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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렸다.
"아. 언니 이번에 휴가 팀장님이 자기 친구 들이랑 같이 가자는데 어때? 부부 한팀이랑 팀장님 친구 중에 언니 소개해 주고 싶은 사람 있다던데 언니만 괜찮으면 그때 같이 보자던 데 어때?"
"어디로 가는데?"
"속초로 잡는데."
"몇 박으로 가는데?"
"1박 2일"
"그럼 그럴까. 근데 최연수 나 잘생긴 사람 아니면 안 받는 거 알지."
"팀장님한테 다시 한 번 강조할게."
"근데. 너 캐리비안은 진짜 포기했냐?"
"아니. 애들한테 살짝 취소하자 말했다가 거의 죽기 직전 까지 욕먹었어. 취소는 못할 거 같고. 방법을 찾아봐야지."
정수가 웃으며 연수의 등을 소리가 나게 치며 말했다.
"이놈아. 방법이 어딨냐. 방법이…. 그냥 몰래 튀는 거지."
"아…. 진짜 그것밖에 없나?"
"아서라. 어설프게 해서 당하지 말고 그냥 몰래가. 그게 최선이야. 단 들키면 난 모르는 일이다."
"그런 게 어딨어? 먼저 튀라고 한 건 언니잖아."
"몰라…. 난 여기에 없었다."
두 사람은 웃으며 화장실을 나와 사람들이 기다리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 * * * * * *
연수는 가벼운 홀더넥 원피스에 가디건을 입고 집을 나와 신지가 렌트해온 차에 올랐다. 연수가 차에 오르자 곧 차는 그녀들이 그토록 원하는 캐리비안으로 출발했다.
연수는 가슴 부분에 노란색 리본이 달린 비키니를 입고 전화기를 방수 팩에 집어넣었다. 연수가 친구들과 입장하려는 순간 핸드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연수는 준호인걸 확인하고는 친구들에게 먼저 들어가라며 멀찍이 떨어져 통화를 했다.
"어디야? 친구들 만났어?"
"네."
"이제부터 뭐해?"
"그냥 더워서 영화 보고 쇼핑 좀 하려고요."
"그래. 더우니까 밖에보다 실내가 낫긴 하겠다. 그럼 재미있게 보내고 이따 저녁에 보자."
"네. 그럼 끊을게요."
연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가방 안에 전화기를 넣고는 친구들이 들어간 입구로 빠르게 뛰어갔다.
연수와 신지. 지희는 오래간만에 얻은 자유를 파도를 타며 신나게 놀기도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오늘이 마지막인 듯 놀고 있었다.
연수가 잠시 쉬려고 파도 밖으로 나가려 할 때였다. 누군가의 비치볼이 연수의 앞으로 떨어졌다. 연수는 비치볼을 들어 주인에게 돌려주려 고개를 든 순간 웃고 있던 연수의 입이 너무 놀라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자신의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온 준호는 연수의 손에서 비치볼을 잡아 들었다. 그리곤 비치볼을 연수의 머리에 튕기고는 웃고 있는 얼굴과는 다르게 딱딱한 목소리로 연수에게 말했다.
"어이…. 노란 병아리. 내가 말 안 한 게 있더라고. 친구 동생이 얼마전에 캐리비안 안전요원으로 뽑혔거든.
그래서 내가 어젯밤에 네 사진을 전송했지. 이 여자애 오면 바로 알려 달라고 그랬더니 고맙게도 아침에 전화가 왔더라고. 너 찾았다고.
여기가 영화관이고 쇼핑센터 인가 봐?"
연수가 우물쭈물하고 있을 때 뒤에서 신지와 지희의 목소리가 들렸다. 연수는 그 순간 눈을 감고 말았다.
"어…. 한 팀장님이시다."
"와아…. 여기서 뵙게 될 줄이야."
"설마 혼자 오셨어요? 여자친구랑 같이 오신 거예요? 팀장님 애인 엄청나게 예쁘다고 소문났던데. 한번 보여 주세요."
"예쁘다고 소문난 내 애인…. 여기 있네요."
"네?"
신지와 지희가 준호의 손가락을 따라 연수를 보았다. 연수가 억지웃음을 보이며 친구들한테 손을 흔들었다. 신지와 지희는 아무 말도 못하고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고만 있었다.