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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
정수와 연수가 새벽 출근을 위해 집을 막 나왔을 때 였다. 준호가 차에 기대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 연수가 놀라서 준호에게 달려갔다.
"팀장님. 이 시간에 여기서 뭐 해요?"
"너랑 정수 씨 데려다주려고 왔지."
연수가 준호에게 다가가 가슴에 코를 가져갔다.
"뭐야? 팀장님 술 냄새 장난 아닌데. 술 먹고 운전 한 거예요?"
"아냐. 다 깨고 온 거야. 얼른 타."
정수가 뒷자리에 타며 준호를 가늘게 뜬 눈으로 보며 말했다.
"이거 걷는 게 더 낫지 않나 싶네요. 저희 무사히 갈 수 있는 거 맞죠?"
"걱정하지 마세요. 편안하게 모셔다드리겠습니다."
세 사람이 탄 차는 회사를 향해 출발했다.
"술 드셨으면 그냥 주무시지. 뭐하러 나왔어요?"
"너 보고 싶어서 나왔지. 나는 오늘 쉬잖아. 너 데려다주고 집에 가서 다시자면 되잖아."
"내가 참 매력이 넘치긴 하죠. 하루라도 안 보면 입에 가시 돋고 막 그러죠. 그래도 술 먹었을 때는 운전하지 말고 참아 주세요. 위험하잖아요."
"응. 그럴게."
준호가 연수가 귀엽다는 듯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두 사람의 뒤에서 정수가 팔을 긁적이며 말했다.
"이놈의 바퀴벌레들 내가 언젠가 날 잡아서 모두 잡아버려야지 내가 살 수가 없다 살 수가."
두 사람은 정수의 말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장난을 치며 회사에 도착했다. 차가 도착하자 정수가 소리치며 뛰쳐나갔다.
"내가 다시 이 차를 타면 바보 정수다."
연수가 웃으며 정수를 따라 내리려 문을 열며 말했다.
"팀장님. 고마워요. 시간 나면 전화 할게요. 푹 쉬세요."
준호가 내리려는 연수의 팔을 잡았다.
"왜요?"
"최연수."
"네."
"고마워."
"뭐가요?"
"멍청한 내가 널 발견하게 해줘서."
연수가 웃으며 준호의 볼에 뽀뽀했다.
"팀장님도 고마워요. 똑똑한 내가 팀장님 발견하게 해줘서."
준호에게 웃으며 인사를 하고는 혹시 누가 볼까 봐 얼른 연수가 내렸다.
준호는 볼을 쓰다듬으며 정수에게 등을 맞으면서도 웃으며 정문을 통과하는 연수가 사라질 때 까지 바라보다 차를 출발시켰다.
준호는 집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소파에 기대앉았다. 오늘 아침 어제저녁 친구들과 술을 떡이 되도록 마셔 놓고도 새벽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지금 당장 연수를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연수네 집으로 차를 몰았다. 연수를 봐야만 이 정체를 모를 불안감이 사라질 거 같았다.
준호는 연수를 봐도 풀리지 않는 불안감에 마른세수를 하고는 소파에 누워 버렸다. 그리곤 허공에 손을 폈다가 주먹을 다시 쥐어보았다. 그리곤 팔을 이마에 대고는 누군가에게 이야기하듯 속삭였다.
"한준호 거지같이 산 인생 드디어 돌려받나 보다. 젠장 기분 참 더럽게 안 좋네."
준호는 눈을 감고 억지로 잠을 자려고 노력했다.
연수는 다음 팀에게 인수를 마치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다. 연수에게 지희와 신지가 다가왔다.
"연수야?"
연수가 무언가 할 말이 많은듯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왜? 무슨 일 있어?말해."
"팀장님 말이야?"
"어. 뭐?"
"이거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회사 안에 결혼할 사람 있다는 소문이 돌들아. 너 알고 있었어? 그 여자랑 오래 만났데."
"그래. 나는 처음 듣는데."
연수가 무심하게 대답하자 신지와 지희가 연수를 다그쳤다.
"야. 넌 아무렇지도 않냐?"
"알았어. 너희 지금 걱정돼서 그러는 거 아냐. 근데 팀장님 입에서 나온 말 아니잖아? 내가 물어볼게 걱정하지 마."
지희가 불안한 얼굴로 물었다.
"그게 진짜면 어떡해?"
연수가 볼펜의 뚜껑을 닫으며 신지와 지희를 보며 말했다.
"그때는 부숴 버려야지 어때 나 심은하 같냐?"
"그래 이년아. 심은하 같다. 좋으냐."
연수가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지와 지희는 연수가 상처받지 않도록 소문이 거짓이길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