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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호♡연수 카드
연수와 준호는 손에 아이스크림을 하나씩 들고 집 앞 공원을 산책하고 있었다.
"휴가 3일 남았네?"
"네."
"속초 갔다 오고 나서 어디 또 가고 싶은데 있어?"
"음…. 놀이공원요."
"놀이공원 좋아. 속초 갔다가 바로 가자."
연수가 기분이 좋은 듯 준호를 바라보며 웃었다. 그리곤 가방에서 카드 하나를 내밀었다. 체크카드였다.
"이게 뭐야?"
준호가 카드 뒷면을 돌리자 카드 맨 윗부분에 준호♡연수라는 글자가 예쁘게 적어 있었다.
"팀장님이 자꾸 밥값도 못 내게 하고 맨날 어디 놀러 갈 때도 기름값도 안 내고 너무 염치없어서요. 매달 많이는 못 넣고 십만 원씩 넣을게요. 그걸로 저랑 놀러 갈 때 보태 쓰시라고요."
준호가 카드를 한참을 바라보다 연수의 어깨에 팔을 두르고 자신 쪽으로 당겨왔다.
"그래 그러자. 제날짜에 돈 안 들어오면 압박 들어갈 테니까 알아서 해라."
"네."
"아 참."
연수가 갑자기 생각난 듯 걸음을 멈춰 섰다.
"왜?"
"팀장님. 자기 소문은 자기가 맨 마지막에 안다고 누가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팀장님 소문 내가 들은 게 있는데 그거에 관해서 물어봐도 돼요?"
"당연하지. 뭔데? 그 소문이?"
"팀장님. 결혼할 사람이 회사에 다닌다고요. 그분이랑 꽤 오래 만났다던데. 사실이에요?"
준호가 웃으며 연수를 끌어당겨 다시 걷기 시작했다.
"인마. 그런 사람이 있는데 너를 지금 내가 만나고 있겠냐?"
연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줄 알았어. 하여튼 회사 소문은 믿을게 못 된다니까."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물었다.
"넌 내가 한 말을 믿냐? 내가 거짓말 할 수도 있잖아?"
"에이. 팀장님은 바람돌이는 맞는데 거짓말하는 사람은 아닐 거예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그냥요. 그냥 팀장님은 믿음이 가요."
"너 나 지나치게 좋아하는 거 아니냐?"
"네. 나 팀장님 너무 많이 좋아하는 거 같아요."
"최연수 오늘따라 사람 마음 두근거리게 왜 이러는 거야. 나 심장 마비로 죽일 셈이야?"
두 사람은 장난치며 연수의 집 앞에 도착을 했다.
"들어가. 내일 새벽에 보자."
"새벽에 오지 마세요. 나 엄청나게 부담된다니까요.
"나는 좋아서 오는 거야. 말리지 마."
"진짜 부담스럽다니까."
준호가 연수의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들어가. 잘 자고."
"네. 안녕히 가세요."
연수가 집 안으로 들어가자 준호는 계단을 내려와 차에 탔다. 준호는 주머니에서 연수가 준 카드를 꺼내 미소를 지으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준호♡연수 글자 부분을 몇 번이나 손으로 쓸어 보았다.
준호는 핸드폰을 꺼내 연수에게 문자를 보냈다.
[근데 이거 계좌번호가 뭐야?]
[좋은 은행 123456-123456이요.]
[그래. 잘 자라.]
[네. 팀장님도요.]
존호는 갑자기 다시 핸드폰을 들어 연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너는 내가 왜 계좌번호 물어보는지 궁금하지도 않아?]
[아…. 왜 물어보시는데요?]
[나도 매달 십만 원씩 넣으려고 그런다.]
[네]
연수의 웃는 소리가 준호에게 들려왔다.
[최연수?]
[네.]
[잘 자라. 끊는다.]
[네.]
존호는 전화를 끊고 카드를 지갑에 멘 윗부분에 준호♡연수 글자가 보이도록 뒤집은 채로 꽂아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