며 혼잣말로 계속 뭔가를 중얼거렸다.
"바람 돌이 불지…. 도리도리…. 돌아돌아
황당한 얼굴로 연수를 바라만 보고 있는 준호에게 정수가 웃으며 말했다.
"취했네. 팀장님 연수 얼른 재우는 게 좋을걸. 아니면 노래에 타령을 밤새도록 들어야 할걸."
우진이 웃으며 연수를 보며 말했다.
"뭐야? 연수 씨 취한 거야? 술주정 봐줄 만 하네."
준호는 일어나 연수를 일으켜 세웠다. 연수를 방에 눕히고 나가려던 준호는 그냥 연수의 옆자리에 벌러덩 누워 버렸다. 연수가 자신에게서 등을 돌리고 몸을 말고 자고 있었다.
준호는 연수를 자신 쪽을 보게 돌려 눕혔다. 그러자 연수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뭔가 중얼거리면서 다시 준호를 반쯤 깔고 누워 버렸다. 준호 위에 엎드린 연수의 입술이 준호의 목에 느껴졌다.
준호는 연수를 살짝 밀어 내렸다. 연수가 준호의 팔베개를 하고선 등을 보이고 옆으로 누웠다. 준호가 연수의 허리에 손을 넣고 연수의 등에 이마를 대어보았다. 잠이 쏟아질 정도로 편안한 기분이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편안해서 연수가 등에 집착 하나보다 라고 준호는 웃으며 생각했다. 연수의 규칙적인 숨소리를 느끼며 준호도 눈을 감았다.
연수는 무거운 압박감에 못 이겨 눈을 떴다. 연수는 고개를 돌려 자신을 누르고 있는 게 누구인지 보았다. 연수는 잠시 눈을 깜박이며 현재 상황을 생각해 내려 애쓰고 있었다.
분명 옆에는 정수가 있어야 했다. 그런데 지금 얼굴을 자신의 목에 묻고 자신의 가슴에 손 하나를 올리고 자신의 몸에 다리 하나를 당당하게 올리고 자고 있는 건 준 호였다.
연수는 우선 자신의 가슴에 있는 존호의 팔을 들어 올렸다. 팔이 쉽게 들리는가 싶더니 도로 제 자리에 돌아왔다. 다시 한 번 팔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리자 자신의 목에 얼굴을 더 묻고는 갈라진 목소리로 준호가 말했다.
"너. 자꾸 움직이면 혼난다. 더 자 나 깨워봤자. 너만 힘들다."
"잠이 깼는데요?"
"그래도 눈 감고 더 자."
"답답해서 이러고 어떻게 자요?"
"너 어처구니없다. 밤새 끌어안고 나 잠 못 자게 한 게 누군데 이러셔."
"에이 그건 모르겠고요. 여하튼 지금은 답답해요."
연수가 팔을 들어 올리자. 준호가 연수를 더 꽉 끌어안았다.
"연수야. 연수야 너 잘 모르나 본데 새벽에 그것도 이 상황이 남자한테 얼마나 참기 힘든 상황인지 모를 거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말 들어라. 자꾸 나 자극하지 말고."
연수가 준호의 말이 무슨 뜻인지 금방 이해를 하고 움직임을 멈추고 눈만 깜박이고 있었다. 준호는 웃으며 연수를 더 끌어안았다.
연수는 자신의 티셔츠 안으로 슬며시 준호의 손이 들어오는 걸 입을 꽉 다물고 느끼고 있었다. 준호의 손이 연수의 배를 손으로 몇 번 쓸더니 조금씩 조금씩 위로 올라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