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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나지 않은 혜진
연수는 준호의 눈치를 살피며 졸지 않기 위해 애쓰고 있었다. 아까부터 조용히 운전만 하는 준호 때문에 차 안에는 조용한 노래만 흘러나오고 있었다.
온종일 물에서 놀은 데다 배까지 든든하게 부르고 조용한 노래까지 흘러나오는 이런 상황에서 연수는 자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수는 끝내 고개를 떨구고 잠이 들고 말았다. 준호는 아까부터 자신의 눈치를 살피며 힘들게 버티다 잠든 연수를 보고 웃고 말았다. 그러다 연수의 다리 쪽을 보게 되었다.
치마는 서 있을 때도 상당히 짧더니 의자에 앉으니 서 있을 때보다 더 많이 올라가 허벅지를 다 보여주고 있었다. 준호는 한 손으로 이마를 쓸었다. 그러다 뒤쪽으로 손을 뻗어 슈트의 겉옷을 가져다 연수의 무릎에 덮어 주었다.
준호는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 섞인 혼잣말을 했다.
"진짜 밤새 괴롭혀 버릴까 보다. 최연수."
준호가 거의 집에 도착했을 때 준호의 핸드폰이 울렸다. 준호는 연수가 깨지 않게 누군지 확인도 하지 않고 핸드폰을 받았다
[여보세요]
[나야. 준호씨]
혜진이 였다. 준호는 이마를 찡그리며 잠든 연수를 확인했다.
[나. 자기 집 앞이야. ]
[지금 거기서 당장 꺼져.]
준호는 소리치고 싶은 걸 간신히 참고 이를 악물고 속삭이듯 말했다.
[자기야…. 나 자기가 너무 그리워. 우리 이야기 좀 하자? 응?]
[꺼지라고 했지. 다시는 네 얼굴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을 텐데.]
[싫어. 나 오늘 자기 오기 전까지 여기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을 거야.]
[술 먹었으면 집에 가서 곱게자. 더는 나 기분 더럽게 만들지 말고.]
존호는 애타게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혜진을 무시하고 전화를 끊어 버렸다. 잠든 연수를 한참을 바라보다 한숨을 크게 쉬고는 다시 차를 출발시켰다.
* * * * * * *
"연수야. 일어나."
준호가 연수의 집 앞에 도착해 연수를 깨웠다. 연수가 졸린 눈을 비비며 자신의 집을 확인했다. 준호가 연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나 갑자기 약속이 생겼어. 얼른 들어가. 집에 들어가서 푹 쉬고."
"네."
연수가 웃으며 짐을 챙겨 들고 차 문을 열고 내리려 할 때 준호가 빠르게 연수의 팔을 잡았다.
"너. 너무 기분이 좋은 얼굴이다.아주 섭섭하게."
"안 좋은데...하지만 팀장님 약속이 중요 하니까."
"아쭈. 그럼 그 얼굴에 미소나 지우고 이야기하시지."
연수가 웃으며 혀를 쏙 내밀었다.
"어서 가세요. 내가 오늘 잘못한 거 나중에 혼나면 되잖아요."
"잘못한 건 알고?"
"그렇다니까. 얼른 가요. 약속 하신 분 팀장님 기다리다 목 빠지겠네."
"너 내가 너 때문에 오늘 회사도…."
연수는 더는 준호의 이야기를 듣지 않고 준호에게 다가가 준호의 입술에 뽀뽀를 해버렸다.
"팀장님. 내가 거짓말 한 거 진짜 잘못했어. 다시는 거짓말 안 하고 사실대로 말하고 갈게요. 그니까 오늘은 화 풀어요."
준호가 연수의 허리에 손을 가져다 연수를 운전석 쪽으로 더 당겨왔다.
"겨우 이걸로 화 풀라는 거야? 네가 잘못한 거 치고는 너무 작다고 생각하지 않냐?"
그때 연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 정수 언니다."
준호는 놀란 연수의 목소리에 자신도 모르게 앞을 보았다. 연수는 준호의 팔이 느슨해진 틈에 얼른 차에서 내렸다. 준호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밖에서 웃으며 손을 흔드는 연수를 보았다.
연수가 손을 흔들며 빌라 안으로 사라지자. 준호는 당했다는 생각에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