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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롭히기.
여기서 더 놀아야 하나요?"
"아…. 아니요. 다 놀았어요."
신지와 지희가 동시에 대답했다.
"그럼 내가 밖에서 맛있는 거 사주고 싶은데. 어때요? 어느정도 놀았으면 나가죠."
이번에도 신지와 지희는 동시에 빠르게 대답했다.
"네."
"그럼 1시간 후에 입구에서 만나죠."
"네."
준호가 뒤를 돌아 나가자. 신지와 지희는 사악하게 웃으며 연수에게 다가왔다. 둘이 동시에 연수를 붙잡고 등짝을 신나게 때리기 시작했다.
"이년이…. 이거 언제까지 속이려고 했어. 너 오늘 그냥 못 넘어간다."
"이게 아주 우리한테 숨기려고 작정을 했어. 넌 친구도 아냐. "
"아퍼…. 아퍼."
한동안 연수의 등짝맞는 소리가 캐리비안에 퍼져 나갔다. 안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던 준호는 씨익 웃으며 남자 탈의실을 향해 걸어갔다.
준호와 연수는 나란히 앉아 앞에서 이것저것 물어보는 신지와 지희의 폭풍 질문에 대답해 주고 있었다. 음식이 나오자 준호가 각자의 접시에 음식을 조금씩 담아주고 연수와 친구들이 불편하지 않게 이것저것 챙겨주고 있었다.
연수의 눈에 신지와 지희는 준호에게 이미 백 퍼센트 넘어가 있었다. 연수가 음식을 깨작이자 준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어디 아파? 왜 그렇게 못 먹어?"
"아…. 아니예요. 맛있게 먹고 있어요."
신지가 준호를 향해 말했다.
"에이.. 팀장님은 부끄러우니까 그렇죠. 팀장님이 옆에 있는데 어찌 음식이 입으로 제대로 들어가겠어요."
신지와 지희의 웃는 소리에 연수가 두 사람을 째려보았다. 준호가 앞에 두 사람에게 웃으며 말했다.
"뭐 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더 시켜 줄게요? 부족하면 말해요."
지희가 입에 음식을 한가득 담고는 말했다.
"팀장님. 말 놓으세요. 그래야. 우리도 팀장님 편하게 대하죠."
"그럴까? 그럼."
두 사람이 동시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분좋게 식사를 마치고 준호가 결제 하는 동안 밖에서 기다리던 연수에게 신지가 엄지를 척 올려 보였다.
"합격."
지희가 웃으며 연수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말했다.
"나도 합격 더 만나봐야 알겠지만, 우선은 합격."
민망해 아무 대답도 못 하고 있는 연수의 뒤에서 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갈까?"
네 사람은 주차장에 도착했다. 순간 연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결국, 빠르게 신지의 차를 택한 연수가 준호의 눈치를 보며 신지의 차 뒷문을 열 때였다. 준호가 연수의 뒤에 따라와 세 사람에게 말했다.
"그럼 오늘은 너희끼리 만나기로 한 날이니까. 나머지 시간도 즐겁게 보내. 회사에서 얼굴 보면 인사하고. 신지 조심해서 운전하고 지희도 오늘 즐거웠다. 맛있는 거 먹고 싶으면 언제든 이야기해 또 사줄게."
"네. 아무 때나 전화 할 거예요."
"그래."
준호가 연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연수에게도 속삭이듯 말했다.
"우리 연수 도착하면 전화하고. 알았지. 이따 통화하자."
연수가 웃으며 준호에게 고개를 끄덕일 때 였다. 지희의 목소리가 연수에게 들려왔다.
"뭐예요? 연수 우리한테 맡기려고요? 데려가세요. 저희 그렇게 눈치없는 애들 아니예요. 저희는 알아서 갈 테니까. 두 사람도 알아서 하세요."
준호가 뒷문을 아직도 꽉 잡고 있는 연수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아니야. 너희 놀려고 휴가까지 섰는데. 그럴 수 없지."
"됐거든요. 저희 그만 가볼게요. 연수야 내일 통화하자. 팀장님 오늘 최고 멋있었어요."
두 사람의 차가 눈에서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던 연수가 웃으며 준호를 보았다. 딱딱한 표정으로 연수를 보던 준호가 차를 향해 걸었다. 연수가 준호를 따라 차에 올랐다.
"팀장님.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애들이 팀장님한테 빠졌던데요."
준호가 연수를 노려보며 말했다.
"노란 병아리 각오는 하고 여기 온 거지."
연수는 두 손을 모으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오늘 각오 단단히 해라 내가 아주 오늘 밤새도록 괴롭혀 줄 테니까."
연수는 차가 출발하자 의자에 몸을 기대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